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중에 최고라는 ‘모죽’은 씨를 뿌린 후 5년 동안 아무리 물을 주고 가꿔도 눈에 띄는 변화가 없다. 살아있는지 혹은 죽었는지 존재감이 희미해질 무렵, 어느 날 갑자기 하루에 70~80cm씩 쑥쑥 자란다. 5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드디어 하늘을 향해 고개를 내밀고 6주일 동안 쉬지 않고 초고속으로 성장하는데 나중에는 그 길이가 무려 30미터에 달하게 된다. 대체 5년이란 긴 시간 동안 그 씨앗은 어떻게 생존해 왔을까? 모죽의 생태를 연구한 학자들은 그 뿌리가 땅 속 깊이 사방으로 수 십 미터나 넓게 뻗어나가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5년 동안 땅 속 깊은 곳에서 조용히 숨 죽이고 사방으로 뿌리를 뻗어 주변 10리가 넘는 땅에 견고하게 내실을 다지고 있었다는 말이다.

물을 끓일 때도 이와 비슷한 현상을 관찰 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거의 변화가 없다가 서서히 온도가 높아지면서 어느 순간에 폭발하듯 기포가 올라오며 끓기 시작한다. 이처럼 모든 사물에는 임계점이 있다. 임계점까지 도달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일단 그 선만 넘으면 가히 활화산처럼 거침없이 성장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오랜 준비를 거쳐 당당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하늘을 향해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으면 누구도 막지 못한다. 다만 그 임계점에 도달할 때 까지 극한의 상황을 견뎌내는 것이 어려울 뿐이다. 폭풍성장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숨죽이며 기다릴 줄 아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권리이다.

지난 15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국외여행상품 총액표시제가 여행업계와 소비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당초 모객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가장 큰 우려를 나타냈던 중저가 여행사들마저 환영하는 눈치다. 유류할증료·세금·필수옵션 등 추가 비용을 일일이 설명할 필요가 없어 상담이 수월해졌고, 걱정했던 모객 감소도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나쁜 점보다 좋은 점이 많다는 평가다.  소비자들도 ‘그래서 다 합치면 얼마냐’는 질문을 반복할 필요가 없어졌고, 낚시용 미끼상품의 함정을 더 이상 걱정하지 않게 됐다. 그동안 성실하게 준비하며 영업을 해온 업체들이기에 이런 정책의 변화에도 끄떡없이 연착륙 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여름 휴가철 성수기를 맞이해 인천국제공항 이용객이 사상 최대 기록을 갱신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도 대박을 치며 웃고 있는 여행사들이 많다는 증거다. 그 중에서도 저가항공사의 등장과 함께 연일 최저가 상품 히트작을 내놓으며 TV 홈쇼핑과 온라인. 각종 소셜마켓을 통해 박리다매를 해온 몇몇 여행사들의 당찬 성장이 눈에 띈다. 한 때 저가 저질상품만 판다고 비난을 받기도 했던 이들은 꾸준히 최저가상품에 도전, 알뜰여행객들을 공략해왔고 이제는 인기있는 중저가 브랜드로 폭풍성장 중이다. 필자도 소셜마켓을 통해 Y여행사의 리조텔 상품을 이용해본 적이 있는데 가격대비 만족도가 꽤 높아 주변에 소개를 하기도 했을 정도다. 아마 당분간 그 속도를 막을만한 경쟁자는 많지 않을 것 같다.

성공한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포기를 모른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실패와 좌절을 거듭하면서도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과 긍정적 사고로 차분히 내실을 다지는 와신상담의 시간을 견뎌낸 이들이다. 지금 이 고통의 시간이 미래의 성공을 위한 밑거름이 된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단단한 땅을 뚫고 올라올 수 있었다.

불경기에도 인천공항은 사상 최대 규모 인파로 붐비듯이 여행업계의 대박 신화는 계속된다. 틈새시장은 얼마든지 있다. 뿌리를 내리는 데에만 5년간 숨죽이며 인내해온 모죽의 성장 비결을 곱씹으며 숨 고르기를 해보자. 이제 곧 100℃ 물이 끓기 전의 순간이라고 생각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한 번 견뎌보자. 조만간 펄펄 끓는 물처럼, 하늘을 찌를 듯이 폭풍성장을 하는 ‘모죽’처럼 일어설 날이 올 것이다.

나은경 
㈜나스커뮤니케이션 대표이사
nascom@nasc.co.kr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