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최대 여행 박람회인 ‘티앙기스 투리스티코 멕시코 2018(Tianguis Turistico Mexico 2018)이 4월16일부터 18일까지 멕시코 시날로아(Sinaloa) 주의 마사틀란(Mazatlan)에서 열렸다. 올해로 43회째를 맞은 이번 박람회에는 전 세계 63개국에서 총 1,514명의 해외 바이어와 멕시코 국내 서플라이어들이 참여해 행사 기간 동안 4만 4,714건의 비즈니스 미팅이 성사됐다. 이는 87개국, 1,608명의 바이어가 참여한 지난해 행사보다는 다소 떨어진 수치였지만, 오히려 미팅 건수는 전년대비 700여 건이 늘어났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박람회장에는 ‘죽은 자의 날'을 콘셉트로 해골 장식이나 가벽을 세운 부스들도 많았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던 문도 마야 부스
박람회가 막 시작된 첫날 아침, 컨벤션 센터 내의 분위기

티앙기스 투리스티코가 멕시코 각 주의 여행상품과 다양한 정보를 한 자리에서 만나고 바이어들과 1대1 미팅을 통해 새로운 상품이나 사업까지 논의하는 자리인 만큼, 4박5일 동안 박람회장은 많은 관계자와 바이어, 탐방객들로 북적였다. 멕시코의 31개주가 참여해 만든 부스에서는 각 주와 도시가 가진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유산, 역사, 음식, 전통 등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자료와 소품을 전시하고, 요리 시연, 다양한 상품 판매도 이루어졌다. 부스를 돌며 필요한 정보를 얻고, 체험하고 미팅을 하는 것이 다가 아니었다.  

마사틀란 컨벤션 센터의 세미나실에서는 멕시코 여행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의 세미나가 39건 이상 열렸다. 애플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의 컨퍼런스를 시작으로, 문도 마야 국가 장관들의 패녈 세션, 멕시코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 직원들을 전문가로 교육하는 ‘비짓 멕시코 유니버시티 ‘프로그램’ 론칭 설명회 등이 특히 주목을 끌었다. 로스카보스, 케레타로 등 특정 주가 주최하는 오찬과 저녁 만찬, 파티도 이번 박람회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었다. 막대한 예산과 투자를 진행 중인 로스 카보스 주의 오찬, 과나후아토와 케레타로, 아과스칼리엔테스 등지에서 참여한 멕시코 문화파티, 마리나 엘시드 호텔이 주최한 야외 파티 등도 줄줄이 이어졌다. 

마사틀란의 아름다운 올라스 알타스(Olas Altas) 해변에서 펼쳐진 개회식과 저녁식사는 특히 성대했다. 멕시코 엔리케 페냐 니에토(Enrique Pena Nieto ) 대통령도 참석한 행사인지라 시작 전까지 경비가 삼엄했지만, 시날로아 주지사의 환영인사와 대통령의 기념사, 저녁식사가 이어지면서 분위기는 점점 들떴다. 특히 마사틀란 카니발 퍼레이드와 해상 전투쇼, 오페라와 클래식 연주 등의 문화콘서트, 그리고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지며 해변의 파티는 절정에 달했다.  
 
멕시코 남서부에 위치한 게레로 주의 부스 장 외관
박람회가 열린 4박 5일동안 39건의 다양한 세미나도 열렸다
컨벤션 센터 앞에 세워진 멕시코 조형물
마사틀란의 해변, 호텔, 마리나 등 다양한 장소에서 밤마다 열린 애프터 파티
 
