제보를 받았다. 편의상 제보자를 A여행사에 근무하는 B씨라고 칭하겠다. B씨는 광화문이 아니라 자신의 회사 책상 위에 초를 밝히고 싶다는 말로 운을 뗐다. 들어 보니 A여행사의 인사 체제는 바람 앞 등불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우선 B씨의 말에 의하면 올 한해 A여행사의 C지역팀에는 신입사원들이 유독 많이 드나들었단다. 한 달에만 열댓 명의 직원들이 대거 사표를 쓰고 또 새로 충원하기를 매달 반복했기 때문이다. 다음 주에도 신입사원 다수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대거 퇴사를 결정했다는 이야기다. 직원들이 사표를 내던진 가장 큰 이유로는 C지역팀 총괄담당자의 권위적 태도가 꼽혔다. 해당 부서는 ‘군대’라고 불릴 정도로 매우 수직적인 업무 환경을 자랑했다. 이를 견뎌내지 못한 자들이 제 발로 나간 것이다. 면담에서 “C팀으로 발령 내겠다”라는 말이 나오면 ‘알아서 나가라’는 권고사직으로 통한다는 웃픈 이야기도 있으니 문제는 어느덧 곪은 듯하다. 

더욱 큰 문제는 이를 방관하는 A여행사의 태도에 있다. 직장 상사와의 마찰과 불화는 어느 곳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수 백명 규모도 아닌 부서에서 일년 동안 수많은 직원이 밀물과 썰물처럼 들어왔다 나가기를 반복한다면 분명한 문제임이 틀림없지 않은가. 이뿐만이 아니다. A여행사의 인사이동은 다소 엉뚱해 보였다. 예를 들어 10년 동안 마케팅 부서에서 일한 직원에게 앞으로는 항공권 발권 업무를 담당하라는 식이다. 받아들이면 남는 것이고 그렇지 못한 자는 스스로 나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B씨의 하소연은 아직도 귀에 선명하다. 여행산업의 자원은 인재라고 하지 않던가. 옥석을 가려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다듬고 빛내는 일도 중요하다. 스스로 가려낸 인재가 뛰쳐나가는 것을 계속 방관하기만 한다면 자원 고갈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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