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온다” 누군가 소리치며 카메라를 들이댔고, 주위의 꼬마들도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모
형인 줄 알았던 엄지손톱만한 번데기에서 뭔가 꼬물꼬물 움직이더니 까만 머리 끝의 더듬이
가 정신없이 사방을 헤맨다. 미처 상황을 깨닫치 못한 사람들이 ‘뭐야? 뭐야?’ 하며 눈을
굴리는 동안 ‘사향제비나비’는 보름동안 정들었던 집을 떠나 낯선 세상으로 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엄마, 나비가 나와요!”
에버랜드 ‘미리봄 축제’ 나비전시관
호랑나비·사향제비나비등 4종
부화과정 생생하게 관찰 기회

“와!” 여기저기 탄성이 터져나오고 나비는 빠른 몸짓으로 번데기를 빠져나와 나뭇판에
힘없이 매달렸다. 신기한 마음에 손이 먼저가는 사람들에게 안내원의 만류하는 소리가 꽂힌
다.
“아직 만지시면 안돼요. 날개를 말리기 위해 저렇게 있는 거예요”
비좁다 싶을 만큼 작은 나비전시관에서 파닥파닥 거리는 몇마리 나비만 보고 실망한 사람들
에겐 인내심을 가지라는 충고가 필요하다. 눈앞에서 생명이 탄생하는 환희의 순간을 맛보기
위해선 휘휘 둘러보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걸음을 멈추고 숨을 죽일 줄 알아야 하기 때문
이다.
지난 2월 19일부터 3월 31까지 42일동안 계속되는 에버랜드 “미리봄 축제”는 엄마, 아빠
와 함께 신비한 나비구경을 온 아이들과 이른 봄의 정취에 흠뻑 젖은 어른들의 싱그러운 미
소로 가득했다.
멀리 눈썰매장에는 아직도 함성을 지르며 쌩쌩 바람을 가르는 사람들이 있지만, 어느덧 두
꺼운 외투가 부담스러운 날씨에 시선은 저절로 봄을 미리 만끽하는 축제의 장으로 향하기
마련. 건물 외벽은 물론, 주변 나무도 온통 나비모양으로 장식한 ‘투모로우 전시관’에 들
어서면 몇 걸음 채 옮기기도 전에 촘촘히 들어선 작은 꽃과 나무, 화분들에 당황부터 하게
된다. 더듬 더듬 멈추어 서서 고개 숙여 자세히 보면 정성들여 키운 13종의 정원용 꽃임을
알게 된다. 그뒤로 어디까지 쉼표인지 모르게 이어지는 30여종의 우리 자생식물, 한 폭의 동
양화 같은 분재류 전시, 식탁위에서 만날 수 있는 채소류, 튤립·백합같은 구근류 전시까지
보고나면 이쯤에서 나비가 어디 숨어있는지 궁금해진다. 그러나 여전히 필요한 것은 인내심.
향수의 원료와 치료제로 쓰이는 향료 식물 전시, 상추처럼 발아하는 씨앗들의 성장 과정
전시, 15종의 꽃의 어린 묘 전시, 20여종의 선인장 전시, 재활용품으로 식물을 키울 수 있는
학습관까지 촘촘히 심어져 있는 4만여본의 식물들에 벌써부터 정신이 가물해지면 드디어 소
박한 정원이 나타난다.
나비 전시관이라 해서 철새때처럼 수십, 수백마리의 나비가 날아오를 거라는 기대는 금물이
다.
‘미리봄축제’ 전시관에서 만날 수 있는 나비는 ‘호랑나비’, ‘사향제비나비’, ‘노랑나
비’, ‘배추흰나비’의 4종이다. 나비들이 좋아하는 산초, 싸리, 자귀, 유채 등이 전시장 가
운데 동그랗게 심어져 있고 그 위로 6천룩스의 조명이 내려쪼인다. 3만룩스 가까이 되는 자
연광에 따라가려면 멀었지만 나비들은 태양빛이 부럽지 않은 듯 보인다.
자연상태에서 나비는 저마다 부화시기가 다르며 먹이는 물론 사는 지역도 다르다. 배추흰나
비의 경우 호랑나비보다 한달 정도 빠른 3월부터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나비들은
아직 겨울 추위도 가시지 않는 2월부터 인공적으로 부화시키기 위해서는 온도는 물론, 습도
와 먹이까지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축제가 진행되는 42일 동안 매일 200∼300마리의 나
비들을 방사하기 위해 여름부터 나비 사육장에서 살아온 임진택 과장(에버랜드 리조트 사업
부)은 “조용한 들판에 나비가 나는 모습을 생각하면 한 폭의 풍경화 같다”며 나비 부화를
위한 까다로운 작업에도 힘든 줄 몰라했다.
주말이면 1,000명이 넘게 이 전시관을 찾아오는 관람객의 대부분은 엄마,아빠의 손을 잡고
찾아오는 아이들이다. 엄마, 아빠와 함께 온 6살 영석이는 손 위에 앉은 배추흰나비가 무서
워 고개를 설레설레 하더니 금새 상큼한 웃음을 터트린다. 에버랜드의 회원이라 한 달에 두
번 정도 찾아온다는 황미경씨(용인시)는 “교육 효과가 높아 다양한 전시를 자주 찾는다”
고 말했다.
곤충과 요정, 나비와 꽃으로 장식한 플로트카 행진 ‘버그스&버터플라이 퍼레이드’, 18마
리의 훈련된 오리들이 펼치는 ‘오리행진’ 등 다양한 볼거리도 있지만 이번 전시회의 하이
라이트는 무엇보다도 정적속에 진행되는 나비의 탄생이다. 주로 오전 중에 나비 부화와 활
동이 활발하므로 평소에 경험하기 어려운 장엄한 감동을 위해서는 조금 서둘러야 한다.
오는 18,19일에는 노란색만 착용하면 1인당 4명까지 에버랜드 자유이용권 30%할인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일명 ‘노랑 때때옷 노랑 꼬까신’행사에 참가자격은 티셔츠, 바지, 신발은
물론, 머리까지 어느 하나만 노란색이면 된다.

