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도 자연에게도 휴식이 필요하다. 변화 속에서 자신을 다듬고 회복할 시간. 푸른 자연과 역사를 간직한 오키나와에서는 인간과 자연이 서로를 보듬는 시간이 펼쳐진다. 치유의 섬 오키나와에서 내일을 준비해본다. 

●숨겨진 어른들의 휴양지, 미야코 제도


오키나와 본섬에서 남서쪽으로 약 300km. 나하공항에서 50분거리에 위치한 미야코 제도에서는 산호초가 융기해서 생긴 크고 작은 8개의 섬을 만날 수 있다. 지난해 4월 이라부섬에 시모지지마공항이 새로 오픈해 미야코섬의 미야코공항과 더불어 총 2개의 공항에서 비행편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파란빛, 미야코 블루


투명한 자연이 찬란하게 빛난다. 미야코의 아름다운 색은 ‘미야코 블루’라는 본연의 이름으로 설명된다. 미야코 제도에서 가장 큰 미야코섬은 평탄한 지형으로 강이 없어 바다로 흙이 흘러가지 않는다. 그 덕에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하는 해변이 줄 지어있다. 특히 요나하마에하마 해변에서는 저 멀리 깊은 바다의 네이비 블루 빛깔이 눈부신 순백의 백사장으로 다가오며 투명한 에메랄드 그린으로 바뀌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미야코섬 최대의 해변 규모를 갖춘 데다, 일본의 아름다운 해변을 꼽는다면 항상 상위권으로 꼽힐 정도. 이국적인 풍경을 자랑하는 깨끗한 바다 덕에 해외 관광객은 물론 일본 국내 관광객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웅대한 자연을 느끼고 싶다면 일본 국가 명승지로 지정된 히가시헨나자키로 향하자. 남쪽으로는 태평양, 북쪽으로는 동중국해를 마주해 두 개의 바다를 가르는 장엄한 자태를 뽐낸다. 항상 강한 바람이 부는 2km 길이의 곶에는 바람을 맞아야만 만날 수 있는 특유의 식물 군락이 형성돼있다. 높지 않은 나무를 따라 옹기종기 형성된 식물들은 오키나와현의 천연기념물이기도 하다. 곶 끝자락의 등대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그 어떤 절경과도 비할 수 없을 정도. 

바다의 절경을 즐기는 방법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자연은 제 모습을 달리한다. 미야코섬은 주변 섬과 3개의 다리로 연결돼있다. 바로 일본에서 길이가 가장 긴 이라부 대교, 오른쪽에 오가미섬을 볼 수 있는 이케마 대교, 요나하마에하마 해변을 가로지르는 구리마 대교다. 5개의 섬을 편리하게 둘러보며 웅장한 경치를 즐길 수 있는 오직 미야코만의 명소다. 바다 위를 건너는 다리에서는 파도의 밀물과 썰물, 그리고 태양의 각도 등에 따라 다양한 경치를 보여주니 한 순간만을 보고 섣불리 판단하지 않기를. 연안에는 자연이 빚어낸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해안선, 숨을 멎게 할 정도로 아름다운 해변 등 멋진 경치를 만끽할 수 있다. 경치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인기가 높은 망고와 희소가치가 높은 환상의 소고기라고 불리기도 하는 미야코 소고기 등 명품 먹거리도 풍성하다.

 

●구석구석 오키나와 최남단 정복!


이번엔 남서쪽으로 더 내려가보자. 오키나와 본섬에서 약 450km, 나하공항에서 약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야에야마 제도다. 이시가키 섬을 중심으로 총 11개의 섬으로 이뤄져있으며 하테루마섬, 하토마섬, 유부섬은 오키나와의 최남단 군도에 속해있다. 이리오모테섬은 오키나와에서 본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섬으로, 다수의 희귀 생물들이 서식하는 원시림으로 덮여있다. 요나구니섬은 신비로운 해저 지형으로 해저 유적이라고도 불린다. 

별이 순간을 수놓는 이시가키


반짝이는 별의 무리가 추억을 노래하는 곳. 야에야마 제도의 현관이라 불리는 이시가키섬이다. 이시가키섬은 시각에 따라 두 가지 얼굴을 보여준다. 섬 동쪽에 있는 전망대에서 낮이면 드넓은 푸른 바다를 바라볼 수 있고, 날이 어둑해지면 코발트블루 빛의 바다와 하늘은 무수한 별로 뒤덮인다. 별자리 88개 중 무려 84개의 별자리를 관찰할 수 있어 천문학자들은 이곳을 일본의 으뜸가는 ‘밤하늘의 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세계적인 규모의 별 관측 환경을 갖춰 일본 국내 최초로 별 밤 보호구 인정 후보지가 됐다고. 어디 그뿐이랴. 왠지 모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경쾌한 리듬의 전통악기 산신의 음색이 섬에 울려 퍼지며 풍요로움을 노래한다. 


