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동의 섹시한 호텔] ‘방팔이’와 ‘분양호텔’
[유경동의 섹시한 호텔] ‘방팔이’와 ‘분양호텔’
  • 유경동
  • 승인 2019.01.2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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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동 대표
유경동 대표

사용되는 언어는 환경을 반영하는 것이니 그 언어를 들여다보는 것도 현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호텔 용어는 ‘건방’을 동반한 영어단어 위주다. 오랜 기간 한국 호텔 산업을 자국 브랜드 호텔보다 외국계 호텔이 주도한 이유도 있고 무엇보다 한글화가 안 된 외국계 시스템을 사용하니 대부분의 호텔용어는 자연스럽게 영어가 중심이 됐다. 


약 10년 전 호텔산업의 새로운 용어가 탄생했으니 그게 바로 자조 섞인 ‘방팔이’였다. 거친 용어지만 이 용어가 함의한 호텔 산업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았다. 갑작스럽게 열리기 시작한 중국 시장의 단체여행객 증가로 이들을 수용할 호텔이 필요해졌고 중국시장에 영민하게 움직이는 몇몇 인물들은 돈을 만드는 특별한 기술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좋은 상품에 만족도를 높이기보다는 누구보다도 싼 가격에 단체를 수용할, 그저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이 커다란 자산이 돼버렸다. 흔한 진행과정인 호텔과의 가격협상이나 호텔의 서비스는 필요 없었다. 중국 단체 관광객은 아무데서나 잘 자는 물량으로 규정됐고 이들을 중국에서 모아 보내는 현지의 여행사도 한국에서 핸들링을 해주는 랜드사도 이 부분에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결국 중국단체 전문 객실 공급 개발업자가 ‘방팔이’다. 방팔이는 우선 호텔이 아닌 중심지 외곽의 건물주나 자본을 소유하고 있는 사업주를 만나 중국의 거래처가 1년에 수천 명을 본인에게 보내니 호텔을 하나 지으면 높은 가동률로 월세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현실적인 제안을 하기 시작했다.

언론에서 수시로 나오는 중국 단체관광객의 방한 러쉬 소식과 안정적인 투숙객 공급 약속 그리고 호텔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많은 사업주들이 자금을 모으고 건물을 올리고 간판을 달았다. 중국여행사와 긴밀한 관계이거나 내부인물이기도 한 방팔이들은 4-5만원대의 신규건물 객실을 중국단체에 공급하고 여행사들은 이들을 통해 저가 단체 객실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며 서로의 이해관계를 잘 맞춰 나갔다.

중간에 일정부분을 본인의 수익으로 받아가기도 하고 건축단계에서 본인의 자금을 일부 넣고 복잡한 동업관계를 유지하며 이익을 취하기도 했지만 그 관계는 오래가지 않았다. 건축상의 문제가 들어나는 곳들도 나오고 더 싸게 객실을 공급하는 마이너리그 숙박업소간 치열한 경쟁도 시작되고 무엇보다 허가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방팔이의 조언에 따란 급하게 지어진 건물들이 법적인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10여년 전 호텔관련 소송 건들의 대부분은 레지던스라는 간판으로 외곽 구석구석 세워진 숙박시설들과 이 방팔이들과의 분쟁이었다. 이때부터 그들을 조롱 섞인 말로 방팔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니 지나가는 해프닝일 줄 알았던 그런 현상들은 전국적으로 싹트기 시작했다. 중국 단체가 밀려오는 제주도가 그랬고 서울 외곽의 도시들의 상당히 많은 건물들이 분쟁을 경험해야 했다. 


세월은 흘러 그 씨앗의 자양분이 된 한국관광산업 애증의 키워드인 ‘중국 단체관광객’은 호텔 산업의 새로운 신조어의 배경으로 영향력을 유지한다. 그것이 바로 '분양호텔'이다. 최근 몇 년간 제주와 지방 곳곳에 분양호텔들이 들어섰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새로운 한국형 호텔건설 자금 확보책일 수도 있고 이것들이 성공하면 우리 스스로 좋은 호텔 사업 모델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기대는 지금도 갖고 있지만 분양호텔의 현실은 참담하다.

사업의 특성상 단기적인 수익을 낼 수 없고 호텔서비스를 통한 브랜드 성장으로 인한 수익화가 기본인 호텔산업에서 분양호텔은 단박에 분양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업주, 시행사, 건설사의 속내와 중국단체 관광객이 몰려와 계약서에 적힌 7~8%의 수익을 받을 것이라는 수분양자의 욕심이 뒤섞여 호텔운영의 현실은 보이지 않은 채로 분쟁의 늪에 빠져 버렸다. 어디는 시행사를 바꿔가며 억지로 운영을 해가고 어디는 문을 닫는 곳도 나타났다.

지금 호텔산업의 분쟁과 소송은 이전 방팔이에서 변형되고 대규모화된 ‘분양호텔’이다. 전혀 다른 것 같지만 그 뿌리는 같다. 방팔이 시대 호텔산업에 불어온 불씨에 우리는 심사숙고하며 방향을 논의하고 합의해야 했다. 2019년 우리는 여전히 분양호텔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또 방치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2019년 한국호텔 산업에게는 이상한 키워드를 대신할 새로운 단어들이 공유되고 집중됐으면 한다.
 

유경동
(주)루밍허브 대표 kdyoo@roominghu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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