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정우 경희대 교수/
서비스사이언스전국포럼 상임운영위원장
jwbyun@khu.ac.kr

최근 의료관광을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정부가 병원과 숙박시설을 결합한 메디텔(Meditel)의 도입을 발표했다. 메디텔은‘의학(Medicine)과 호텔(Hotel)’의 합성어로 진료와 숙박을 겸하는 건물을 말한다. 메디텔을 추진하는 이유는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해서이다. 물론 그 내면에는 의료관광 수요를 흡수해 국내 투자를 촉진하려는 부분도 있다. 우리보다 앞서 의료관광을 산업화해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는 태국이나 싱가포르를 벤치마킹 하면서 좀 더 경쟁력 있는 의료관광산업 국가로 빠른 시일 내 발돋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일 것이다.

아직 입법처리는 되지 않았지만 메디텔에 관한 기본적 윤곽도 나왔다. 메디텔 설립은 종합병원뿐만 아니라 소규모 전문병원도 반경 1km 이내에 20객실 이상으로 설립이 가능하다. 관광진흥법상 메디텔을 호텔의 한 종류로 포함시켜 관광진흥자금 지원이 가능토록 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메디텔을 찾는 고객은 의료관광객을 포함해 외국관광객이 50% 이상 되어야 한다는 제한사항도 있다. 기존 호텔도 메디텔로 변경할 수 있으며, 메디텔 내 취사도 허용하고 있다.

메디텔 설립 주체에 대해 기재부는 병원법인만 설립할 수 있다고 하나, 문화부는 의료관광사업체도 포함하고 있어 향후 이에 대한 의견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때를 맞춰 지자체들도 호텔 유치와 의료관광과 관련해 메디텔을 포함하는 긍정적 계획들을 잇달아 내놓았다. 특히, 지금까지 호텔유치가 어려웠거나, 의료관광이 성업 중인 지역을 중심으로 긍정적 계획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데, 이는 주로 의료분야의 시민단체 등에서 나오고 있다. 메디텔 설립 이후 외국인 환자 유치가 어려워 내국인 환자를 유치했을 경우 서울 중심의 수도권 대형병원에 지방 환자들이 올라오는 쏠림현상이 가속화되지 않을 까하는 우려다. 또 메디텔이 환자보다는 환자 가족이나 입원이 필요없는 외래환자의 숙박시설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럴 경우 미용성형이나 고가의 건강검진과 이외에 유사의료행위의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의견들도 있다.

그러나 현 상황은 많은 병원이 호텔에서 일부 층을 빌려 미용성형 등을 시행하고 있으며, 1~2개 큰 병원을 제외하고는 서울시내 대학병원들의 경영상태도 그리 좋지 않아 새로운 돌파구가 없다면 외료관광의 육성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방 및 수도권 중소병원들의 경영상태 또한 좋지 않다. 우리나라에는 많은 의대, 치대, 한의대가 있으며, 매년 여기서 매출되는 전문 인력들의 진로를 위해서도 장기적인 발전 계획이 필요하다. 이런 방향에서 의료와 다양한 분야 간의 협업, 융합이 필요할 수밖에 없으며, 그 하나가 의료관광이다. 처음 강남지역의 미용성형 중심으로 시작된 해외 의료관광객들이 이제 중증환자 진료, 종합검진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으며, 향후 더 많은 형태로 계속 변화할 것이다. 이제 의료도 과거의 틀 안에 담아두기보다는 타 산업과 협업, 융합 등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진화해야 하며, 또한 이에 대한 건전한 비판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많은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제조업 중심의 과거와 현재의 산업에서 담아내는데는 한계를 보이고 있으므로, 새로운 틀안에서 만들어지는 산업부분들이 담당할 수 있는 몫도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의료관광이 경쟁력있는 산업으로 자리를 잡으려면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숙련된 의료인력과 의료시설은 기본이며, 다양한 편의시설과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비자발급의 완화, 이들을 전담할 코디네이터의 양성 외에 병원 가까운 곳에 메디텔 확보도 고려한 것으로 생각된다. 일부 의료계에서는 비영리법인 병원으로 운영되는 우리나라 의료체계에서는 의료관광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제주도, 전국의 경제자유구역 등에 영리병원 설립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쉽게 허가가 나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근간인 비영리법인 형태는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다만 시범적으로나마 특정 지역에 영리법인 형태의 병원을 설립하고, 관련 의료관광시설 도입도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 보여진다. 싱가포르의 경우 국민들의 의료혜택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비영리법인의 병원에서, 의료관광객을 중심으로 하는 해외환자들은 영리법인 병원에서 맡아서 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짧은 시간이지만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이제 아시아의 의료관광을 주도하는 나라 중 하나가 되었다. 의사 및 간호사도 부족한 싱가포르가 의료관광을 선도하는 것을 보며, 우수한 의료 인력이 많고, 좋은 병원을 갖춘 우리나라가 의료관광을 선도할 수 없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 자성해 볼 여지가 많다.

메디텔이 아직 입법화과정에 있지만, 그 기본취지를 살려서 관련분야의 사람들 간에 다양한 논의와 의견수렴을 거쳐서 우리나라 의료와 관광산업의 대표적 협업 모델로 발전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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