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다’, ‘달라졌다’ 요즘 업그레이드 된 번역 기능을 이용해본 이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다. 
길을 묻거나, 메뉴판을 번역해 음식을 주문하는 등 외국어를 잘 몰라도 여행이나 실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편함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획기적으로 진화한 번역 기술은 여행 시장에도 크고 작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편집자주>

-영어권 이외 국가도 자유여행 확대    
-외국어 장벽 낮추고 업무 효율성 ↑
-여행사 수요 이탈 가능성 더 높아져'
 

#. 직장인 K양은 얼마 전 일본 출장에서 우연히 마음에 쏙 드는 호텔을 발견했다. 유서 깊은 호텔이지만 아직 해외 영업을 시작하지 않아 한국 여행사는 물론 글로벌 OTA에서도 예약을 진행할 수 없었다. 하지만 K양은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도 호텔의 일본어 홈페이지에서 직접 예약을 할 수 있었다.  

언어 장벽 넘어 무엇이든 ‘스스로’

구글(구글 번역), 마이크로소프트(MS 번역), 네이버(파파고) 등이 앞다퉈 인공신경망번역(NMT)을 도입하면서 획기적으로 개선된 번역 기술이 여행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경망 기술을 적용한 번역 서비스는 최신 유행어나 관용적 표현도 매끄럽게 번역이 가능할 정도로 수준이 크게 향상됐기 때문이다.

텍스트 번역은 물론이고 이제는 음성이나 이미지 번역까지 가능해졌다. 당장 여행을 비롯한 실생활에서도 다방면으로 적용이 가능해 자유여행객 사이에서도 이용이 크게 늘고 있다. 언어 설정 후 원하는 질문이나 답을 말하면 2~3초 내에 음성으로 번역돼 여행 중 외국어를 잘 못해도 충분히 길을 묻고, 계산을 하고, 불편한 사항들을 전달하는 등 여행 중 언어 소통의 어려움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정도다. 또 여행 중 잘 모르는 건물이나 광장, 동상 등을 사진으로 촬영해 검색하면 이미지를 스캔하고 구글이 가진 이미지와 대조해 이름과 장소 등 사용자가 원하는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 메뉴판이나 표지판을 촬영해 검색하면 화면에 그 뜻을 보여주는 기능도 있다. 실제로 이미 인터넷에는 번역기를 이용해 스페인에서 메뉴판을 읽고 주문하는 법이나 외국 본사 고객센터에 메일을 보내 문제를 해결한 사례 등이 수시로 올라오고 있다. 

K양도 “상품에 따라 취소·환불 조건부터 주의 사항까지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어서 일본어를 잘 몰라도 호텔을 예약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법만 터득한다면 외국어에 서툰 중장년 여행객들도 스스로 호텔 홈페이지에서 직접 예약하는 일이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단순히 시스템 상으로만 가능한 예약뿐만 아니라 전화나 이메일 등으로 가능한 레스토랑, 스파, 액티비티 예약들도 번역 기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한국에 진출하지 않은 영어권 이외의 호텔이나 여행사, 항공사 홈페이지를 이용한 직접 예약도 어렵지 않아 여행사를 이용하지 않는 이탈 수요의 증가도 예상된다. 
 
 
제안서·이메일 등 업무 속도 향상 

업그레이드 된 번역 서비스는 업무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도 활용되고 있다. 일례로 업무 특성상 영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H여행사의 J씨는 간단한 회화나 이메일까지는 가능하지만 구체적으로 제안서를 작성한다든지 상품 계약 조건이 오고갈 때는 문장을 해석하고 만들기 위해 들이는 시간이 상당했다. 하지만 구글 번역 서비스를 활용한 이후 J씨의 업무 처리 속도는 한결 빨라졌다. J씨는 “기존의 업무에 속도가 붙은 것은 물론 앞으로는 언어의 한계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던 신규 거래처 발굴이나 제안서 작성 등의 업무에도 자신감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외국 관광청이나 항공사 등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자사와 관련된 기사나 여행사가 보내온 제안서 등을 번역하는 업무 부담을 덜었다는 평가다.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C항공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영어에 큰 불편은 없지만 문장을 조금만 다듬는 정도의 수고를 들이면 번역기를 사용하는 것이 업무를 처리하는 속도 등에 있어 한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외국계 호텔이나 항공사 등은 한국어 홈페이지 개설에 대한 부담도 줄었다. 웹 페이지도 클릭 한 번으로 번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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