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으로 부업하고 여행사로 돈 벌자고? ‘팀미션’ 여행사기에 당해 보니
오픈 채팅방 이용자 수백 명에 내부 바람잡이 다수 임의 여행사 사업자 정보 도용…신고 처리도 더뎌 신뢰 쌓고 사기 금액 키워…피해자 소송 최소 1년
SNS 상에서 여행업으로 위장한 피싱 사기가 지속 발생하고 있어 소비자는 물론 여행사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여행으로 부업하고 여행사로 돈을 벌 수 있다고 유혹한 뒤 결국 금전적 피해를 안기는 이른바 ‘팀 미션’ 여행 사기의 실상 속으로 들어가 봤다.
돈 넣고 돈 먹는 여행 부업?
최근 들어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 SNS 상에서 ‘여행사로 용돈 벌기’라는 광고가 하루에도 여러 차례 나온다. 연결된 링크(url)를 눌러보면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으로 연결된다. 동일한 사진을 이용한 광고 4곳을 따라 들어가 봤더니 채팅방 참여자 수가 기본 수백 명이었으며, 많은 방은 500여명에 달했다. 채팅방 공지사항과 매크로로 실제 여행사들의 특가 정보를 공유하는 등 겉으로는 정보 공유 목적의 채팅방으로 보였다. 하지만 곧 수익 인증 자료를 공유하는 등 부업 참여를 유도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특히 “신규 유입자용 상품 물량만 일부 남아있다”라며 여행상품 구매 부업에 참여하기를 부추기는 바람잡이도 여럿 보였다.
직접 공지사항에 기재된 카카오톡 ID로 연락을 해보니 담당 매니저라고 자칭하는 사람이 부업 과정을 안내했다. 방식은 간단했다. 매니저가 공유한 여행사 홈페이지에 회원가입한 뒤 배정받은 특정 상품을 예약하면 상품 원금은 물론 원금의 10%를 더해 돌려받는 형식이었다. 첫 번째로 들어간 오픈 채팅방 매니저는 팀 단위로 동일 상품을 대량 구매해 ‘도매할인’을, 다른 매니저는 긴박하게 취소된 ‘땡처리’ 여행상품을 염가에 구매해 정가에 재판매하는 것이라며 그럴싸하게 수익 발생 구조를 설명했다.
소액으로 믿게 한 뒤 판 키워
배정받은 상품을 실제로 예약했다. 결제는 무통장입금과 마일리지 결제만 가능했다. 경찰청에서 무통장거래에 적힌 계좌번호로 범죄 이력을 조회해 보니 정상 계좌로 나타났다. 매니저들은 카드 결제 시 수수료로 인해 환급 금액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유로 들며 현금거래를 유도했다. 배정받은 상품 가격은 6만원 남짓이었다. 일부러 전액을 입금하지 않고, 매니저에게 예약 완료 사실을 알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상품 금액에 10% 수익을 더한 마일리지가 실제로 적립됐다. 작은 액수는 일일이 실제 입금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마일리지는 홈페이지에서 계좌번호를 입력하면 현금화할 수 있는데, 취재는 여기에서 마무리했다.
오픈 채팅방에 수일간 잠입해 파악한 결과, 초반에는 낮은 가격의 상품을 배정하다가 점차 고가의 상품을 배정하는 방식으로 사기액수를 키웠다. 점차 큰 금액으로 유도하기 위해 초반에는 당초 약속한대로 구매액에 수익을 더한 액수를 제대로 지급했다. 이후부터 피해가 커진다. 마일리지 현금화는 3일에 한 번만 가능한데, 피해자들은 당연히 현금화해 줄 것으로 믿고 다음 현금화 가능일까지 시키는 대로 고가 상품을 예약하면서 마일리지만 쌓다가 결국 환급받지 못한 채 피해를 입는 구조다.
이들에게는 ‘장터’또는 ‘방’ 개념이 있다. 피해자 개인 활동이 아닌 단체의 활동을 의미하는 개념으로 이른바 ‘팀 미션’ 사기수법이다. 사기꾼들은 단체로 할 경우 최대 수천만원에 달하는 수익금을 받을 수 있다며 버젓이 현혹한다. 단체 활동을 빌미로 한 명이라도 중도 이탈할 경우 팀원 전체가 현재까지 적립한 마일리지를 모두 현금화할 수 없다고 협박하며 개인적 이탈을 막는 것은 물론 단체의 뜻에 따라 상품을 계속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게 팀 미션 사기의 대표적인 수법이다.
자세히 보면 허술한데도…
공유 받은 여행사 웹사이트는 매우 그럴싸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여행 후기부터 상품 구성, 카테고리 등 영락없이 여행사 홈페이지의 모습이었다. 실제 여행사의 사업자등록 정보를 도용해 보란 듯이 기재하고 있어 사기 업체인지 검색해 봐도 정상영업 중인 업체로 표시되는 점도 피해자가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되는 요소로 보였다.
다만, 완벽한 수준은 절대 아니었다. 회원가입 란에서 일반적으로 눈여겨보지 않는 개인정보 동의 약관에는 여행사 도용 피해 전력이 있는 ▲토마토투어 ▲커맨더투어의 이름이 남아 있었고, 과거 동일한 수법의 사기를 진행한 웹사이트 주소도 서비스 이용약관 내에서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상품 설명 페이지 내용은 여러 업체에서 그대로 가져와 내용과 글꼴 등이 동일했다. 소비자들이 평소 잘 확인하지 않는 부분이기 때문에 놓치기 쉬운 부분들이다. 설령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제한 시간 안에 예약하지 않으면 배정이 취소된다는 매니저의 재촉에 그냥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사기 당한 피해자 그리고 여행사
사업자 정보를 도용당한 피해 여행사들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올 1분기 동일한 사기 수법으로 사업자 정보를 도용당해 경찰에 신고한 한 여행사 대표는 두 달여 만에야 담당 형사가 배정됐다고 전하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특히 사업자 정보를 도용한 사기 홈페이지는 피해 여행사 웹사이트 전체를 도용한 게 아니기 때문에 도용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증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부담도 피해자가 감수해야 한다. 이로 인해 일반 피싱 웹사이트 사건보다 처리 기간이 오래 걸려 도용 피해 여행사들이 사기 웹사이트를 발견하더라도 즉각적으로 손쓸 방도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직접 여행상품을 구매하다가 피해를 입은 피해자도 문제다. 개인 차원에서 사기 피해를 구제 받기 어려워 법률사무소와 집단 소송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보였다. 여행사 팀미션 사례 집단 소송을 진행 중인 한 법률사무소 관계자는 “여행사 팀미션 사기는 금융사기로 소송을 진행하기 때문에 처리에만 적어도 1년이 걸린다”라며 “소송을 진행 중인 법률사무소들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피해금액 500만원 이하는 집단소송에 포함시켜주지 않는 곳도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SNS 상에서 사기 광고를 송출하는 프로필과 계정은 다양한데, 대부분 생성된 지 한 달 안팎이며 관리자 정보 조회 시 해외 국적으로 표시된다. 계정 생성이 용이한 SNS 특성을 이용한 것으로, 피의자를 잡지 않는 이상 지속적으로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