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으로 가는 길, 노르웨이 上. 노르웨이 세 도시 이야기
북으로 가는 길, 노르웨이 上. 노르웨이 세 도시 이야기
  • 김선주 기자
  • 승인 2019.05.13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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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르(Fjord)를 품은 노르웨이의 세 도시는 그 자체로도 매력이 넘쳤다.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 못지않은 매력을 지닌 곳이 제2의 도시 베르겐이었고, 올레순은 다른 차원의 흡인력을 과시했다. 노르웨이 세 도시 이야기다.

오슬로 바이킹 박물관에 전시된 9세기 때의 바이킹 선박
오슬로 바이킹 박물관에 전시된 9세기 때의 바이킹 선박

 

●Oslo 오슬로
종종걸음 쳐도 괜찮아


겨우 반나절, 오슬로를 온전히 여행하기에는 턱없이 짧다. 그 탓인지 오슬로 가이드의 말은 빠르고 또 많다. 조금이라도 더 알려주고 싶어서겠지. 가이드가 조바심칠수록 3년 전 오슬로 여행의 기억은 더 또렷하게 떠오른다.

노르웨이 국왕이 기거하는 왕궁(The Royal Palace of Norway), 피오르(Fjord)를 향해 떠 있는 빙하를 형상화한 오페라하우스(Oslo Opera House), 암갈색 쌍둥이 탑을 지닌오슬로 시청(Oslo City Hall), 노르웨이 전통가옥을 볼 수 있는 민속박물관(Norwegian Museum of Cultural History), 수 백 년 역사의 목조교회 스타브키르케(Stavkirke), 중세 시대에 지어진 아케르스후스 요새(Akershus Fortress), 1892년 개장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스키점프 경기장 홀멘콜렌(Holmenkollen)…. 꼬리에 꼬리를 문다. 노르웨이의 수도이자 관문이니 당연하다.

왕궁 근위병은 여전히 절도 있고 도도하겠지, 오페라하우스 생김새는 다시 봐도 독특하군, 시청에 전시된 유명 예술작품들은 지금도 감동적이겠지, 스타브 교회에서는 가끔 결혼식도 열린다는데 운 좋게 볼 수 없으려나, 이렇게 날씨가 좋으니 요새에서 바라보는 바다 경치도 일품이겠군…. 짧은 여정 탓에 다시 들르지 못한 채 그냥 스쳐 지나치려니 온갖 상념이 춤춘다.

바이킹 인형
바이킹 인형

바이킹 박물관(Viking Ship Museum)과 비겔란 조각공원(Vigeland Sculpture Park)마저 속성으로 안내할 수는 없었는지 가이드는 제법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바이킹 박물관은 바이킹의 후예 노르웨이의 자부심이 배어있다. 오슬로 피오르에서 발견된 바이킹선 3척을 보존 전시하고 있는데, 9세기 때의 바이킹선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정교하고 늠름하다. 비록 온전한 모습은 아니지만 1000년 세월의 풍랑을 이겨낸 그 자태는 그야말로 아름답다. 박물관 벽을 스크린 삼아 펼쳐진 바이킹 영상을 보고나니 마치 지금도 항해 중인 것만 같다. 일행 중 한 명은 최소 너덧 번은 이곳에 왔을 법한데 볼 때마다 감동적인지 바이킹 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세로로 찍어도 멋져요, 조언대로 찍는다.

오슬로 비겔란 조각공원의 하이라이트인 모놀리트
오슬로 비겔란 조각공원의 하이라이트인 모놀리트

비겔란 조각공원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다. 노르웨이의 세계적인 조각가 구스타브 비겔란(Gustav Vigeland)과 그의 제자들이 만든 조각품 200여개를 만날 수 있는 공원이다. 종착지는 공원 한 가운데에 우뚝 솟은 높이 17m의 화강암 조각 작품 모놀리트(Monolith)다.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실제 인체 크기로 조각된 121명의 남녀가 뒤엉켜 몸부림치는 모습이 살아있는 듯 생생하다. 정상에 오르려고 서로 싸우는 인간 군상의 모습이래요, 조각 문외한도 금세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정도의 생동감이다. 모놀리트 하나만으로도 시간이 꽤 필요한데 발길 붙드는 조각품이 공원 한 가득이니, 종국엔 시계를 쳐다보며 종종 걸음을 치고 만다. 오슬로니까 괜찮다.

