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그랜드 호텔의 엔터테인먼트 센터 「바발루」의 제일 맏형인 박지훈(30)씨.
카메라를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수줍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런 사람이 어떻게 DJ를 할까』 싶었는데 『저는믹싱 (Mixing)만 하는데요』라고 말한다.
경력 10년의 믹싱 전문 DJ 박지훈씨는 지금까지 강남에 잘나간다는 나이트클럽인 줄리아나, 로터스, 아바론부터 이태원 등지의 클럽까지 줄줄이 거친 베테랑급 DJ.
밤이 주된 활동시간이라 처음엔 낮밤을 바꿔 생활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이미 야생동물화된 자신의 놀라운 적응력에 뿌듯함을 느낄 때도 있다고 한다. 유로댄스풍의 음악을 선호한다는 박씨, 마침 흘러나오는 음악도 온통 유럽풍이다.
『어떤 음악을 틀어도 그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손님들이 있어요.
제일 인기도 있고 조명발을 받게 되죠』 반면 제일 꼴불견인 손님은 『술에 잔뜩 취해서 어떻게든 젊은이들과 어울려 보겠다고 안되는 춤도 춰가며 다른 무리로 밀고 들어가는 손님』이라고 한다.
약관 20세 나이로 해밀턴 호텔의 나이트클럽 「꺄삐땅」 DJ부터 시작한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전문 직업인이라는 자부심을 다른 사람들이 인정해주지 않을 때 제일 힘들다』며 DJ라는 직업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자신뿐만 아니라 비슷한 직종에 임하는 모든 사람들이 넘어야 할 산이라고 여긴다』며 『끊임없는 노력으로 그 산을 넘겠다』는 박씨는 다시 헤드폰을 집어들고 콘솔대로 다가선다.
명동 직장인들이 금요일이면 몸 풀러 몰려가는 곳, 호텔 롯데의 클럽 「비스트로」. 그 곳에서 밤을 지키며 음악을 틀어주는 사람이 바로 김진(33)씨다.
『DJ경력 15년에 호텔에서만 10년을 일했지만 손님에 따라 매번 달라지는 분위기를 파악하면서 거기에 맞게 음악을 연출할 때는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어요』
「비스트로」에 오는 손님들의 대부분은 명동 주변 사무실의 직장인들이지만 호텔 클럽인 만큼 외국인과 젊은이도 빼놓을 수 없는 고객층.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리는 클럽이라는 특정한 장소에서 음악은 이들을 하나로 묶어 주는 끈 역할을 해야 한다』고 그는 음악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직장인들이 제일 많이 와서 일주일 중 제일 바쁜 금요일에는 가요를 많이 틀고 다른 요일에는 댄스 팝을 주로 사용한다. 그렇지만 정작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은 R&B와 Old Pop 류의 느린 템포의 음악들이고 국내 가수 중에서는 박진영을 좋아하지만 팬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DJ를 하면서 가끔 손님들의 행동에 당황하거나 눈살을 찌푸리게 될 때도 있는데 비좁은 플로어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외국인과 블루스를 추는 한국 여성에게 무조건 욕설을 퍼붓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문화적 차이나 표현 방법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 빚어지는 일들이라고 우리는 그냥 넘겨버릴 수도 있겠지만, 외국 관광객들이 이 광경을 보고 얼굴이 굳어질 때는 제가 몸둘 바를 모르겠더라구요』라며 호텔맨으로서 아쉬움을 나타낸다.
가요를 사랑하고 가요 발전과 제작에 뜻을 두고 있는 김 진씨, 『음악을 하는 호텔맨으로서 관광객들에게 음악으로 최대한의 서비스를 하겠다』고 말하는 얼굴에서 토털 엔터테이너로서의 기질이 배어난다.
서글서글한 인상의 「파라오」 DJ 정인식(34)씨, DJ 경력 16년에 힐튼호텔에서 일한 지 10년. 이제는 수하에 여러명의 DJ를 거느린 파라오 DJ 왕초요, CD제작 사무실을 운영하는 사업가이자 제작자이건만 얼굴 표정에는 아직도 장난기가 배어 있다.
우리 나라에 전문 클럽이 몇 안되던 시절, 종로의 「코파카바나」라는 클럽에서 DJ로 활동했던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지식은 남다르다.