로스 카보스·푸에르토 바야르타 등 인기 상승
 
이날 개회식에서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멕시코는 그동안 관광 부문에서 특히 큰 성과를 거두었고, 국가적으로도 많은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유엔 세계 관광기구(UNWTO)가 집계한 순위에서 2013년 세계 15위였던 멕시코는 올해 6위의 관광 주요국으로 뛰어올랐습니다. 국제 관광기구의 공식 순위가 곧 발표되겠지만,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먼저 이 사실을 발표하고 싶습니다.”라며 세계관광대국 6위에 오른 성과를 미리 축하했다. 지난해 멕시코를 다녀간 관광객의 숫자는 3,930만명, 전년대비 12% 증가한 수치였다. 관광산업이 국가 GDP의 8.5%를 차지하는 멕시코는 괄목할 만한 관광산업의 성장으로 그동안 1천만 개의 직간접적인 일자리가 창출되었으며, 그 중 60%는 여성과 젊은 사람을 위한 것이었던 점도 주목받았다. 

그 가열찬 성과를 증명하듯, 본격적으로 시작된 박람회장의 열기도 뜨거웠다. 멕시코 각 주에서 설치한 부스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저마다의 지역색과 매력을 알리고 새로운 상품개발 미팅도 이어졌다. 박람회 기간 중에는 멕시코 전역의 전통의상과 수공예품, 음식, 예술품 등도 집약적으로 모였다. 탐방객들은 부스마다 전통의상을 입은 전문 스태프들과 사진도 찍고, 전통음식도 먹으며 행사를 즐길 수 있었다. 특히 멕시코의 전통명절인 ‘죽은 자의 날(Dia de los Muertos)'을 주제로 한 영화 <코코>의 흥행으로, 해골 분장과 장식들이 부스마다 많이 차용됐다. 영화에 등장했던 하얀 기타가 조형물로 세워졌고,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많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멕시코를 찾는 가장 큰 시장이 여전히 미국과 캐나다지만, 지난해에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여행객도 20% 이상 증가했다는 점이다. 한국 역시 지난해 아에로멕시코의 직항 노선이 생기면서 전년 대비 멕시코를 찾는 여행객이 18.5% 증가했는데, 이는 16.2%의 중국이나 18.3%의 일본 관광객 증가율을 넘어선 수치다. 특히 올초 1월과 2월에 멕시코를 찾은 한국 여행객은 1만5,7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8%나 올랐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여행지는 멕시코시티와 칸쿤이지만, 멕시코의 새로운 럭셔리 해변 휴양지인 로스 카보스와 <코코>의 흥행에 힘입어 과나후아토를 비롯한 산 미겔 데 아옌데, 케레타로 등 멕시코의 오래된 콜로니얼 도시들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멕시코 정부에서도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 띄우고 있는 로스 카보스는 바하 캘리포니아 남의 한적한 해안과 황량한 사막이 공존하는 고급 휴양지로, 한국에서는 칸쿤을 대체할 만한 럭셔리 허니문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반면 미국과 캐나다, 유럽 여행객에게는 푸에르토 바야르타가 최고의 여행지로 꼽힌다. 이번 박람회에서 만난 미국과 캐나다 기자들도 가장 선호하는, 그리고 가고 싶어하는 여행지로 줄기차게 이야기를 했는데, 이는 북미인들이 은퇴 후 정착하고 싶은 곳으로 유명한데다 추운 겨울을 보내는 대체 휴양지로 인기가 많기 때문이다. 태평양 바다를 마주한 황금빛 모래사장과 산과 정글, 아직 때묻지 않은 콜로니얼 도시가 어우러진 푸에르토 바야르타는 로스 카보스와 함께 이번 박람회에서 가장 많이 주목받는 여행지였다. 한편 내년 티앙기스 투리스티코는 2016년에 열렸던 아카풀코에서 다시 열린다. 
 
