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에 전화로 길 알려주는 ‘인간 네비게이션’
-인바운드 수요까지…최고 국내여행전문 될 것

17년 동안 국내 구석구석을 누빈 사람이 있다. 전국을 돌아다니다 못해 이제는 남들은 모르는 오지 마을만을 찾아다니는 여행인, 여행박사 국내여행파트 이원근 차장이다.

이원근 차장이 여행사를 입사한 나이는 24살이다. 군 제대 후 복학을 준비하는 이 차장에게 아버지가 1년간의 아르바이트를 권유했고,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여행사 일이 평생 업이 됐다. 이 차장의 아버지는 승우여행사 이종승 대표. 아버지가 대표이사니 편한 아르바이트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당시는 ‘무박 2일 해돋이 상품’이 인기를 끌었던 시기로 이 차장은 입사 후 약 3년 동안 주말에는 항상 무박 2일 여행 가이드를 다녔다. 해돋이 상품으로 시작한 주말가이드는 전국의 여행지로 이어졌고 평일에는 사무실에서 사무 업무를, 주말에는 가이드 업무를 봤다. 지난해 9월 여행박사로 입사하기 전까지 1년에 단 3일만을 쉬며 밤낮없이 일했다.

여행사 일에 몰두하던 이 차장에게도 17년간의 시간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입사 5년차 되던 해, 문득 여행사 업무가 비전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5년간 일했지만 결국 남는 것은 여행지와 전국의 길에 대한 정보뿐이었는데 그런 것들이 뭐가 중요한가 싶었어요. 남들처럼 높은 지위의 직책을 갖고 싶기도 했구요.” 하지만 이런 고민에 빠졌을 때에도 이 차장이 찾은 것은 여행이었다. 홀로 여행을 떠나 생각을 정리하고 돌아와 다시 일에 몰두했다고. 

10년 이상의 경력이 쌓이자 국내 유명하다는 여행지와 명산들은 대부분 돌아보게 됐고, 네비게이션 없이도 전국의 웬만한 길은 어렵지 않게 다닐 수 있었다. 가끔 지인에게 ‘지방의 몇 번 국도인데, 차가 막힌다. 어디로 가야하느냐’라는 질문의 전화를 받기도 한다. 그럴 때면 막힘없는 지름길을 알려주는 ‘인간 네비게이션’ 역할도 한다.

새로운 여행지를 찾아 나선 곳이 ‘오지마을’이다. 사실 이 오지마을도 이 차장에게는 오지가 아니었다. “너무 익숙한 곳이라 ‘사람들이 이런 곳에 관심이 있을까?’ 싶었는데 알고 보니 다들 모르는 곳이었어요. 이곳저곳 답사 다니면서 눈에 익은 곳이라 저에게만 익숙했던 거였죠.” 긴 시간 동안 새로운 곳을 발굴해 상품으로 사람들에게 소개했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여행지와 관련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 <주말에는 아무데나 가야겠다>도 펴냈다. 한때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경험이 마침내 ‘재산’이 된 셈이다.

이 차장이 여행박사에 정식 입사한 것은 지난해 9월. 하지만 여행박사와의 인연은 2005년부터 시작했다. 여행박사의 국내여행파트가 생긴 이후 아웃소싱 개념으로 이 차장이 도맡아 해왔다. “조금 큰 여행사로 옮겨 여행인 이원근에서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싶었어요.” 

이 차장이 몸담은 여행박사는 최근 국내여행에 힘을 싣고 있고, 향후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까지 타깃으로 한 인바운드 수요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 차장 역시 여행박사의 국내여행파트를 국내 최고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다.

양이슬 기자 ysy@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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