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동 대표
유경동
(주)루밍허브 대표

예측 불가능한 또 다른 위기가 찾아왔다. 또 모든 호텔들은 지겹다 싶을 정도로 많은 대책회의에 들어갔고 호텔마다 비슷한 대책이 쏟아지고 있으며 반 토막 난 객실과 식음료 매출을 바라보며 허탈해한다. 


호텔의 대책은 두 가지로 나뉘어 진행됐다. 대 고객관리 차원의 비상대책과 예상치 못한 매출 하락으로 인한 자금경색의 자구책이다. 고객관리 차원의 관점에서 보면 이전 사스(SARS 2003년도), 메르스(MERS 2015년) 사태와 비교해 보면 호텔 대응 서비스의 큰 차이가 보인다. 이전과 다르게 호텔이 고객에게 위험신호를 적극적으로 보낸다. 쉬쉬하거나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저 그렇게 넘어가길 바라던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이제는 호텔의 풍경을 바꿔 놓을 정도로 한국호텔의 대응력도 진화했다. 직원들의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고 수십에서 수백만 원에 이르는 체온 감지 카메라가 로비에 동원돼 모든 사람들을 점검한다. 객실과 공용시설의 관리에 있어서도 소독을 거듭하며 당당히 ‘조금 위험한 시기이니 불안해도 우리를 믿고 안심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확실히 우왕좌왕하던 이전의 모습보다 호텔들의 대응력은 세련되고 향상됐다.


강남의 N호텔은 즉각적으로 호텔 영업 정지라는 빠른 결단을 보였다. 당연한 조치처럼 보이지만 해당 호텔은 고육지책을 쓸 수밖에 없는 큰 번민과 고통이 수반되는 결정이었을 것이다. 이번처럼 예측 불가능한 사고상황은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로 엄습하며 호텔과 관광산업에 타격을 줄 것이다.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호텔 서비스의 위기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지금의 상황을 기록하는 일이다. 강남지역의 몇몇 호텔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모든 호텔들이 2015년 메르스 사태의 대응 경험과 매뉴얼을 현재 활용한다고 답변했다. 혹여 그때의 기록과 대응에 대한 분석이 없다면 이번 코로나19의 상황을 반드시 분석하고 기록하는 노력이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한다. 


다만 이러한 숙제를 받았지만 많은 호텔들은 숙제보다 눈앞에 들이닥친 자금 위기가 우선이다.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 한 달 벌어 한 달 넘기는 중소 호텔들의 경우 급감한 매출로 벼랑 끝에 몰린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자금 문제에 봉착하는 시기에는 호텔의 재정적 속살이 드러나 낯뜨거운 일이 벌어진다. 어느 산업보다 빠르게 무급휴가가 거론되고 호텔의 서비스 인력이 정리될 명분이 생긴다. 뭐라 책망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반복되는 산업의 위기 속에서 호텔이 이러한 대책밖에 내놓을 수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500억 원의 특별지원융자금을 편성했고, 서울시는 5,000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관광 숙박업을 포함한 중소상공인 지원에 나선다고 했다. 그나마 발 빠르게 대책을 준비했지만 신용보증기금의 평가를 받아야 하고 일정규모의 매출을 유지한 관광사업자에 한하는 일이다. 사각지대가 존재할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 멀게는 미국 9.11사태와 동일본 대지진, 그리고 비교적 최근인 사스와 메르스, 사드(THAAD)로 인한 중국과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호텔들은 늘 휘청거렸다. 하지만 이를 지원하는 자금의 형태는 여전히 정부의 융자금에만 의존하고 있어 더 나은 금융시스템의 부재가 늘 아쉽다. 자금경색이 예측 불가능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 호텔과 관광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적립 또는 펀딩 등 어떠한 형태라도 산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자구책이 금융권에서도 마련됐으면 한다.


위기 상황에서 여지없이 호텔 수요는 줄었지만 한국 전체 호텔 수요는 지난 10년간 성장세를 보였다. 2015년 메르스로 인한 타격은 다음 해에 바로 회복했고, 2017년 사드로 인한 마이너스 성장도 2018년부터 꾸준히 회복됐다. 오히려 작년에는 많은 호텔들이 호황을 맞이했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며 한국 호텔산업은 위기를 딛고 일어서는 DNA와 수요환경을 갖췄다. 게다가 최근 들어 고무적인 점은 내국인의 호텔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일본, 중국 등 주변 국가와 문제가 생길 때도 이겨낼 수 있는 체력을 길렀다. 재정적 체력저하로 위기 때마다 상처가 나는 중소 호텔들을 치료할 방안만 찾는다면 다들 각자의 서비스 영역을 구축하고 멋진 호텔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것도 바쁜 시점이지만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것은 사태가 진정세로 접어든 직후 급격하게 늘어날 수요에 대한 대비책이다. 호텔의 연도별 그래프를 보면 늘 그래왔다. 위기가 끝날 무렵, 무한정 미룰 수 없는 예약취소나 연기된 행사, 수요들이 밀려 들어온다. 그 수요를 예측하고 잡아챌 수 있는 그물망을 준비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그래야 폼 나는 호텔이다. 고작 위기의 대응 방안으로 무급휴가 정도가 떠오른다면 자금경색의 속살 보다 더 창피한 속살을 보이는 것일 수 있다. 

 

글 유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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