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은 그것이 그것으로 있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을 말한다. ‘너는 누구냐?’에 대한 답이다. 삼각형은 3개의 점이 있기 때문에 삼각형이다. 데굴데굴 굴러 둥그스럽게 변한 삼각형도 3개의 점이라는 본질에 변함이 없으면 여전히 삼각형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둥글둥글해지는 것만 미덕이고 날이 선 변을 더 날 서게 만드는 것은 아집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인생의 목표를 세우거나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자기 스스로를 바라보는 그 순간마저도 자기의 본질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그 무엇’도 아닌 짝퉁 삶을 살게 된다.

나는 스스로에게, 그리고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게 ‘대체될 수 없는 사람이 되라’는 말을 자주하는 편이다. 이것은 나름 생존투쟁과 같은 처절한 경험에서 체득한 날선 좌우명 같은 것이다. 나 아니면 안되는 일은, 사실 없다. 오랜 기간 출장을 다녀와도 애들은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고, 중요한 자리를 꿰차고 있다 생각했던 회사도 잘 굴러간다. 세상에 내 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지만, 나를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러니 내가 어떠한 사람인가는 누군가에 의해 평가받고 저울질 받아서는 안 되는 절대고유의 속성이다. ‘원래 그렇다’는 건 핑계로 자주 쓰이는 말이지만, 원래 그런 것을 부정하는 것 역시 옳지 않은 태도다. 원래 그런 것에서 출발해 나만의 성을 쌓는 것이 인생을 순리대로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를 정해놓고 인내와 고통으로 점철된 삶을 사는 것은, 멋있어 보일지는 모르나 스스로에게 불필요한 상처를 많이 주게 된다. 목표를 낮게 잡으라는 것이 아니라, 출발점을 내 안이 아닌 외부에 정해놓고 내가 갖지 못한 것을 해결하고 보강해가는 식의 삶은 방향 설정이 잘못된 것이다. 물론 내가 갖지 못한 능력을 훈련해서 보충해 더 완벽한 사람이 되는 것은 칭찬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미 가진 것을 부정하고, 남이 앉은 잔디만 무성하고 파랗게 보는 식의 자세는 내 안에서 솟는 샘물이 있음에도 열심히 돈 벌어 생수를 사먹는 격이 된다.

그럼 ‘그 본질이란 건 무엇인가’, ‘내가 도대체 무엇을 가졌단 말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다 보면 한숨만 나온다. 성공한 사람들의 비결이나 덕목을 따라하다 보면 앞서 말한 또 엉뚱한 곳에 점 찍는 식의 삶이 반복될 뿐이다. 그럼 그냥 아주 쉽게 단점을 찾으면 된다. 그건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나는 숫자와 방향 개념이 거의 ‘무뇌’수준으로 없는 편이다. 반면 언어감각은 나쁘지 않다. 혀가 짧고 두터워 한국어를 말할 때 입에 뭔가 잔뜩 물고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어눌하게 들린다. 그러나 유학 한 번 안다녀온 것 치고 영어발음은 그냥 저냥 괜찮다. 글은 생각을 많이 하며 쓰니 그나마 글로는 의사전달이 쉬운데, 말을 하라면 머리 속이 하얗다. 반면, 상대방의 말을 듣고 맞장구치고 공감하는 능력은 좋은 편이다. 유년시절 뚱뚱하고 못생겨서 놀림을 많이 받았다. 내가 좋아하는 남자애들은 다 내 짝을 좋아했고, 그 덕에 학창시절 내내 딴 생각 않고 공부만 열심히 할 수 있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가진 것의 소중함을 알았다.

‘본질’을 찾는 것은 의외로 어렵지 않다. ‘결핍’을 만나는 순간, 그 역을 떠올려 보면 모두 우리 안에 이미 있는 것들이다. 사람에게는 자신의 최적화 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는 항상성(恒常性)이란 기재가 있다. ‘신은 우산을 주신 후에 비를 내리신다’는 말이 있다. 내 안의 본질을 찾고 찾다보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단점들과 ‘없는 것’만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거울에 반사된 것처럼 그 결핍을 대체하는, 내 안에서 끌어낸 본질이 쌓아올린 또 다른 형상 하나가 세워져 있다. 내 안에 본질을 찾고 찾으면 없는 것만 보이지만, 이를 상보하는 또 다른 실체가 동시에 드러난다. 결핍과 본질은 양 날개와 같다. 이 두 날개로 날아오르면 된다.
 
주한FIJI관광청 지사장 TourismFIJIKorea@gmail.com
박지영 지사장은 업무와 공부, 육아 모두에 욕심 가득한 워킹맘이다. 전형적인 A형인 박 지사장이 일상에서 발견한 깨알같은 인생의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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