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행도 구독이 될까요?
[기자수첩] 여행도 구독이 될까요?
  • 손고은 기자
  • 승인 2020.06.29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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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고은 기자
손고은 기자

사전에서는 책이나 신문, 잡지 따위를 정기적으로 받아 보는 것을 구독이라 정의하고 있다. 이처럼 구독은 명백히 콘텐츠 중심으로 정의됐다. 하지만 요즘 구독이 가능한 범위는 콘텐츠를 넘어 취향으로 확대된 듯하다. 친구 A는 꽃다발을 구독하고 친구 B는 일간 이슬아(이슬아 작가의 수필을 매일 한 편씩 이메일로 받는 서비스)를 구독한다. 어머니는 온라인 마켓의 당일배송 패스를 구독 중이며 나는 최근 와인을 구독할지 속옷을 구독할지 고민하고 있다. 과자 구독, 베이커리·커피 구독에 자동차 구독까지 등장했으니 그야말로 구독의 시대다. 


특히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소비가 위축되면서 유통업계는 구독 열풍이 한창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전문가의 큐레이션을 밑바탕으로 하는 구독 서비스가 소비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가령 와인의 경우 일정 예산 안에서 전문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와인을 매주 한 병씩 구매할 수 있고, 개인의 체질이나 상황에 맞게 설계된 식단관리 도시락을 정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다는 거다. 똑같은 제품이지만 날씨나 계절 등에 따라 세심한 기준을 통해 엄선된 상품이나 서비스일수록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상승하는데, 이건 전문가의 큐레이션 덕분이다. 


여행업계에는 아직 구독 경제가 도달하진 않았지만 큐레이션의 저력을 보여주는 플랫폼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건축가의 깐깐한 기준을 적용해 차별화된 숙소만 판매하는 스테이폴리오가 그렇고, 해외 현지인들이 만든 가이드 투어 상품을 한국인 여행자의 취향과 시선에 맞게 재가공해 보여주는 트래블 메이커가 그렇다. 야놀자와 여기어때도 보다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프리미엄 숙소만을 모아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이들은 똑같은 재화를 저마다 전문가의 관점으로 재해석하고 색을 입혔다. 


많은 사람들이 이영자씨와 백종원씨의 추천 맛집을 따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추천인이다. 추천인이 음식에 대한 통찰력과 견해를 갖춘 사람이기 때문에 ‘믿고 가는’ 것이다. 여행업계에서도 구독과 큐레이션이 대유행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어쩌면 위기라는 지금, 수많은 경험을 가진 여행인들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문득 여행을 구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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