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 플랫폼일 뿐"…공정위 상고 방침
시정명령 준수업체 '불공정 경쟁' 토로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외 OTA에 내린 환불불가 조건 불공정 약관 시정명령이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3월 부킹닷컴과 아고다 등 일부 외국계 OTA가 제기한 행정소송에 법원은 시정명령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리며 외국계 OTA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하지만 공정위가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현재 시정명령을 따르고 있는 국내 여행사들은 또 다시 외국계 OTA와 불공정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공정위는 지난 2017년 하나투어, 인터파크투어, 호텔패스 등 국내 여행사를 비롯해 아고다, 부킹닷컴, 호텔스닷컴, 익스피디아 등 외국계 OTA에게 ‘체크인까지 120일 이상 남은 환불불가 상품’에 대해 시정 권고를 내렸다. 국내 여행사들은 대부분 판매를 중단하거나 상품을 최대한 노출하지 않는 방향으로 영업했으나 외국계 OTA는 요지부동으로 환불불가 상품을 판매했고, 공정위는 시정권고 불이행으로 지난해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대해 부킹닷검과 아고다는 반기를 들고 행정소송을 벌였고 법원은 5월20일 공정위에게 시정명령을 취소하라는 결론을 내렸다. 


법원은 OTA가 숙박업체와 소비자를 중개하는 플랫폼으로 환불 여부는 개별 숙박업체 고유의 정책이고 OTA의 약관에서 벗어난다고 판단했다. 또 환불불가 상품이 환불가능 상품보다 5.5~17.9% 저렴한데, 소비자는 환불불가 조항의 내용과 효과를 충분히 고지 받은 상태(예약단계에서 4차례 고지)에서 혜택을 누리는 대신 환불불가 조건을 감수하는 사항을 스스로 선택했으므로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 의무를 지는 조항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환불불가 상품을 일률적으로 제거할 경우 사전 계획을 용이하게 수립해 할인을 받고자 하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결과를 가져올 여지가 있다고도 해석했다. 


체면을 잃은 공정위는 대법원 상고를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법원 최종판결 전까지는 별다른 액션을 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최종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나머지 업체들은 이전 시행명령을 계속 이행해야한다. 하지만 국내 여행사들은 이번 판결이 국내 여행사가 역차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버린 꼴이라고 비난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이번 소송의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시정명령 취소 판결이 자사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정명령을 그대로 유지하고 규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최저가 상품에 대한 진입이 손쉬운 상황에서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불공정한 경쟁 구도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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