그래서일까, 파라오의 음악은 독특한 색을 담고 있다. 다른 클럽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일반적 댄스팝인 테크노하우스, 펑크, R&B 외에도 힙합, 하우스 뮤직 등의 음악을 만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의 입김이 작용한 까닭. 『힙합과 하우스 뮤직을 좋아하고 특히 알라니스 모리셋의 음악에 푹 빠져있다』는 정인식씨는 손님과 음악이 호흡하면서도, 결코 평범하지 않은 색깔있는 음악을 추구한다.
DJ를 하며 제일 힘뜰 때가 언제냐는 질문에 『손님이 없을 때』라고 한숨에 내뱉고 특유의 장난기 어린 웃음을 또 한번 보인다. 이런 그를 보고 어느 누가 공식적인 아저씨, 유부남이라고 상상하랴.
『DJ는 많지만 전문성을 띤 DJ는 부족하다』고 그는 현재의 DJ 판도를 분석한다. 자정 이후의 영업이 금지되면서 DJ들이 도퇴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유행을 쫓아 천편일률적인 음악만 틀어대고 있다는 것. 믹싱 음악을 제작한다는 것도 샘플링에 의존한 표절 음악이 대부분인 현실에서 『전문 DJ로 발돋움하는 방법은 자기 투자 뿐』이라고 강조한다.
법인을 받은 제작자가 되는 게 장래희망이라는 정인식씨, 자신이 만든 것이라며 파라오의 비치파티용 CD 자랑에 여념이 없다.
「제이제이 마호니스」의 DJ박스는 따로 떨어져 있어 손님이 믹싱하는모습을 볼 수가 없다. 그렇지만 「제이제이 마호니스」의 미남 DJ 조강석(30)씨는 그 얼굴이 널리 알려져 있다.
현란한 조명 아래 자신이 틀어 놓은 음악에 맞춰 환상적인 춤솜씨를 자랑하는 왠 남자가 바로 DJ 조강석씨. 소방차와 세또래가 활약하던 88년도, 「사랑의 도전자」·「뜨거운 시선」 등의 히트곡을 부른 혼성 트리오 「세대교체」의 멤버이기도 했던 그를 알아보는 손님은 별로 없지만, 춤솜씨는 지금도 여전하다.
오픈 스튜디오가 아니기 때문에 오로지 음악으로 승부를 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지만 「분위기에 무르익어서 서로 친해질 수 밖에 없는 음악」이라는 인정을 받은 만큼 그의 선곡 수준은 상당하다.
요즘은 하도 빠른 음악에 빠른 춤이 유행이라 다소 주춤해진 음악장르,레게를 그는 좋아한다. 『무언가 하던 일이 뜻대로 안되고 꼬일 때면 지금도 음악으로 푸는 게 최고』라며 음악 애찬론을 펴는 그의 모습에서 음악에 대한 순수를 발견한다.
『2, 3년 뒤에는 매니저나 제작자가 되어서 가수를 양성하고 싶다』는 그에게 가수 활동 시절에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이제는 아득해진 이름들이 줄줄이 나온다.
『붐붐하던 철이 형, 남정이 형, 방차 형(소방차)…』

미국 출신의 만능 엔터테이너, 프레디. 우리에겐 「DJ Freddy Club Mix」라는 앨범으로 더욱 친숙해진 그를 바로 「닉스 앤 녹스」에서 만날 수 있다.
프레디의 경력은 무척이나 화려하다.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클럽인 「OLEANA」를 운영했고, 팝의 황제 마이클잭슨의 「BAD」 투어 콘서트와 뮤직 비디오의 백 댄서였고, 지금은 종적이 묘연해졌지만 최고 인기를 구가했던 R.ef의 rapper였다. 이 때 종종 방송 출연도 해 얼굴도 제법 알려졌다.
음악 선곡 감각은 기본이고 세계적 가수의 인정을 받은 춤 솜씨에 우리들은 도저히 흉내 낼 수도 없는 랩 실력까지…. 정말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말이 적격인 DJ다.
『한국 연예 부문의 발전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그는 『한국의 연예 시장이 점점 부흥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R&B와 솔, 랩 위주로 음악을 선곡하는 그답게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으로 베이비 페이스를 꼽는다.
『국내 가수와 함께 CD 앨범을 만들고 싶다』고 장래 계획을 밝히는 그에게 자신을 한마디로 표현해 달라고 하자 그가 내뱉은 한마디, 『I am the best showman』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