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발전했던 모든 시대가 그랬듯, 현대 사회의 시간도 신속하게 흘러간다. 어제의 정설은 오늘의 속설이 되고, 오늘의 혁신이 내일의 도태가 된다. 여행업계의 시곗바늘도 그 어느 때보다 빨리 달리고 있다. 이제 시대의 흐름을 읽고 한 발 앞선 시각으로 기존의 판을 뒤집어야할 때다. 여기 독특한 아이디어로 판도를 바꾸고 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여행신문>이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유망주 스타트업 세 곳을 살폈다. <편집자주>

 

●영상 기반 플랫폼
트립비토즈 Tripbtoz

고객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트립비토즈 정지하 대표. 트립비토즈는 일반 여행객들이 직접 현지에서 지역과 호텔 영상을 촬영하고 공유하는 ‘영상 기반’ 여행 플랫폼이다. 2017년에 설립됐으며 2019년 11월 기준 월 매출 20억원을 달성하며 순항 중이다
트립비토즈 정지하 대표. 트립비토즈는 일반 여행객들이 직접 현지에서 지역과 호텔 영상을 촬영하고 공유하는 ‘영상 기반’ 여행 플랫폼이다. 2017년에 설립됐으며 2019년 11월 기준 월 매출 20억원을 달성하며 순항 중이다

15초의 유혹

분홍색 아이콘의 앱을 눌렀다. 15초짜리 영상이 세로 화면을 가득 채운다. 일반 여행객들이 세계 각지에서 찍은 영상들이다. 위아래로 화면을 넘겼다. 번쩍, 태국이었다가 이내 산토리니다. 재생 길이가 짧아서인지 더욱 눈을 떼기 힘들다.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법한 유명인들의 영상도 심심찮게 보인다. 영상 왼쪽에 있는 예약 버튼을 누르니 해당 영상 속 지역의 호텔들을 바로 예약할 수 있는 화면으로 연동된다. 정체가 궁금해지는 이 앱은 영상 기반 여행 플랫폼, 트립비토즈(Tripbtoz)다.

트립비토즈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였다. 대세가 영상이니만큼 ‘영상 기반’ 여행 플랫폼을 만든 것이다. 트립비토즈 앱은 대략 이렇게 운영된다. 여행자들이 직접 현지에서 지역과 호텔 영상을 촬영하고 트립비토즈 모바일 앱에 공유한다. 공유된 영상들은 다수의 앱 이용자들에게 노출된다. 그 중 관심 있는 영상을 클릭하면 그 지역 호텔들을 예약할 수 있다. 영상은 최대 15초까지 업로드 되며, 영상의 인기가 많아질수록 상위 랭커로 등록된다. 1등 랭커에게는 거래액의 0.5%가, 호텔의 경우에는 1%의 수수료가 ‘트립캐시’라는 리워드로 쌓인다. 트립캐시는 이후 여행 상품을 결제할 때 사용할 수 있다.


콘텐츠에 방점을 찍다


트립비토즈 정지하 대표는 2014년부터 3년 동안 익스피디아에 근무했다. 덕분에 OTA 생태계 전반을 익힐 수 있었다. 현장 경험을 토대로 그는 다른 OTA들과의 경쟁에서 ‘콘텐츠’에 차별화를 두겠다고 결정했다. 트립비토즈의 궁극적인 목표는 영상을 통해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트립비토즈는 더 나아가 양질의 영상 콘텐츠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데 목적을 둔다. 현재 글로벌 OTA는 대부분 호텔에서 제공한 사진을 사용한다. 투숙객들의 실질적인 체험 후기가 영상으로 기록되어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영상을 통해 실제 고객의 눈으로 지역과 호텔을 본다는 것이 트립비토즈만의 강점이 된다. 트립비토즈는 특정 지역이나 호텔을 검색했을 때, 검색 결과가 영상으로 나온다는 데에 의의를 두고 있다. 정지하 대표는 “점차 글로벌 OTA들은 여행자들의 생생한 후기가 담긴 영상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영상 하나하나의 가치는 커지게 될 것”이라며 “영상들을 빠르게 보유해서 글로벌 OTA에게 데이터베이스를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형태로 공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차세대 모델은 고객 맞춤 서비스

현재 트립비토즈 앱의 영상에 하트(좋아요)를 누르면 데이터가 모여 취향을 파악해 고객이 선호할 만한 영상을 선별해서 보여준다. 트립비토즈는 앞으로의 성장 동력으로 ‘고객의 취향을 파악해 미리 추천하는 것’을 꼽는다. 트립비토즈는 경쟁이 점차 심화되는 OTA 시장에서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 결과, 고객의 성향을 파악해 적절한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것을 차세대 모델로 삼았다. 지금까지 고객은 여행지에 가서 무엇을 하고 어디서 잘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개인적으로 모두 끝낸 후, OTA 사이트에 들어가서 호텔만 예약하면 되는 식이었다. 지난 20년간의 OTA는 고객의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거꾸로 제시해주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트립비토즈는 앞으로의 OTA는 다른 모습을 띌 것이라고 믿는다. 이제는 고객의 성향에 따라 지역, 호텔 등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동시에 고객이 가고 싶은 영역을 미리 선보여 그들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해외 진출, 시작은 인도네시아에서

