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여행상품으로 내나라 여행] 세월의 매력을 덧입다 부산 ‘더 클래식’ 上.여름이면 생각나는 성지
음악의 클래식처럼 여행에도 클래식이 있다. 오랫동안 수많은 여행자가 찾았고 앞으로도 그럴 곳이다.
햇살 좋은 여름날 부산 여행의 클래식을 누렸다.
해운대, 해동용궁사, 광안리, 자갈치 시장 등은 몇 십년 전부터 현재까지 사랑받는 부산여행의 클래식이다.
특히 해운대는 여름이 다가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해수욕장 중 하나다. 백사장 길이가 1.5km에 이르지만 수심이 얕고 조수의 변화가 심하지 않으며, 주변 다양한 시설과 어울려 해마다 수백만명이 넘는 여행객이 찾아오고 있다. 어떤 이들은 해운대가 너무 뻔해 바다만 휙 보고 떠나지만 모든 여행지가 그렇듯 해운대에서도 하루를 꼬박 보내면 좋다. 우선 달맞이길에서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백사장의 가늘한 모래와 바다가 붉게 물드는 그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그리고 오전과 오후에는 강한 햇빛에 반사된 바다가 반짝반짝 유리구슬처럼 빛나 색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마지막으로 저녁 시간에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백사장을 거닐면 사뭇 로맨틱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해운대 근처로 유명 갈비집이 있으며, 달맞이길에는 개성있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있으니 식사도 걱정없다. 또 해운대 주변으로 해운대 전통시장과 아쿠아리움이 있고, 여름 저녁에는 다채로운 축제와 길거리 공연, 플리마켓 등이 열려 여행객을 맞이한다.
주변 동백섬과 연계해도 좋다. 해운대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고, 수 많은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주는 동백섬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누리마루 APEC 하우스까지 닿을 수 있다. 이곳에서 또 다른 부산의 명물 광안 다이아몬드 브릿지의 전경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끝자락으로 가면 요즘 부산 여행에 필수로 자리잡고 있는 더베이101과 부산의 고층 아파트들이 만들어내는 장관을 만날 수 있다. 여름 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 때 더베이101에서 마시는 맥주 한 잔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부산 여행의 매력이다.
바다에서 찾은 번뇌
바다와 사찰이 만나 비경을 뽐내는 해동용궁사를 봐야 부산 여행의 제대로된 완성이다. 해운대에서 자가용으로 20~30분이면 갈 수 있어 접근성이 좋고, 대중교통으로도 쉽게 닿을 수 있다. 해동용궁사를 창건한 나옹화상 혜근 스님(1320~1376년)은 고려 말 고승으로 21세 때 친구의 죽음으로 무상을 느끼고, 공덕산 묘적암에 있는 요연선사를 찾아가 출가했다. 이후 법을 구하기 위해 전 국토를 헤매다가 지금의 해동용궁사 자리에 1376년 당도했고, 뒤는 산이고 앞은 푸른 바다인 이곳에서 ‘아침에 불공을 드리면 저녁에 복을 받는 신령스런 곳이다’하고 토굴을 짓고 수행정진을 했다고. 다만 애석하게도 임진왜란 때 전화로 소실됐다가 1930년대 초 통도사 운강스님이 보문사로 중창했고, 1970년 초 정암화상이 지금의 이름으로 개칭하게 됐다.
해동용궁사로 가는 초입에는 다양한 부산 먹거리와 절을 설명하는 문구가 있어 다른 사찰과 차별점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그렇지만 본격적으로 해동용궁사에 발을 딛는 시점부터 전혀 다른 풍경이 여행객을 인도한다. 더군다나 부산에 처음 오는 여행자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들을 위해 눈을 가린 다음 바다와 어우러진 해동용궁사를 깜짝 공개하면 왜 부산 여행의 클래식인지 몸소 깨닫게 된다. 또 요즘 말로 ‘안 본 눈 삽니다’라고 외치고 싶을텐데, 해동용궁사를 처음 접했던 그 감동을 계속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사실 용궁사도 8경을 다 즐겨야 하기 때문에 한 번만 오기에는 아쉬운 곳이다. 특히 새해 아침 일출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찾아드는데, 수평선에서 서서히 붉은 빛을 띄며 떠오르는 태양을 보고 한 해의 행복을 염원한다면 언제까지나 기억될 소중한 순간을 맞이한다. 또 안개 낀 아침의 몽환적인 용궁사, 보름달의 밝은 빛을 받은 용궁사, 거친 파도가 치는 날, 사랑대에 올라 망망대해를 보는 것도 좋다. 또 4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날 봉축 연등을 바라보는 것과 일몰, 벚꽃까지 용궁사와 함께해야 할 날은 손가락으로 꼽기 힘들 정도다.
아참 해동용궁사에는 특별한 게 또 하나 있는데 바로 ‘용궁사의 밤’이라는 노래다. 용궁사를 주제로 누구나 쉽게 부를 수 있는 노래로 트로트 가수 최유나가 불렀고, 노래방에서도 찾을 수 있다니 부산 여행 온 김에 한 번 불러보면 색다른 추억이 되지 않을까.
글·사진=이성균 기자 sage@trave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