세계의 나비공원
센토사 ‘나비 공원과 곤충왕국 박물관’
도시화와 숲의 파괴로 매일 사라지고 있는 수천의 곤충들을 위해 1983년 설립된 나비공원과
곤충왕국 박물관에는 대규모 우리안에 50여종 2,500여 마리의 나비들이 자유롭게 날아 다닌
다. 곤충 박물관에는 4,000여종의 곤충들을 볼 수 있다. 독거미, 자이언트노래기, 라이노-비
틀즈를 비롯한 다양한 곤충들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나비공원은 자연에 가까운 환경을 만들기 위해 장엄한식물과 경관에 둘러싸이도록 디
자인되었으며 천천히 거니는 동안 열대정원의 무성한 식생들 사이를 퍼덕이며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나비와 곤충들을 만나게 된다.

말라카 ‘나비 농장’
라자 부룩과 버드윙 등 휘귀종을 포함하여 200여가지의 적도지방 나비를 소장하고 있다. 또
한 동남아에서는 최초이자 세계에서 두번째로 나비실험실을 개장했다. 9,000 여종의 나비뿐
만 아니라 미니 말, 뱀과 곤충 등으로 이루어진 정원이 있어 가족단위의 방문지로 각광받고
있다.
쿠알라룸푸르‘나비 공원’
나비공원에는 1만 5,000종 이상의 수목들이 울창한 열대 숲을 형성하고 있고 여기에 6,000여
마리의 나비들이 살고 있다. 나비공원 안에는 나비들을 키우고 돌봐주는 나비 보육센터도
있다.
페낭섬 ‘나비 농장’
텔룩 바항(Teluk Bahang) 비치에서 가깝고, 농장의 내부정원에는 수천 마리가 넘는 100여
종의 나비가 날아다닌다. 이곳에는 희귀한 열대성 벌레들도 살아있는 채로 전시되어 있고
어떤 종류는 상당히 커서 벌레라 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이 지역의 비옥한 땅과 풍부한 먹이
덕분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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