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기편은 사고처리능력 등 규정 없어
-보유 항공기 1대 뿐 알면서도 판매 강행
-국토부 “사고 발생시 대응 대책 접수 고려”

타이어 펑크로 시작된 씨에어의 결항이 10일 넘게 이어지면서 신생 LCC에 대한 보다 엄격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씨에어는 지난 4월14일 칼리보 공항에서 타이어에 펑크가 나는 사고로 결항했다. 보유한 항공기가 1대 뿐이었기 때문에 대체편을 투입할 수 없었고, 승객들은 공항에 발이 묶인 채로 대기하다가 호텔을 잡거나 다른 도시로 이동해 한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이 사고로 공항 활주로가 폐쇄되는 바람에 여타 항공사들의 운항편도 줄줄이 지연 및 결항되면서 피해 규모는 더욱 커졌다. 이번 사고 여파로 약 800여명의 승객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씨에어 측은 한국의 피해보상 규정에 따라 보상을 진행하고, 사고로 인해 발생한 숙박 및 교통편에 대한 피해도 접수해 보상절차에 따라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국토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4월26일부터 정상적으로 운항을 재개하겠다고 여행사에 관련 공문을 발송한 상황이다. 하지만 여행사들은 이미 모객 타이밍을 놓친 상황에서 26일 운항 재개가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이번 사건은 신규 LCC의 취항을 대하는 여행시장의 안일함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우선 타이어 펑크가 난 씨에어가 평소 항공기 안전점검을 제대로 진행해 왔는지를 확인해봐야 한다. 보유 항공기가 1대 뿐임에도 문제 상황 발생을 가정한 비상 대책이 없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정부의 느슨한 부정기편 관리도 점검이 필요하다. 국토부 확인 결과 신규 항공사의 부정기편 취항을 결정할 때, 항공기 보유 대수나 문제 발생 시 대처 방안 등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었다. 국토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대체기가 없더라도 항공사 측에서 취항 전 다른 항공사 등과 협의해 제반 대책을 마련해 두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평가하면서 “향후 부정기편이라 할지라도 사고 발생 시 대책에 관한 계획을 접수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안 요소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판매를 강행한 여행사도 이번 사건에서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다. 올 초 씨에어의 취항 논의가 있었을 당시 여행사들은 보유 항공기가 1대 뿐이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크다는 데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결국에는 중대형급 여행사 다수가 판매에 참여했다. 

위험을 감수하고 무리하게 판매를 강행한 배경은 결국 수익이다. 같은 노선에 취항 중인 여타 항공사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항공가가 풀렸던 것이다. A여행사 관계자는 “여행사가 항공가에 5~10만원을 더 붙여서 팔아도 기존 항공료보다 경쟁력이 있었다”며 “결국 중간 수익을 크게 얻을 수 있으니 여행사들이 뛰어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항공의 경우 소비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수익을 위해 어느 정도의 위험은 부담하겠다는 발상은 손님의 안전을 담보로 하는 무책임한 정책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또한 시장 점유율을 의식한 대형 여행사의 과도한 경쟁도 중소여행사들이 씨에어에 눈을 돌리게 된 이유다. ADM 계약으로 보라카이 노선의 좌석이 대부분 묶이다보니 자리가 없어 보라카이 상품을 기대만큼 많이 팔 수 없던 상황이라 해당 항공편을 판매했던 중소여행사들에게는 씨에어의 취항이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비슷한 사건이 계속 재발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높다. C 관계자는 “과거에도 안전 문제로 인한 사고들이 있어왔지만 개선되는 것 같지 않다”며 “씨에어 뿐만 아니라 또 다른 항공사도 항공기 보유수가 1~2대에 불가한 상황인데 보라카이 취항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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