마사틀란의 올라스 알타스 해변에 세워진 도시 이름 조형물
소르마 호텔앤 리조트 주최의 기자 만찬이 열린 엘 프레시디오 레스토랑
마사틀란 구시가지의 저녁 골목 풍경
 
●마사틀란의 올드시티와 마법의 도시 ‘엘 로사리오' 

올해 ‘티앙기스 투리스코 2018'이 열린 도시 마사틀란 또한 여행지의 매력이 가득하다. 멕시코 중북부의 서쪽에 있는 시날로아 주의 도시로, 올라스 알타스 만이 내려다보이는 반도에 있다. 멕시코에서 가장 큰 태평양 항구가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긴 21km에 달하는 방파제도 갖고 있다. 아바나의 말레콘에 비할 바가 아니다. 오른쪽으로는 태평양의 파도가 넘치는 모래사장 해변이, 왼쪽으로는 다운타운의 낮은 건물과 호텔들이 길게 이어진다. 해변의 도시답게 해산물 요리도 무척 풍부하다. 새우와 참치가 특히 많이 잡혀 이를 이용한 전통음식이 발달했다. 
 
엘 로사리오의 가장 유명한 교회
멕시코 대표가수 로라 벨트란을 기리는 작은 박물관
바로크 스타일의 화려한 제단이 있는 로사리오 교회
 
시간이 멈춘 도시를 여행하는 법
 
세계적인 수준의 해변 도시이지만, 구시가지로 들어가면 식민지 시대의 오래된 건축과 골목도 그대로 남아있다. 바로 이 점이 마사틀란의 큰 매력으로 꼽힌다. 대규모의 휴양 리조트로 꾸며진 엘 시드( El Cid) 그룹 호텔과 인피니티 풀을 자랑하는 더 로컬(The Local) 등 호텔이 즐비한 해변만 발달한 것이 아니라 해변 반대편으로 숨은, 오래된 골목에서 식민지 도시의 오래된 색과 건축을 만날 수 있다는 것. 도시에서 30분만 나가면 현지인들이 피크닉을 가는 큰 호수와 숲도 펼쳐진다. ‘사슴의 땅'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 마사틀란의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박람회 기간 중에는 기자들을 위한 반나절 투어도 진행되었다. 목적지는 ‘마법의 도시(Magic Town)'라 불리는 엘 로사리오(El Rosario). 차를 타고 50여분 정도 이동하는데 황량한 사막지대를 지나니 매우 소박한 시골도시 느낌의 엘 로사리오가 여행객을 맞았다. 엘 로사리오는 오래된 광산 마을로 한때는 멕시코 남서부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로 꼽혔지만, 지금은 조용한 ‘마법의 도시'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마법의 도시는 멕시코 정부가 2001년부터 주도한 관광 프로그램으로 독특한 전통과 역사, 축제, 훌륭한 음식문화가 있는 도시를 선정해 보존하고 지원하는 사업이다. 매직타운으로 선정되면 더이상 개발을 할 수 없으며, 식민지 시대의 건축과 유산을 보존하는데 드는 모든 비용과 생활자금을 지원받는다. 엘 로사리오가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전해주는 이유다. 

엘 로사리오는 바하 반도에 시작된 8곳의 선교 활동 중 첫번째 지역이었으며, 이에 따른 역사적인 교회도 남아있다. 로사리오 교회는 1767년에 완성되었지만, 땅 밑에 광산 터널이 계속 늘어나면서 지반이 약해지자 돌 하나하나를 모두 옮겨 지금의 자리로 오게 됐다. 바로크 스타일의 제단이 특히 유명한데, 내부의 정면에는 예수상을 비롯해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성 미카엘 대천사 등 중요한 성자들이 황금빛으로 빼곡하게 조각되어 있다. 멕시코의 국민가수인 로라 벨트란(Lola Beltran)의 고향으로도 유명하다. 그녀의 작은 박물관에 도착하면 한가로운 마당 안으로 그녀가 부른 란체라 음악이 은은하게 흘러나온다. “쿠쿠루쿠쿠~”로 시작하는 유명한 멕시코 노래의 주인공이다. 세계적인 그녀의 명성을 생각하면 이 작은 박물관은 너무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다. LP 판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70년대로 돌아간 듯한 음악의 향수만이 성급한 여행자의 판단을 달래준다. 
 
멕시코 글 사진=이동미  Travie writer   취재협조=멕시코관광청 www.visitmexi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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