오키나와의 옛모습을 만나다


이시가키항에서 약 15분거리에 위치한 다케토미섬은 예전 마을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붉은 기와의 목조 민가와 산호 돌담, 순백의 산호모래를 깔아 놓은 하얀 길이 인상적으로, 국가 중요 전통적 건축물군 보존지구로 지정됐다. 옛 모습 그대로의 마을 풍경,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저무는 저녁 노을, 고요한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 모두 오키나와의 옛 풍경을 상상해보았을 관광객들에게 시간여행을 떠나게 해준다. 오키나와 민요 중에서 널리 알려진 ‘아사토야윤타’라는 노래가 만들어진 곳이기도 하다. 


고하마섬에서는 소탈한 오키나와를 만날 수 있다. 야에야마 제도의 중앙, 이시가키항에서 약 30분거리에 위치한 고하마섬은 옛날 오키나와 풍경을 그대로 담은 한적한 곳이다. 다이빙과 스노클링 등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으며, 마을을 한가로이 산책하거나 해변에서 리조트 분위기를 만끽할 수도 있다. 사탕수수밭 사이로 뻗어있는 직선 도로 ‘슈가로드’도 있어 자유롭게 섬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무너진 오키나와의 기둥


슈리성은 옛 류큐왕국의 성터로, 2000년 12월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오키나와 대표 관광지다. 정전을 중심으로 광대한 공원이 펼쳐져있고, 유료구역과 무료구역으로 나뉜다. 나하 시내가 한 눈에 보이는 높은 지대에 있으며, 정전 외에 슈레이몬, 소노햔우타키이시몬, 간카이몬 등 귀중한 역사적 문화재를 탐방할 수 있는 ‘류큐왕국의 구스쿠 및 관련유산군’이다. 1992년 정전 복원 이후 관광객들과 수학여행의 필수 여행코스로 자리매김해 2018년에는 약 280만명이 방문했을 정도. 연간 방문객 1,000만명을 넘기며 성장한 오키나와 관광 산업의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슈리성은 2019년 10월31일 전소되고 말았다.

NEO SHURIJO CASTLE


슈리성 화재로 오키나와 관광 산업에 타격을 입자 오키나와 관광컨벤션뷰로(OCVB)는 긴급 캠페인을 시작했다. 지난해 11월28일 OCVB는 슈리성 재건을 위한 로고와 캐치프레이즈 제작을 발표하며 “오키나와를 방문하는 관광객에게 슈리성과 오키나와의 역사 및 문화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 계기이자 오키나와 매력을 재발견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캐치프레이즈에는 슈리성을 한 번이라도 더 눈에 담고 싶은 마음을 담아 ‘되살아나라! 슈리성’이라는 문구를 채용했으며, 해외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도록 영어로 ‘NEO SHURIJO CASTLE’이라고 표기했다. 로고에는 슈리성 정전의 지붕과 이번 화재를 이겨낸 용의 기둥이 그려져 있다.


부흥을 꿈꾸는 슈리성


지난해 12월 슈리성의 일부 지역이 다시 열렸다. 여전히 출입이 제한되는 곳이 있지만, 화재 전 개원 구역의 약 80%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확대된 상태다. 슈리성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슈리성 부흥 모델 코스’도 소개됐다. 짧게는 30분에서 길게는 150분 코스까지 다양한 코스를 마련해 관광객들이 꼼꼼하게 슈리성을 둘러볼 수 있다. ‘류큐는 예절을 중요시하는 나라’라는 뜻이 담긴 슈레이몬은 물론, 날씨가 좋은 날에는 높은 지대에 올라가면 푸른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나 수평선 위의 게라마 제도까지 볼 수 있다. 슈리 마을의 조용함과 한적함을 느끼고 싶다면 긴조초노이시다타미미치(돌길)을 추천한다. 이 길은 총 300m로 산책을 하는 동안 오키나와만의 전통적인 붉은색 지붕을 볼 수 있다. 집집마다 대문이나 지붕에 올라 앉아있는 시샤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정리 이은지 기자
​​​​​​​자료제공=(일재)오키나와관광컨벤션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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