크루즈선으로 붐비는 오슬로 항구
크루즈선으로 붐비는 오슬로 항구

 

●Bergen 베르겐
낭만의 색감을 찾아서


해가 뉘엿 내려앉기 시작하면 베르겐(Bergen)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임박했다는 신호다. 늦기 전에 가장 아름다운 곳에 도착해야한다. 브리겐(Bryggen)이다. 빨갛고 붉은 색색의 삼각 지붕 건물 십 여 채가 항구를 향해 뾰족뾰족 잇대어 서 있는 풍경은 가히 낭만적이다. 낮이 밤에 자리를 내줄 때 낭만은 극대화된다. 삼각 지붕은 노을빛에 물들어 낭만의 색감을 발산하고, 길 위의 여행자들은 그 황홀한 색감 속으로 스며든다. 누구인들 베르겐의 절정으로 꼽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해질 무렵 낭만적인 색감을 발산하는 브리겐
해질 무렵 낭만적인 색감을 발산하는 브리겐

베르겐은 오슬로에 이은 노르웨이 제2의 도시다. 휘황함보다는 아늑함이 물씬한 항구다. 북극해와 만나는 노르웨이 서해안에 자리 잡아 예부터 노르웨이의 대표적인 어항으로 발달해왔다. 1350년 상업 동맹인 한자 동맹(Hanseatic League)에 가맹한 뒤부터는 200년 이상 무역항으로서 전성기를 누렸다. 브리겐은 한자동맹 당시 이곳에서 살며 일했던 독일 상인들의 숙소이자 사무실이다. 목조건물이다 보니 화재가 났다 하면 피해가 컸다. 1702년 마지막 화재 때 대부분의 건물이 불타 버렸고 지금의 건물은 원래 모습대로 재건된 것이다.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보호를 받는다. 골목을 따라 브리겐 안으로 들어가니 걸음을 뗄 때마다 나무 바닥 부딪히는 소리가 정겹다. 이 또한 낭만의 색감을 돋운다.

베르겐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오는 플뢰엔 산 전망대
베르겐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오는 플뢰엔 산 전망대

베르겐 낭만의 색감은 다른 곳에서도 찾을 수 있다. 플뢰엔 산(Mount Fløyen) 정상에서 맞이하는 노을이다. 높이 320m의 산이지만 이곳에 서면 베르겐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푸니쿨라(Funicular)로 불리는 산악 케이블카를 타면 10분도 채 되지 않아 정상에 닿는다. 해가 질 때가 되면 플뢰엔 산 전망대는 석양을 마주하는 이들로 붐비고, 그들의 기다란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며 그윽한 장면을 만든다. 전망대 뒤로 가니 근사한 레스토랑도 있다. 노르웨이 특산물인 대구 요리로 저녁식사를 하니 낭만이 완성된다.


화가 뭉크(Edvard Munch), 극작가 입센(Henrik Ibsen), 조각가 비겔란(Adolf Gustav Vigeland)…. 노르웨이 출신의 세계적 예술가들도 많다. 음악 분야에서는 단연 작곡가 그리그(Edvard Grieg)다. <피아노 협주곡>과 <페르귄트> 등의 대표작을 남겼다. 베르겐 외곽에 있는 그의 생가와 박물관은 베르겐 여행의 필수 코스나 다름없다. 트롤하우겐(Troldhaugen)이라 불리는 그의 생가는 바닷가 전망 좋은 언덕에 있어 호젓하다. 그리그는 그의 아내 니나와 함께 이곳에서 1885년부터 생을 마칠 때까지 22년 동안 살았다. 생가 옆에는 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콘서트홀이 있는데, 운 좋게도 피아노 연주회가 열린다. 피아노 선율에 맞추기라도 하듯 창밖 수면 위로 햇살이 하얗게 반짝인다. 이 또한 베르겐 낭만의 색감이다.   


●Alesund 올레순
몽환의 수상도시에 홀려


이번이 네 번째다. 지그재그로 난 418개의 계단 길을 올라야 만날 수 있는 악슬라(Aksla) 산 정상이다. 멋모르고 왔다가 아쉬워서 다시 올랐고, 야경도 궁금했다. 과연 이 풍경을 다시 볼 수 있을까, 그냥 떠나기가 못내 아쉬워 또 오른다. 악슬라 산에서 내려다보는 올레순(Alesund)은 그냥 아름답다, 멋지다고 하기에는 왠지 탐탁지 않다. 이 세상 것이 아닌 듯 몽환적이고 빨려들 것처럼 황홀해서다. 영락없는 바다 위 수상도시인데, 주변으로 여러 개의 섬이 무리를 지으며 호위하듯 떠 있어 신비감을 키운다. 