트립비토즈는 2019년 11월, 월 매출 20억원을 넘나들고 있다. 새해 목표는 원대하게 잡았다. 거래액 1,000억원 달성이다. 해외 진출 계획도 있다. 그 시작은 인도네시아가 될 예정이다.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글로벌 OTA들이 가장 성공할 수 있었던 곳이 바로 인도네시아이기 때문이다. 로컬 OTA가 강세인 필리핀, 베트남과는 달리 인도네시아는 OTA가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현재 트립비토즈 모바일 앱 데스크톱에는 언어 변경 기능이 갖춰져 있어 결제단만 도입하면 되는 상황이다. 2020년 여름쯤에는 현지 결제 시스템에 문제가 없는지 확실히 검증하고, 해외 결제 수수료가 적당한 곳을 찾는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또한 트립비토즈는 2020년에 호텔스컴바인과 네이버에 80만개의 호텔을 전부 노출할 계획이다. 현재는 11만개의 호텔이 노출돼있다. 카약, 트리바고, 트립어드바이저 세 곳과는 계약이 완료된 상태고 순차적으로 오픈할 예정이다. 

 

●해결책을 찾아드립니다
트래볼루션 Travolution

콘텐츠와 플랫폼을 연결하는 강력한 고리 

트래볼루션 배인호 대표. 트래볼루션은 B2C 여행 플랫폼 서울패스와 글로벌 OTA 채널 관리 서비스인 뱅크오브트립, 글로벌 다이렉트 부킹 솔루션 오더렉트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트래볼루션 배인호 대표. 트래볼루션은 B2C 여행 플랫폼 서울패스와 글로벌 OTA 채널 관리 서비스인 뱅크오브트립, 글로벌 다이렉트 부킹 솔루션 오더렉트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B2C에서 B2B로

2014년 당시 해외의 주요 도시에서는 여러 명소와 교통을 묶은 ‘패스’ 상품이 이미 활발하게 판매되고 있었다. 서울패스는 한국에도 인바운드 여행객들을 위한 관광패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탄생했다. 6개월 간 발로 뛰며 영업했지만, 당시 인바운드 시장의 대부분이 패키지였던 탓에 패스 상품의 수요가 낮았고 외국인 자유여행객을 위한 단품부터 모으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한국 기업이 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국 상품을 판매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성공 사례도 많지 않았다. 사드 이후 오히려 FIT 시장이 급격히 성장세를 탔던 2017년, 트래볼루션은 B2B 유통업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OTA 채널 관리를 한 번에

트래볼루션만의 경쟁력은 QR코드 발권에 있었다. 당시 서울패스는 실시간으로 QR코드 입장권이 발권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마침 사드 이후 클룩이나 KKDay와 같은 회사들이 홍콩과 타이완 현지에서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한국의 공급자들을 찾던 때였다. QR코드로 편리하게 관광지 입장권 발권이 가능했던 트래볼루션은 글로벌 OTA들의 공급자로 낙점됐고, 이때부터 B2B 업무를 조금씩 익히기 시작했다. 이후 투어·액티비티를 판매하는 글로벌 OTA부터 국내 플랫폼들이 우후죽순 등장하면서 공급자와 플랫폼 간 채널 관리 시스템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게 됐다. 그래서 2019년 4월 탄생하게 된 브랜드가 ‘뱅크오브트립(Bank of Trip)’이다. 뱅크오브트립은 상품을 OTA 채널들에 대신 유통해주는 채널 관리 서비스다. 티켓·투어·액티비티 전용으로 콘텐츠의 판매와 정산을 관리해준다. 스케줄 및 예약자 관리와 통계 시스템도 제공한다. 외국인 여행객들에게 한복 체험 액티비티 상품을 판매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때 뱅크오브트립을 이용하면 여러 OTA 채널에 상품이 등록된다. 이후 예약자 관리와 발권 및 정산까지도 모두 뱅크오브트립으로 관리된다. 트래볼루션이 운영하는 서울패스는 물론 트립닷컴, 클룩, G마켓 글로벌 등 국내외 OTA들도 뱅크오브트립을 통해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다.

