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9개월 만에 여행산업 사실상 전면 중단
출입국자 3~4% 수준으로 급락, 벼랑끝 위기
방역+여행 해법 절실, 제한적 교류재개 필요

2020년 1월20일 한국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꼬박 9개월이 흘렀다. 불과 9개월 만에 여행산업은 전대미문의 극심한 침체에 빠졌고, 여전히 터널의 끝은 보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9개월이 남긴 상처와 향후 전망을 살폈다.

 

●일상이 된 휴·폐업 그리고 휴·퇴직


아웃바운드와 인바운드 부문은 코로나19로 인해 한마디로 초토화됐다. 전체 출입국자 규모가 지난해의 3~4% 수준으로 위축돼 사실상 중단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1~8월 한국인 출국자 수는 397만5,579명으로 전년동기대비 80.2% 하락했으며, 외국인 입국자 수는 226만8,385명으로 전년동기대비 80.2% 감소했다.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한 3월 이후만 보면 하락 폭은 90%대에 이른다. 한국 양대 여행사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해외 송객 실적은 4월 이후 9월까지 연속 6개월 -90% 후반대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해 각각 매월 20~30명의 송출 실적을 올렸지만 올해는 두 회사의 월간 송출객을 합해도 1만명을 넘지 못한다.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 동안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실적은 전년대비 약 98% 사라졌다.


여행산업 생태계 근간도 무너졌다. 여행사 휴업과 폐업이 급증했으며, 여행사 종사자들도 대부분 유·무급 휴직·휴업에 이어 최근 들어서는 희망퇴직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부는 고용유지를 위해 여행업을 내년 3월말까지 특별고용유지지원업종으로 지정하고 유·무급 휴직·휴업에 대해 기업이 지불한 비용의 최대 90%를 지원하고 있지만, 4대 보험과 임대료, 퇴직금 등 사업주가 부담해야 하는 일부 비용도 고용유지의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 지원금 지원기간도 연간 240일로 기존보다 60일 연장되기는 했지만 당장 10월부터 지원기간이 종료되는 업체들이 많아 대량실직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KTA)가 7월30일 발표한 ‘2020년 2분기 관광사업체 현황(2020년 6월30일 기준)’에 따르면, 여행업 등록건수는 총 2만1,671건으로 전분기(2만2,115건)보다 444건이나 줄었다. 여행업 등록건수가 전분기와 비교해 400건 이상 하락한 것은 최근 몇 년 새 처음 있는 일이다. 국내 및 국외여행업을 겸업하는 업체(4,743곳)를 여행사 1곳으로 반영해 도출한 실제 여행사 수는 1만6,928개사로 전분기(1만7,285곳)보다 357개사 줄었다. 2018년 3분기 이후 유지됐던 여행사 수 1만7,000개 선이 2년 만에 무너졌다. 10월 중순 현재까지 코로나19가 여행업계에 심각한 피해를 안기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행사 수 하락세는 3분기 들어 더 가팔라졌을 가능성이 높다.  

●“출입국 제한 조치 단계적 완화해야”


최근 들어 항공사들이 그동안 운항 중단했던 노선을 일부나마 재운항하기 시작했고, 일부 국가의 경우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여행자 입국을 허용하기로 하는 등 서서히 봉쇄조치가 완화되는 분위기라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한국과 일본 양국은 10월8일부터 기업인을 대상으로 특별입국절차를 시행하는 등 비즈니스 교류 재개를 위한 조치들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일반 여행수요를 회복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이 취하고 있는 비자면제 무효화와 자가격리 의무화 등의 입국 제한조치가 결정적인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4월13일 이후 특정 국가와 체결한 사증면제협정을 잠정 정지했는데, 10월 중순 현재 56개국에 이르며 해외 주요 국가들도 비슷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또 현재까지 자국민을 포함한 모든 해외 입국자에 대해서 2주 자가격리 조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 제한조치가 풀리지 않는 한 아무리 국제선 항공노선이 재개되더라도 순수 여행수요가 되살아나기는 불가능하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10월13일 현재, 세계 62개 국가 및 지역이 외국인 입금금지 조치를, 9개 국가 및 지역이 격리조치를, 91개 국가 및 지역이 검역강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유럽내 26개 국가 및 지역이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입국 관련 제한 조치를 해제했다는 점은 여행재개에 긍정적인 요소다. 

●트래블버블부터 기업인 패스트트랙까지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만큼 방역상 안정이 보장되는 범위 내에서 점진적인 완화 조치를 취해 여행시장 개방에 나서야 한다는 게 여행·항공업계의 바람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10월13일 기준 세계적으로 27만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누적 확진자 수는 3,770만명, 누적 사망자 수는 108만명에 달했다. 방역과 여행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해법이 필요한 배경이다. 14일 의무 자가격리 기간 단축 또는 완화, 방역체계가 우수한 국가 간 교류를 재개하는 트래블버블(Travel Bubble) 확대, 비즈니스 목적 출장자 대상 출입국 제한조치 완화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관광교류 규모가 크고 상호의존도가 높은 한·중·일 3국의 역내 관광협력 강화 필요성도 높다는 지적이다. 3국간 협력 없이는 여행시장의 완전한 정상화를 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중일 3국 간 연간 관광교류 규모는 2018년 3,000만명을 돌파했지만 2020년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3국간 교류도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2020년 1월부터 8월까지 한국을 찾은 일본인은 42만6,816명으로 전년동기대비 81.1% 감소했으며, 방한 중국인은 64만2,485명으로 83.5% 하락했다.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올해 말 우리나라 주최로 한중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도 3국간 관광교류 재개를 통한 여행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요소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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