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도입으로 촉발된 중국의 자국민 방한 제한조치가 3월로 본격화되며 호텔 산업은 총체적인 위기를 맞았다. 중국단체를 멀리 했던 호텔일지라도 호텔 객실을 채우던 중국 단체가 신기루처럼 사라지면서, 이로 인한 가격선 붕괴와 점유율 하락은 이미 현실이 돼버렸다. 국가간의 정치적·군사적 이해 충돌이 얽혀있어 불행히도 장기화가 불가피하다. 중국 단체의 방한 제한뿐만 아니라 씨트립(Ctrip)을 통한 일부 호텔 브랜드의 판매 금지 조치 등의 구체적인 움직임이 이제 시작인 듯해 불안감은 높아간다. 급기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그리고 일부 LCC까지 한 달 여의 한시적인 조치이긴 하지만 중국 노선의 감축을 발표하며 근본적인 중국인 유입의 경로마저 좁아진 상태다.

한국 호텔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OTA를 통해 가격을 내리고 일제히 오른쪽으로 몸을 돌려 일본으로 향한다. 호텔 영업팀은 4월부터 발매되는 신상품 팸플릿의 잉크도 안 말랐는데 특가라는 처방을 손에 쥐고 일본 출장 가방을 급히 꾸리기 시작했다. 동남아 단체들 역시 한국 호텔들의 분주한 움직임에 특가라는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위기관리를 위한 당연한 조치다. 하지만 분명히 이러한 움직임은 위기에 따른 단기 방안 일뿐 전략은 될 수 없다. 사드로 인한 원망스러운 중국의 강샘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소홀히 한 우리 호텔의 약한 체질이 드러난 것으로 봐야 한다. 위기가 기회가 되려면 지금 우리는 시장의 흐름과 호텔 산업의 현실을 짚어봐야 할 때다.

2016년 관광 숙박업 전체 상황을 보면 2014년과 비교해 약 2만5,044객실이 증가했고 그 중 1성부터 3성급까지 중저가 호텔의 증가 객실은 1만2,000객실(등급 미 분류 포함, 2016년 문화관광부 호텔 업 등록현황 참조)에 달한다. 호스텔도 4,325객실이 증가했으니 중저가 호텔의 일일 공급량은 2014년에 비해 약 1만6,000객실 증가했다. 작은 호텔들의 약진은 분명 합리적 가격대를 희망하는 외국인 관광객 시장에 인프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많은 증가분의 최대 수혜자는 누구였을까? 한국 호텔시장의 성장 마켓으로 보면 그 수혜자는 OTA시장과 중국인 단체 시장이다. 그 두 시장의 가격대가 큰 변동 없이 저가 상태를 유지 할 수 있었던 것은 공급의 혜택을 받아왔다는 명확한 현상이다. 중국 발 단체의 증가는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FIT 시대로의 전환이 급속도로 진행되는 전 세계적인 관광산업의 트렌드를 보면 우리는 또 다른 마켓의 추가 혜택을 받은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추가 혜택인 단체시장을 호텔 산업의 근간을 뒤 흔들 공룡으로 키워 버렸다. FIT 시대로의 전환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호텔들은 전환에 총력을 기울이지 못했다. 그렇게 본편과 부록이 뒤죽박죽이 된 몇 년을 넋 놓고 지내오며 호텔산업과 관광산업은 흐름을 놓친 체 경쟁력을 잃고 말았다. 충격을 이겨낼 내성도 길러지지 않았는데 시련은 계속된다. 호텔의 담당자들과 FIT를 논하다 보면 대부분 FIT 시장에 대한 준비를 OTA에 대한 적극성과 헷갈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호텔 산업이 FIT라는 시장에 대한 속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은 건 아닐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호텔산업에 있어 FIT의 대응은 ‘여행이라는 문화적 만족을 기대하는 다양한 소비층에 만족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주려는 준비’이다. 우리는 FIT라는 숨은 핵심을 놓치고 있었다. 특색 없는 비슷비슷한 신생 호텔들의 수적 성장이 FIT를 바라보는 우리의 현주소 일 수도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속이 쓰린 하나는 FIT시대를 준비해 잭 팟을 터트리고 있는 옆 나라 일본의 환호성을 초라한 모습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2014년 한국이 중국인 증가에 힘입어 한국 방문 외국인 숫자가 1,400만을 넘었을 때 1,300만을 간신히 넘기는 일본의 모습을 보면서 엷은 미소를 지었었다. 불과 2년 전이다. 2016년 1,720만을 넘기는 모습에 취해 환호하다 옆을 보니 일본은 2,400만을 넘기는 기염을 토하고 있었다. ‘일시적인 현상일까’하며 들여다보니 그들의 오랜 노력이 이제 결실을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6년 중국인 방문 총수 한국 800만, 일본은 630만이다. 일본은 중국인 단체를 받아 확대된 시장이 아니다. 그 증거는 놀랍게도 한국인 방일 숫자가 보여준다. 2016년 한국인 일본방문자 수 500만. 우리의 모습을 살펴보면 일본 시장이 FIT에 맞춰진 가고 싶은 개별여행의 나라로 전환되었음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24개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의 한국과 404개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을 보유한 일본. 지방마다 자기 특색을 상품화 하는데 성공하고, 최고급부터 작은 여관까지 다양한 숙박시설과 동네마다 다른 문화의 다양성을 갖추는데 노력한 일본의 모습은 어쩔 수 없이 한국의 호텔과 관광산업이 학습해야 할 대상이다. 

호텔만의 노력으로 되는 부분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호텔 없이는 될 수도 없는 FIT 시장 구축. 우리는 위기를 기회 삼아 FIT라는 숨은 핵심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유경동
유가기획 대표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