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비수기라 상대적으로 혼란은 적어
-여행사 ‘관광협회·KATA 무대응 서운해’ 
 
프랑스 파리에서 지난 13일(현지시간) 발생한 대규모 테러의 영향으로 여행업계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테러 소식이 보도되자마자 서유럽 여행상품 예약자들이 무더기로 여행을 취소했고, 신규 예약자는 크게 줄었다. 여행사들은 “예상했던 반응이고, 비수기여서 그나마 다행”이라며 애써 침착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잇따르는 고객들의 여행 안전 관련 문의와 항의 탓에 순탄치 않은 시간을 견디는 모습이다.

하나투어의 경우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닷새 동안 총 364명이 파리 테러를 이유로 서유럽 여행상품 예약을 취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11월 출발 예정이었던 고객이 121명으로, 전체 취소자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모두투어, 한진관광 등 타 패키지 여행사들도 출발이 임박한 서유럽 상품을 중심으로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자유여행 전문여행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파리 일정이 포함된 여행을 예약한 여행객들이 무더기로 취소를 요청했고, 신규 예약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는 곳들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출발일에 임박해 예약 취소를 요구하는 고객 중 상당수가 위약금을 내지 않겠다고 항의하는 데 있다. 정부는 지난 14일 파리와 일드프랑스 지역에 여행경보 2단계인 ‘여행자제’에 해당하는 황색경보를, 그밖에 프랑스 지역에는 여행경보 중 가장 낮은 1단계인 ‘여행유의’에 해당하는 남색경보를 발령했다. 이를 이유로 위약금 지불을 항의하는 여행객이 많다는 것. 한 여행사 유럽팀장은 “법적으로 여행경보 3단계인 ‘철수권고’나 4단계인 ‘여행금지’가 아닌 이상 위약금을 내도록 되어 있다”면서 “여행사들도 땅 파서 장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위약금을 받지 않을 경우 피해가 막대한데, KATA나 서울시관광협회가 이같은 입장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내주지 않는 것이 서운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여행업계는 이번 테러로 인한 영향이 장기화되진 않을 것이란 희망 섞인 예측을 내놓고 있다. 하나투어는 테러 이후 첫 평일이었던 16일과 17일에는 취소 문의가 빗발쳤지만 18일부터는 취소가 줄기 시작했고 신규 예약자도 테러 이전의 절반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밝혔다. 프랑스 파리 내 박물관 등 주요 관광지들도 모두 운영을 정상화한 상태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최근엔 매스컴의 뉴스만 듣고 무조건 여행을 취소하기 보다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현지 상황을 접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여행객들이 늘어난 것 같다”면서 “무작정 취소를 요구하기보다 현지 열차, 관광지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문의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고서령 기자 ksr@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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