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고은 기자
손고은 기자

2019년 9월23일 토마스 쿡(Thomas Cook)이 178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1841년 영국에서 설립된 세계 최초의 여행사이자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만 100대 이상이고, 190여개의 호텔을 운영하는 세계적인 여행사의 파산 소식은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까지 술렁이게 만들었다. 이날 한 기업의 파산으로 전 세계 15만명의 여행객 발이 묶였다. 


지난해 토마스 쿡의 매출액은 10억 파운드(한화 약 1조5,000억원)를 돌파했지만 부채는 12억 파운드에 달했다. 브렉시트 이후 파운드화 가치가 20% 이상 급락하면서 많은 부채로 곪아있던 재정 상태에 기름을 부은 것도 부채를 늘리는 데 한몫했다. 올해 토마스 쿡은 이런 경영난에 따라 항공사업을 매각하고 대대적인 인력 감축 계획을 밝혔다. 주가는 지난해 대비 90% 이상 폭락했다. 


토마스 쿡은 패키지 여행사로 시작해 항공사와 호텔, 금융, 보험 등 다양한 여행 관련 사업으로 사세를 확장해 왔다. 여행사로서 큰 무기인 항공과 호텔을 직접 운영하면서도 토마스 쿡은 실패했다. 여행업계에서는 토마스 쿡이 시장 변화의 흐름에 대응하지 못한 것이 사업 실패의 가장 큰 이유였다고 말한다. 주요 사업 영역이었던 패키지 여행의 수요가 감소하는 추세에도 패키지 여행 사업에만 집중했다는 것이다. 자유여행 상품이나 대리점을 대체하는 온라인 플랫폼 개발 등에 뒤처지면서 과거 운영 방식을 고집한 결과는 이렇게나 컸다. 


하인리히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산업재해 통계를 통해 발견한 법칙인데, 큰 사고 1건이 발생하기 전에는 그보다 작은 사고가 29번, 그보다도 더 사소한 사고가 300번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큰 사고를 막으라는 경종이다. 세계적으로도 거대한 여행기업이 이렇게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이는 어쩌면 한국 여행업계에 보내는 사소한 경고의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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