단단한 가교 역할

고객에게 직접 티켓을 팔기 위해서는 매표소 시스템과 연동된 자체 홈페이지 판매 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 그러나 소규모 회사 또는 1인 여행사는 홈페이지 구축이 쉽지 않다. 다른 오픈마켓에 상품을 등록해 판매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해외결제나 외국어 지원에 대한 인프라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트래볼루션은 이러한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해주기 위해 2019년 10월 ‘오더렉트(Orderect)’를 출시했다. 오더렉트는 여행 상품 전용 다이렉트 부킹 솔루션이다. 월 2만원의 사용료를 지불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사용자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덜하고, 트래볼루션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캐시카우를 확보할 수 있다. 오더렉트를 사용하면 뱅크오브트립과 연동해 예약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고, 운영사에서 직접 상품을 관리할 수 있다. 다국어는 물론 해외결제도 지원한다. 무엇보다 커스터마이징 기능을 통해 운영사의 상품 구매 홈페이지 및 로고를 개별적으로 만들어준다는 장점이 있다. 수익이 발생하면 트래볼루션은 3~15%의 커미션을 받는다. 그렇게 트래볼루션은 유통되는 콘텐츠와 유통하는 OTA 채널 사이를 잇는 강력한 체인 역할을 한다.


투어·액티비티를 넘어 교통까지

B2C 서비스인 서울패스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B2B 업무가 매출의 90%를 책임진다. 2019년 12월에는 서울관광대상 관광콘텐츠 부문에서 표창도 받았다. 뱅크오브트립과 오더렉트가 인상적인 결과를 내고 있다는 증거다. FIT 시장이 급속도로 커졌고 앞으로의 성장 잠재력도 무시할 수 없으니, 상품과 채널을 연결하는 서비스 또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2020년, 트래볼루션은 들어온 물에 더 힘차게 노를 젓는다. 트래볼루션 배인호 대표는 “성공한 OTA들을 보면 교통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며 “2020년에는 투어·액티비티를 넘어 교통을 유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트래볼루션은 외국인 대상 KR패스(코레일 정액권) 한국 판매 여행사로 선정됐다. 현재 코레일과의 연동 작업은 마무리된 상태고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유통을 시작할 예정이다. 

 

●단순한 숙박 공간을 넘어서
스테이폴리오 Stayfolio

머무는 것 자체만으로도 여행이 되다 

스테이폴리오 이상묵 대표. 스테이폴리오는 자체 제작 숙소를 만들어 플랫폼에 공개하고 일반인의 집을 공간 브랜드화하는 데 주력한다. 2020년에 해외로 진출할 예정이며 국내 숙소의 개수 또한 확장할 계획이다
스테이폴리오 이상묵 대표. 스테이폴리오는 자체 제작 숙소를 만들어 플랫폼에 공개하고 일반인의 집을 공간 브랜드화하는 데 주력한다. 2020년에 해외로 진출할 예정이며 국내 숙소의 개수 또한 확장할 계획이다

호텔이 아닌 스테이

어디 멕시코 섬 해안가에 있을법한 그림 같은 집인데, 주소를 보니 제주도다. 우리나라에 있다고는 믿기지 않는 숙소다. 숙박업계의 넷플릭스, 호텔계의 미쉐린 가이드. 스테이폴리오의 정체성을 또렷이 나타내주는 기발한 별명들이다. 스테이폴리오는 퀄리티 높은 자체 제작 숙소들을 선보이고, 감칠맛 나는 호텔들을 엄선해 고객에게 보여준다. 2014년, 스테이폴리오 이상묵 대표는 동료들과 건축사무소 지랩(Z-lab)을 창업했다. 지랩은 일반 호텔보다는 머물고 싶은 집을 뜻하는 ‘스테이(Stay)’를 만들고자 했다. 획일화된 숙소가 아닌, 한 사람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지역의 특색이 고스란히 담긴 스테이들이 지랩을 거쳐 건축됐다. 이후 지랩은 다른 OTA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그들만의 스테이를 어떻게 소비자에게 소개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렇게 2015년, 전국에 있는 스테이들을 포트폴리오화해서 보여주는 숙박 중계 사이트 스테이폴리오가 세상에 나왔다. 

오로지 스테이폴리오에서만

스테이폴리오만의 강점은 자체 제작 숙소에 있다. 넷플릭스가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스테이폴리오도 직접 건축한 스테이를 홈페이지를 통해 보여준다. 그들의 스테이에 머물면 특별한 곳을 방문하지 않아도, 숙소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여행이 된다. 스테이폴리오는 일반인의 집을 공간 브랜드로 재탄생시키기도 한다. 호텔만을 브랜드로 취급했던 과거와는 달리, 개별적인 ‘집’도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창성과 디자인, 주인의 마음가짐과 그에 맞는 합당한 가격 등 스테이폴리오의 깐깐한 기준을 통과한 집들은 하나의 스테이가 되어 고객과 연결된다. 

감각적인 집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테이폴리오의 펀딩 프로젝트를 통해 도전할 수 있다. 브랜드가 된 스테이는 스테이폴리오와 독점계약을 하게 된다. 다른 OTA에서는 구할 수 없는, 오로지 스테이폴리오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숙소가 된다는 뜻이다. 2020년에 스테이폴리오는 사업을 보다 확장할 예정이다. 자체 영문 사이트 론칭 및 글로벌 진출을 계획 중이며, 서울, 강원, 부산, 제주 등 주요 관광 도시를 중심으로 국내 숙소의 개수도 확장할 계획이다.

 

곽서희 기자 seohee@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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