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수의 잘 팔리는 세일즈] ‘방망이 깎는 젊은이'의 ‘개별패키지 자유여행’
[오형수의 잘 팔리는 세일즈] ‘방망이 깎는 젊은이'의 ‘개별패키지 자유여행’
  • 오형수
  • 승인 2019.04.15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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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수
오형수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더 깎고 있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타야 할 차 시간이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초조할 지경이었다. “더 깎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주십시오”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이 되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살 사람이 좋다는데 무얼 더 깎는다는 말이오? 노인장, 외고집이시구먼. 차시간이 없다니까요.” 노인은 퉁명스럽게, “다른 데 가서 사우. 난 안 팔겠소”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차 시간은 어차피 틀린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중략) 집에 와서 방망이를 내놨더니 아내는 이쁘게 깎았다고 야단이다. 집에 있는 것보다 참 좋다는 것이다.


윤오영 작가의 <방망이 깎던 노인>의 내용 중 일부다. 수필 속 노인의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깐깐하고 융통성 없는 전략이 바로 ‘즉시 생산 전략(JIT, just in time)’ 생산방식이다.  JIT 생산방식은 자동차회사 도요타 성공 신화의 원동력으로 ‘필요한 것을, 필요한 만큼, 필요한 때’에 생산해 재고를 줄이고 원가를 절감하는 전략을 말한다. 여행업의 가장 큰 문제는 자존감과 장인정신이 가득한 여행업의 ‘방망이 깎던 노인’이 사라진 것이다. 방망이 깎던 노인과 달리 방망이를 깎는 기술은 없고 팔아서 수익을 남겨야 하는 젊은이들은 제값을 받지 못하고 손님에게 먼저 가격 흥정을 한다. 또한 방망이의 품질 보다는 판매와 수익이 최우선이라 낮은 가격을 유지하기 위한 무리한 원가절감으로 품질을 관리하지 못해 손님의 신뢰를 잃었다. 게다가 잃어버린 손님을 되찾기 위해 더 낮은 가격으로 방망이를 판매해 또 다시 수익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의 늪에 빠졌다.

‘방망이’라는 단어를 ‘여행 상품’으로 바꾸어 보면 여행업의 문제가 한눈에 보인다. 대량 생산과 대량 판매를 위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낮은 가격으로 손님을 유혹하는 방식은 과거의 전략이다. 이제는 대량 생산과 대량 판매를 하면서도 동시에 고객의 개별적인 요구를 즉시 반영하는 ‘즉시 생산’ 즉, JIT 생산방식이 필요하다. 공장에서 생산한 표준 방망이를 받아와서 판매하는 방식은 까다로운 고객의 지갑을 열기에는 역부족인 세상이다. 일반적으로 JIT 생산방식은 재고감축과 원가 절감의 전략으로 제조업에 한정된 전략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JIT는 재고감축 뿐만 아니라 낭비제거, 신속한 작업전환, 공급자와의 협력, 수요에 대한 신속한 반응 등 많은 요소를 포함하는 폭넓은 생산관리 시스템이다. JIT의 다양한 개념과 방법들은 여행업에서도 사용될 수 있다. 여행업과 같이 생산과정이 대량, 반복적이고 고객의 개별적인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한 업종은 JIT적용의 이득이 크다. 


기성복 전성시대도 있었지만 고객의 개별적인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는 값싼 기성복의 시대는 더 유효하지 않다. 그렇다고 맞춤복의 시대가 돌아온 것은 아니다. 고객의 개별적인 요구를 현장에서 즉시 반영하거나 빅데이터를 통해 모든 경우의 수를 예측해 준비해 두는 ‘즉시 생산 기성복’의 시대다. 고객이 바라는 여행 상품도 마찬가지다. 대규모 패키지여행의 시대가 저물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개별자유여행이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것도 아니다. 여행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여행에 대한 나와 일행의 욕망과 두려움을 이해하고 제대로 반영한 ‘개별패키지 자유여행’이다. ‘개별패키지 자유여행’은 개별적인 요구를 반영하고 동시에 패키지의 가격과 편리함을 잃지 말아야 하며, 여행사가 정한 일정표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지 않는 자유가 보장된 여행상품을 말한다. 불가능한 요구일까? 40여년 전 방망이 깎던 노인에게는 불가능한 요구지만 지금은 가능한 요구다. 아니 가능해야 생존이 가능하다. ‘개별패키지 자유여행이 가능합니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여행업 생존과 성장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여행업의 방망이 깎던 노인은 사라졌지만, 이제는 방망이 깎는 젊은이가 필요하다.

 

오형수
K-TravelAcademy 대표강사
hivince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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