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여행상품으로 내나라 여행] 아니 다녀간 듯 살며시, 두 군산
[우수여행상품으로 내나라 여행] 아니 다녀간 듯 살며시, 두 군산
  • 김선주 기자
  • 승인 2020.06.29 0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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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 군산으로 불렸던 바다에는 섬들이 오밀조밀했다.  지금, 군산으로 불리는 도시에는 근대 역사의 흔적이 아련했다.
아니 다녀간 듯 살며시, 두 군산을 다녀왔다.  

대장봉은 해발 142m에 불과하지만 정상에 서면 대장도와 장자도 선유도 등 고군산군도를 이루는 섬들이 서로 이어지며 쭉 뻗어 나가는 장관을 만날 수 있다
대장봉은 해발 142m에 불과하지만 정상에 서면 대장도와 장자도 선유도 등 고군산군도를 이루는 섬들이 서로 이어지며 쭉 뻗어 나가는 장관을 만날 수 있다

●옛 군산 섬들의 향연  


선유도는 한 때 군산도라 불렸다. 조선시대 수군 기지 역할을 했는데 수군기지가 지금의 군산으로 옮겨간 후 선유도로 불리게 됐다. 섬의 두 봉우리가 마치 두 신선이 바둑을 두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서, 신선들이 놀다 갈 정도로 아름답다 해서 그랬단다. 이곳의 섬 무리들도 옛 군산의 섬 군락지라는 뜻으로 고군산군도라는 이름을 얻었다.


고군산군도는 10개의 유인도와 47개의 무인도로 이뤄졌다. 본래 육지와 떨어진 섬들이었지만 새만금방조제 사업으로 야미도와 신시도가 육지와 연결된 데 이어 2016년에는 신시도와 무녀도를 잇는 고군산대교가 개통돼 이제는 선유도, 장자도까지 자동차로 슁 내달릴 수 있다. 


군산에서 새만금방조제 길로 접어들었다. 방조제 중간쯤에서 만나는 신시도에서 선유도 가는 표지판을 따라 우회전했다. 무녀도와 선유도를 거치니 장자도가 반겼다. 섬과 섬은 고군산대교, 선유대교, 장자대교가 이었다. 고군산대교는 우리나라 최초의 ‘1주탑 방식 현수교’로 유명하다더니 정말 주탑 한 개로 버티고 있는 모습이 독특했다. 바다를 끼고 달리다 바다 위로 오르고 다시 얄팍한 섬 산등성이를 넘는 재미에 도로가 끝나는 줄도 몰랐다. 고군산군도로 파고든 도로는 장자도 주차장에 다다라서야 멈췄다. 육지의 손길이 가장 깊숙이 닿은 고군산군도의 속살이었다.

대장도 가는 길에 만난 나무 조형물
대장도 가는 길에 만난 나무 조형물

●섬 아닌 섬, 어찌 마다할까


장자도는 선유도와 대장도를 양쪽에 끼고 있다. 개별의 섬이지만 다리와 길로 하나처럼 연결돼 있다. 고군산군도의 걷기여행길인 구불길 8코스의 무대가 이들 세 섬이다. 트레킹 좋아하는 이들은 대장도의 대장봉, 선유도의 선유봉 오르는 맛에 반하고, 오지 백패커들은 해가 지고 찾는 이들이 뜸해지면 대장봉 전망데크에서 아예 하룻밤 야영한다. 서로 함께 또 홀로 오밀조밀 바다 위에 떠 있는 고군산군도의 섬 군락을 조망할 수 있으니 해발 150m에도 미치지 못하는 봉우리에 오르는 수고쯤이야 마다할 리 없다.


대장도 대장봉부터 오르기로 결정했다. 대장봉 중턱에는 기다란 바위가 삐죽 솟아 있는데 사람들은 할매바위라고 부른다. ‘자신의 뒷바라지 덕분에 과거에 급제한 남편이 그 은혜는 알지 못한 채 첩을 데리고 돌아오는 모습에 화가 난 아내가 돌로 굳어 할매바위가 됐다’고 한다. 이 바위를 보면서 사랑을 약속하면 이뤄지고 배반하면 돌이 된다는 말이 나돌고 있어서인지 한 연인은 두 손을 꼭 잡은 채 바위를 바라봤다. 약속할 일도 배반할 일도 없는 입장이라 씩 웃고 등산길에 올랐다.

가파르지만 나무 계단으로 잘 정비된 오른쪽 길 대신, 봉우리를 나선형으로 휘감아 오르는 왼쪽의 완만하지만 긴 코스를 택했다. 고작 해발 142m이니 등산이랄 것도 없다 만만히 여기고, 장자도마트에서 달랑 생수 한 병 사들고 오른 만용은 결코 과하지 않았다. 잠깐의 숨 가쁨과 한 동안의 다리 뻑적지근함만 참아내면 됐으니 말이다. 빨간 꽃잎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동백나무와, 잎도 나기 전 꽃부터 피워낸 붉은 진달래가 겨울의 끝자락과 봄의 초입에서 만나는 듯 했다. 채 20분도 되지 않았던 등반 시간에 비하면 정상이 선사한 조망감은 과하게 아름다웠고 시원했다.

대장도·장자도·선유도·무녀도가 왔던 길을 되돌아 도로를 달리고 산을 넘고 다리를 건너 뻗어 나갔고, 드넓은 서해바다는 그 모두를 포근하게 안았다. 오르다 본 ‘아니온 듯 다녀가시라’는 당부대로 살며시 정상의 순간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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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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