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 할까? 아니면 참고 기다려봐? 
지난주 평일 오후 삼성역에서 지하철을 내려 출구로 올라가는 계단에 잠시 서 있게 됐다. 앞서 가던 젊은 남자가 계단을 오르다 중간에 갑자기 멈춰 서서 스마트폰에 양 손의 엄지와 검지를 부지런히 날리는 중이었다. 자동차도 언덕을 오르다 아무 이유 없이 문득 멈추면 뒤에 오던 차가 경적을 울린다. 안전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 언제까지 하나 보자, 싶어 가만히 기다렸다. 내 뒤로 사람들이 양 옆으로 갈라지며 제각기 바쁜 걸음으로 계단을 올랐다. 몇 십초가 지나자 메시지 날리기를 마쳤는지, 뒤 꼭지만 보인 남자는 뒤도 안 돌아보고 여전히 스마트폰에 코를 박은 채 출구를 빠져나갔다. 자신이 주변에 어떤 피해를 줬는지 알 리가 없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14개 철도운영기관이 운영하는 지하철에서의 안전사고는 해마다 늘고 있다고 한다. 지하철역 내 생활안전사고를 유형별로 보면 에스컬레이터 사고가 전체의 30%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 승강기 사고(29%), 승강장 발빠짐 사고(15%), 계단사고(17%), 안전문 끼임을 비롯해 열차와 접촉 등 기타 안전사고가 25%로 집계됐다. 헌데 철도운영기관들은 지하철역 내 안전사고가 승강장과 열차 간 넓은 간격 등 시설적인 결함에서 발생하기보다는, 이용객의 부주의와 걸어 다니면서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것이 주원인이라고 밝히고 있다. 굳이 이런 조사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스마트폰으로 인한 사고위험 가능성은 길거리나 지하철에서 매일 목격된다. 

새해 들어 내가 제일 먼저 한 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이 스마트폰에 깔린 SNS 앱과 평소 잘 사용하지 않는 앱을 대청소하는 일이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혹은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습관처럼 이들 SNS를 들여다보다 어느 날 문득 ‘내가 지금 남의 사소한 일상에 왜 이리 집중할까’ 싶어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꼭 알아야 할 사항도 아니며 몰라도 상관없는 내용이 태반이다. 시도 때도 없이 SNS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는 나이가 됐기도 하고, 무엇보다 대용량 앱 때문에 스마트폰의 속도가 느려진다. 대신 이런 SNS는 하루 한 번 정도 집에 돌아와 노트북 컴퓨터로 확인하면 된다. 내가 다운받지도 않았는데 (스마트폰 업체나 통신사에서) 나 모르게 자동으로 깔린 앱을 삭제하려니 ‘강제로 앱을 종료하면 예기치 않은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는 경고문이 뜬다. 그 협박(?)에 겁먹은 나는, 이마저 지워버리면 정말 심각한 문제가 생길까봐 삭제를 철회, 내 보기엔 불필요한 앱이 여전히 수두룩 깔려있는 상태다. 

SNS 이용 패턴을 보면 특히 중년 이용자들은 자꾸 커뮤니티를 만들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스스로를 외롭게 놔두는 게 두려워서인데, 결국 내 삶의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관심을 얻으려고 관심을 주면서 관심을 구걸한다. 트위터에 리트윗을 하고 페이스북에 ‘좋아요’를 누르는 것은 ‘나한테도 관심을 보여 달라는 호소’라는 분석은, 그래서 매우 설득력 있게 들린다. 지하철이나 거리, 버스 안에서 꼭 필요한 일로 SNS를 하는 건 물론 권장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대부분 TV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등 비생산적인 일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는 것 같다. 스마트폰이 실상은 이용자를 스마트하지 않은 사람으로 몰아가고 있는 셈이다. ‘톡’을 제외한 여러 앱을 삭제한 요즘은 지하철에서 자리를 잡으면 책부터 펼쳐든다. 사무실이나 집에서 책을 읽을 땐 이런저런 일로 중단되기 일쑤인데 지하철에서는 집중이 잘 된다. 그러다 눈이 아프면 잠시 눈을 감거나 다른 생각에 빠지거나, 아니면 잠깐 졸기도 한다. 

나이를 먹으면서 마음이 편해진 건, 인간관계에 대한 스트레스를 스스로 줄이는 게 가능하면서부터다. 요즘엔 만나기 싫은 사람은 안 만난다. 단, 업무상 만나야 할 사람은 대부분 만나기 싫은 사람이 아니다. 사람들을 만나지 않는다고 해서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이제는 보다 나에게 집중하고 싶다. 자신에게 충실한 삶을 살려면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혼자 있는 외로운 시간을 잘 견뎌야 성찰이 가능한데, 그게 안 되는 사람은 모임이나 SNS 등 이른바 ‘관계’로 도피하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진정으로 뭘 하고 싶은지 살피고 실행하려면 나 자신과 오롯이 마주하는 시간을 늘려야한다. 그런 성찰을 한 후에 좋아하는 걸 하든가 좋아하는 분야를 공부하면 정말 행복해진다. 백세 시대다. 롱 런(long run)하려면 롱 런(long learn)해야 한다. 
 
맥스컴 대표 maxcom10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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