악슬라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올레순
악슬라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올레순

악슬라 산 정상의 피엘스투아 레스토랑(Fjellstua)에 딸린 전망대에서도 조망해도 좋고, 계단 길 중간의 전망대(Byrampen Viewpoint)에서도 좋다. 20~30분 정도 소요되는 계단 길이 부담스러운 이들은 자동차로 휘리릭 악슬라 산을 휘돌아 정상에 닿기도 한다. 계단 하나하나를 오르고 내릴 때마다 새로운 풍경을 선사하는 맛을 원한다면 잠시 숨이 차더라도 계단 길이 정답이다. 

올레순 방파제의 입간판과 등대
올레순 방파제의 입간판과 등대

올레순 시내는 생각보다 가깝게, 또 자세히 보인다. 7개의 섬에 4만5,000명 정도가 거주할 뿐인 소도시이니 복잡할 것도 없다. 연도터널이라고 해야 할까, 1987년에는 섬과 섬을 잇는 해저터널도 생겨 올레순은 서로 더욱 가까워졌다. 멀리서 봐도 올레순 시내의 건물들은 오밀조밀 아기자기하다. 마치 누군가의 치밀한 설계로 지어진 인공도시처럼 다채로운 듯 비슷한 감흥을 내뿜는다. 1904년 대화재로 도시 전체가 불타 사라지자 유럽 각국 건축가들이 당시 유행했던 예술사조인 아르누보(Art Nouveau)를 적용해 도시 재건을 도왔다고 한다. 아르누보의 도시라는 수식어가 붙은 배경이다. 100년 세월이 흘러 ‘뉴 아트’의 색채가 옅어진 지금도 이럴 진데, 당시에는 어땠을까!


아르누보의 도시 속으로 파고든다. 무작정 나서도 길 잃은 걱정은 없다. 걷다보면 크루즈 선착장이 호젓하고 박물관이 반기고 교회와 모스크가 경건하다. 수면 위로 그림 같은 아르누보 건물도 출렁인다. 카페와 바, 레스토랑도 유혹한다. 방파제의 하얀 색 #VISIT ALESUND 입간판과 빨간 등대는 잘 어울린다. 다른 한쪽으로는 멀리 잔설을 인 고봉준령을 배경으로 바다가 호수처럼 반질반질하다. 그 위를 대형 선박이 여행자를 잔뜩 싣고 피오르를 향해 미끄러진다.


악슬라 산이 있는 뇌르뵈위(Nørvøy) 섬과 그곳에서 정면으로 내려다보이는 아스푀위(Aspøy) 섬이 올레순의 도심이라면 헤사(Hessa)와 고되이(Godøy) 섬 등은 외곽 주거지역이다. 헤세 섬에 있는 아틀란틱 씨 파크(Atlantic Sea Park)는 북유럽 최대 크기의 아쿠아리움으로 어린이를 꾀고, 고되이 섬의 알네스(Alnes) 등대는 아름다운 외관 덕분에 요즘 들어 인기다. 

 

▶Travel Info
교통 및 여정_  한국과 노르웨이를 잇는 직항 항공편은 없다. 이스탄불 등의 경유지를 거쳐 오슬로나 베르겐에 닿을 수 있다. 이번 여정은 터키항공(TK)의 인천-이스탄불-오슬로, 베르겐-이스탄불-인천 구간을 이용했다. 국내선은 노르웨지안항공(DY)을 이용했다. 시즌에 맞춰 인천-오슬로 직항 전세기가 운영되는데 이번 여름에는 대한항공이 6월14일부터 8월9일까지 매주 금요일마다 총 9차례 전세기를 운항한다.

화폐 및 물가_  노르웨이는 유럽연합에 가입하지 않아 독자 화폐인 노르웨이 크로네(NOK)를 사용한다. 1크로네는 약 134원 정도다. 최근 들어 원화 대비 약세여서 여행객은 그만큼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노르웨이 글·사진=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취재협조=노르웨이관광청 www.visitnorway.com  02-777-5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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