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고 긴 페어웨이는 그린을 향해 내달리다 그 너머 푸른 바다로 스며들었다. 라운드 내내 샷은 그 바다를 겨눴다. 무모하지만 호기롭게! 퍼시픽블루CC에서는 누구나 홀가분했다. 

 
●여러모로 한국인 취향저격
 
퍼시픽블루CC(Pacific Blue Country Club)는 여러 면에서 한국인 취향에 부합한다. 우선 접근성이 좋다. 인천공항에서 1시간30분 정도의 비행이면 일본 오이타공항에 내리고, 다시 자동차로 20~30분이면 퍼시픽블루CC에 닿는다. 오며 가며 진 빼는 부담에서 자유롭다. 제주도와 비슷한 위도이고 온난한 해양성 기후라는 점도 사계절 골프장으로서의 매력을 높이는 요소다.

넓고 시원시원하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일반적으로 18홀 규모의 골프장을 조성하는 데 99만㎡(30만평)의 부지가 필요하다는데, 퍼시픽블루CC는 그 두 배 크기에 달한다. 18개의 홀이 다닥다닥 들러붙어 있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자유롭고 또 여유롭겠는가! 자유로운 공간 활용은 퍼시픽블루만의 독특한 레이아웃으로 이어졌다. 클럽하우스 역시 넓은 부지를 맘껏 차지하고 들어섰다. 세계에서 가장 긴 클럽하우스로 기네스북에 올랐다고 하는데 지금도 유효한지는…. 

숙박시설은 이국적인 색채로 시선을 끈다. 오렌지색 기와지붕과 밝은 빛 외벽이 영락없이 스페인 별장이다. 이 골프장을 설계한 스페인의 세베 바에스테로스(Seve Ballesteros, 1957~2011)에 대한 존경의 산물이다. 브리티시 오픈 등 메이저 골프대회에서 5번이나 우승한 프로 골퍼로 ‘스페인 골프의 전설’이라 불린다. 그는 퍼시픽블루에 자신의 이상과 경험을 결집했다며 플레이할 때마다 드라마틱한 감동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자신했다. ‘각 홀마다 전략을 심고 항상 도전정신이 생겨나는, 결코 중급 수준에 머물지 않는 코스’, 그게 바로 퍼시픽블루다. 

골프장 이름에서 짐작했을 수도 있겠지만 푸른 태평양도 퍼시픽블루의 일부다. 큼과 작음의 차이만 있을 뿐 18개 홀 중 한 두 홀만 빼고 거의 모든 홀에서 바다가 일렁이며 동행한다. 세베 바에스테로스가 이곳을 이상적인 위치라고 했던 이유도 푸른 바다에 대한 동경 때문이었을 것 같다. 찬연한 햇빛에 맑게 빛나는…. 그의 말마따나 바다를 향해 친다는 것은 묘미다. 
 
 
●바다를 향해 샷을 한다는 묘미
 
변변찮은 실력에 덥석 챔피언 티 제안을 물었던 게 실수였다. 언뜻 보기에 페어웨이는 넓기만 했고 그린은 가깝기만 했다. 실제는 달랐다. 공은 주름진 구릉이 되풀이되는 러프로만 향했고, 결정적인 곳에서 입을 벌리고 있는 벙커에 빠졌으며, 전혀 보이지 않다가 불쑥 나타난 해저드로 사라졌다. 수시로 세기와 방향을 바꾸는 바닷바람도 돌발 악재였다. 평탄해보였던 언덕들은 막상 마주하니 높낮이 변화가 그렇게 심할 수가 없었다. 그러잖아도 벅찼을 텐데 무려 챔피언 티에서 티샷을 했으니 고충도 그만큼 커졌다. 전장 7,085야드(화이트 티 기준 6,544야드)는 그야말로 길었다. 파5 롱홀 4개 모두 500야드 이상이었는데 가장 긴 홀은 555야드에 달했고, 400야드를 훌쩍 넘는 파4 홀도 일곱 개에 달했다. 파3 홀도 마찬가지였다. 4개 중 3개가 200야드를 넘나들어 드라이버를 만지작거리기도 했다. 

반전의 매력이랄까, 고충이 심할수록 묘미가 커졌다. 인상적인 코스가 저절로 머릿속에 각인됐다. 아웃코스 3번 파4 홀, 해변 골프코스 특유의 상쾌함이 가득했다. 페어웨이 중앙에 도사린 벙커와 그린 코앞의 벙커가 부담을 키웠지만, 푸른 바다가 응원했다. 인코스 17번 파3 홀은 퍼시픽블루의 시그니쳐 홀(Signature Hole), 그러니까 간판 격의 홀이었다. 코스 설계자인 세베의 이니셜 ‘S’를 형상화화 워터 해저드가 그린을 휘감고 돌았다. ‘원 온’에 대한 강렬한 욕구, 욕심, 객기…. 결과야 뻔했지만 대수겠는가, 그저 맘껏, 주저 없이, 호쾌하게 샷! 앙증맞은 노루 한 쌍이 팔짝팔짝 필드를 가로지었다.
 
 
퍼시픽블루 한국사무소 재정비
퍼시픽블루CC는 1991년 18홀 규모로 개장했다. 최근 한국 IT기업이 인수해 일본식 운영 방식에 한국적 서비스를 가미했다. 한국TV를 시청할 수 있고 대형 노래방 등의 시설을 갖췄다. 한국사무소도 재정비했다. 오랜 동안 퍼시픽블루 한국사무소 역할을 담당했던 양주열 소장(골프박사 대표)이 10월부터 다시 그 역할을 맡았다. 퍼시픽블루 양주열 소장은 “IT 기반인 모기업의 장점을 살려 클럽하우스와 객실에서도 무료 와이파이가 가능하도록 작업하고 있으며, 대형 인센티브 행사가 가능하도록 세미나실과 연회시설도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고 밝혔다. www.golfbaksa.com 02-785-1777
 
교통  
인천-오이타 노선에 티웨이항공(TW)이 매주 월·수·목·토요일 주 4회씩 취항하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오후 2시45분 출발해 오이타공항에는 4시15분에 도착하며, 돌아오는 편은 오이타공항에서 오후 5시15분에 출발해 인천공항에는 6시55분 도착한다. 
 
숙박시설  
별장 형태의 로얄빌리지 24동은 110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2인실과 4인실, 8인실로 구성돼 있어 가족 및 소모임 숙박에 적합하다. 가든빌리지 56동은 112명을 수용하며, 나선형 계단의 방 등 3가지 유형으로 구분돼 있다. 2인실이어서 연인과 부부에게 어울린다.
 
일본 오이타 글·사진=김선주 기자 vagr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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