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팍 출범 20주년
명실공히 국내 럭셔리 브랜드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한 칼팍(KALPAK)이 오는 6월 20주년을 맞는다. 속속 등장하고 있는 여타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도전에도 칼팍은 꿈쩍하지 않는다. 두터운 신뢰와 그간의 명성이 바탕이다. 출범 20주년을 맞아 칼팍을 총괄 지휘하고 있는 안교욱 부장을 만났다 <편집자 주>
 
 
-상위 1% 대상, 상품 개발에 2~3개월 투자
-대한항공 이미지 넘어 자체 브랜드로 인정
-해외 소도시 여행하는 ‘세미칼팍’ 구상 중
 
-20년이 순조롭진 않았을 것 같은데
칼팍은 ‘숨은 비용이 없는 믿을 만한 최상의 퀄리티 여행 상품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1995년 1월에 브랜드를 설립하고 준비 과정을 거친 뒤 6월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창립 후 많은 시행 착오가 있었다. 1998년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는 구조 조정에 들어가면서 한진관광과 합병됐고, 칼투어 일반 상품 부서에서 칼팍을 판매했다. 이때는 직원들이 팔기 쉬운 일반 상품부터 먼저 안내를 하다보니 칼팍 상품은 판매가 힘들었다. 2000년 이후에 칼팍이 한진관광에서 하나의 부서로 독립했고 지금의 서소문동 대한항공 빌딩으로 옮긴 2008년부터 본격적인 발전기가 시작됐다. 현재 정통 칼팍 그룹과 크루즈, 허니문을 담당하는 테마 그룹 2개 그룹으로 구성돼 있고, 총 23명으로 운영된다.
 
-칼팍의 지금을 어떻게 평가하나
우리 브랜드가 어느 위치에든 포지셔닝 하는데 성공했다고 본다. 국내 여행업계를 다니며 권오상 사장님이 직접 들었던 바이기도 하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럭셔리를 전문으로 하는 호텔 체인이나 트래블 마트 등에 가면 칼팍을 알아보고, 그들이 먼저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대한항공 브랜드란 이미지도 크다
하이엔드 마켓에 포지셔닝 하게 된 데는 대한항공의 역할이 크다. 칼팍을 대한항공에서 시작한 것이기도 하고, 대한항공 자체가 가지는 명품항공사란 이미지가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3~4년 전부터 대한항공을 같이 노출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칼팍을 알아본다. 칼팍 자체적인 브랜드로도 인정받고 있다.
 
-보수적이란 평가가 있는데
사실이다. 보수적인 것이 맞다. 우리 고객 자체가 보수적인데, 그것에 맞추다보니 우리도 보수적이 된 것 같다. 고객은 본인이 노출되는 것을 꺼린다. 오히려 보수적인 운영이 고객들에게 칼팍을 신뢰하고 충성도를 높이게 하는 요소가 됐다. 

-고충도 있을 것 같다
칼팍의 타깃은 상위 1%다. 이들은 일반 고객과 다른 독특한 성향을 가지고 있고, 그들의 기대치가 얼마나 높은지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때문에 담당하는 직원들의 이해도와 정보력, 서비스 제공 수준이 매우 중요하다. 시간 투자, 열정과 도전 정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보는 부분이다. 여타 럭셔리 브랜드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실제 물량이 클 수 있으나 타깃층을 넓게 잡은 데다 상품 가격이나 콘텐츠 부분에서 칼팍과 차이가 많이 난다. 획일화 된 일반 상품, 신속한 이익 창출에 익숙한 관행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이다. 
 
-지역을 어떻게 선택하나
기본적으로는 대한항공이 직항을 운항하는 지역, 여행 인프라를 갖춘 곳을 선택한다. 대한항공의 취항지라 하더라도 칼팍 수준에 맞지 않아 확신이 들지 않으면 상품을 만들지 않는다. 무엇보다 과연 이 상품이 고객들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지가 가장 중요하다. 남들에게 없는 일정과 지역, 접근하기 어려운 곳들을 찾아내야 하는 이유다. 
 
-상품 개발 시 어려운 점은
고급 콘텐츠일수록 취소료 규정이 까다롭다. 또 호텔들과 직계약을 통해 거래하는데, 계약을 맺어도 실적이 없으면 재계약을 하기가 어렵다. 선투자를 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사전판단이 매우 중요하다. 

-깊이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들었다
과연 한국 럭셔리 시장의 규모가 어디까지일지, 럭셔리 고객에게 서비스란 과연 어느 정도인지가 고민이다. 또 하나, 세계적인 럭셔리 트렌드를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럭셔리 시장은 매우 무궁무진하고 깊다. 항상 새로운 콘텐츠와 보다 더 럭셔리한 것들이 등장한다. 때문에 직원들이 수시로 여러 루트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데, 얼마나 깊이 있게 파악하고 우리 상품으로 소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래서 보통 일반 상품들은 새로운 일정과 견적을 만들어 내기까지 2~3일이면 충분하지만, 칼팍은 신규 상품을 만드는 데 2~3개월이 소요된다. 
 
-변화되는 부분이 있다면
일반 여행이 그렇듯이, 럭셔리 여행도 FIT가 대세다. 칼팍은 올해 처음으로 장거리 패키지를 4인 출발 상품으로 변경해 출시했고, 동남아나 일본, 중국 등 단거리는 2인 출발 상품도 출시했다. 출발 인원수를 조정하니 행사가 취소되는 경우가 적어져서 대리점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프라이빗하게 여행하고 싶은 고객들에게도 성공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제 2의 브랜드인 세미칼팍(SEMI-KALPAK)의 필요성도 느끼고 있다. 세미칼팍은 매력적인 해외 소도시 상품이다. 칼팍이 그 지역의 최고급 럭셔리 호텔을 쓴다면 세미칼팍은 그보다 성급이 낮은 호텔을 쓴다. 소도시인만큼 호텔 인프라가 조금 부족하거나, 실제 시설은 좋더라도 규모가 작아 성급이 낮은 경우가 있어서다. 상품군을 다양한 등급으로 구성하려는 준비의 일환이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