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파모스투어’ 신혼부부 20여쌍 지상비 ‘먹튀’
-정식업체들에도 “문제 있는 거 아니냐” 전화 빗발
-세금납부증명서·가이드 자격증 유무까지 확인해야

최근 칸쿤에서 한국인 신혼부부들을 상대로 발생한 숙박비 사기사건으로 인해 국내 칸쿤 여행업계 전반이 적잖은 타격을 받고 있다. 그동안 칸쿤 시장을 공들여 키워 왔던 업체들은 이번 일로 칸쿤 전체가 손가락질 받는 데 대해 속상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19일 다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주멕시코대사관 경찰영사는 현지시각으로 18일 한국인 신혼부부 20여쌍이 칸쿤 허니문 상품을 예약하고 지불한 돈을 현지 여행사가 챙겨 잠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의 피해자인 신혼부부들은 칸쿤에 도착해 호텔요금이 지불되지 않은 사실을 알고 임시방편으로 자신들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숙박비를 재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일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돈을 들고 잠적한 현지 여행사는 동남아 가이드 출신의 홍 모씨가 운영하는 ‘파모스투어(Famos Tour)’다. 또 파모스투어와 협업관계를 맺고 한국에서 해당 여행상품을 공급한 국내 랜드사는 ‘메가투어’다. 메가투어는 손님에게 받은 지상비를 파모스투어에 송금했지만 파모스투어가 호텔 측에 돈을 지불하지 않고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피해 금액은 1쌍당 300만원~5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가투어 관계자는 2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피해 신혼부부들이 이중 결제한 호텔 요금에 대해서는 메가투어가 보상해 주기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업계는 이번 일로 칸쿤 여행시장 전체에 악영향이 미칠까 우려하고 있다. 정식 등록된 현지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정당하게 영업하고 있는 업체들까지 의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5년 전부터 칸쿤 여행상품을 판매해 온 한 랜드사 대표는 “주요 언론에 마치 칸쿤시장이 다 그런 것처럼 보도된 탓에 거래 여행사들로부터 ‘문제 있는 거 아니냐’는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면서 “현지 파트너 업체 사업자등록증과 가이드 리스트를 당장 보내달라는 곳이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순히 사업자등록증과 가이드 리스트만으로는 정상적인 현지 업체를 분간할 수 없다고 정통한 칸쿤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변호사를 사면 유령회사도 사업자등록증을 만들 수 있고, 가이드리스트 역시 거짓으로 꾸며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칸쿤 전문 랜드사 관계자는 “제대로 된 현지 여행사를 분별하려면 현지 사업자의 세금납부증명서와 사진·이름이 명기되어 있는 가이드자격증·워킹비자까지 확인하는 것이 필수인데, 그것을 아는 업체가 많지 않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칸쿤 여행시장이 한 단계 성숙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멕시코관광청이 이같은 사건 예방에 대해 너무 손을 놓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지난해에도 국내 불법여행사가 신혼여행객 50여쌍에게 칸쿤 여행상품을 판매한 뒤 돈을 들고 잠적한 사건이 발생했었기 때문이다. 관광청 차원에서 비슷한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업계와 소비자를 대상으로 정식 업체 분별법, 주의사항 등을 자료로 만들어 배포하는 등의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칸쿤 허니문 사기사건 어떻게 발생했나
업계에 따르면 메가투어는 원래 동남아 여행시장에서 활동했던 랜드사다. 지난해 칸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단 소식을 듣고 홍 모씨와 함께 칸쿤 여행사업을 시작했다. 홍 모씨는 칸쿤 현지에 파모스투어를 오픈해 파격적인 요금에 칸쿤 허니문상품을 제공했다. 동남아에서 했던 것처럼 마이너스 지상비로 상품을 판매한 뒤 손님들에게 비타민 등 쇼핑을 시켜 수익을 보전하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동남아 여행객과 미주 여행객의 특성이 다른 탓에 생각처럼 쇼핑으로 인한 수익이 생기지 않았고, 거듭되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돈을 들고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서령 기자 ksr@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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