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균 기자
이성균 기자

저녁에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 8월 중순부터 여행업계 곳곳에서 퇴사 소식이 들려왔다. 흥미로운 점은 여행업계뿐만 아니라 다른 업계에서도 20대 중반~30대 초반 직원들의 퇴사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을지로, 시청 일대만 해도 삼삼오오 모여 퇴사 이야기를 나누는 직장인들을 쉬이 볼 수 있었다. 무엇이 그들을 떠나게 만들었을까. 


여행업계에 한정시킨다면, 패키지여행 시장의 침체에 따른 결과일까? 지난달에 발표된 2019년 반기보고서를 보면 주요 여행사들의 수익 악화 폭이 대단했다. 패키지여행이 주 사업이 아닌 레드캡투어를 제외하고 하나투어, 모두투어, 노랑풍선 등 5개 주요 여행사의 당기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평균 55.61% 감소했다. 회사의 어려움이 젊은층의 두려움을 유발시켜 퇴사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적진 않다. 물론 회사가 휘청거려 문을 닫으면 실업급여가 나오고, 대기업의 경우 당장 나가야하는 상황이면 퇴직금에 몇 달치 급여까지 덤으로 주니 걱정은 덜할 수 있다.


그보다 몇몇 사례를 보면 지금의 퇴사 붐은 회사와 상급자들이 20~30대를 대하는 방식과 밀접했다. 여전히 기업과 상사는 젊은이들을 이해하고, 자신들을 이해시키려고만 노력 중이다. 종종 미디어에서도 밀레니얼세대를 공부하고, 이해해야한다는 기조로 글을 쓰고 있지만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다. 순서가 잘못됐다. 이제는 그들의 가치관을 이해하는 것보다 우선 ‘인정’해야 한다. 지내온 시간과 걸어온 길 자체가 상이한데 서로를 이해하는 건 쉽지 않다. 그저 서로가 서로의 가치관을 인정하면 된다. 밀레니얼과의 효과적인 관계 수립은 다름을 존중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라떼는(나 때는 말이야)’ 잊고 ‘그렇구나’로 대화해야 한다. 


게다가 그들은 ‘미련’이 없고 ‘재미’에 반응한다. 회사를 그만둔다고 해서 먹고 사는데 큰 지장이 없으니 월급에 연연하지 않는다. 또 집, 결혼 등 미래에 지금을 저당 잡힐 생각이 추호도 없기 때문에 두려움이 없다. 막연히 쉬겠다는 퇴사자가 많은 이유다. 마지막으로 일이 즐거움을 주지 못 한다면 쉽게 그만둔다. 업무에서 의미를 찾는 것만큼 재미도 중요한 세대다. 그나저나 또 ‘일을 무슨 재미로 해?’라고 생각했는가? 인정이 우선이다. 
 

이성균 기자 sage@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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