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고 있어 일본여행] 사람의 얼굴을 닮은 도시
[기다리고 있어 일본여행] 사람의 얼굴을 닮은 도시
  • 이은지 기자
  • 승인 2020.12.17 15: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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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eriences in JAPAN Cities
도쿄 타워
도쿄 타워

과거를 추억하고 미래를 기약하는 일. 모두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몫이다. 일본의 도시에서는 오래된 전통과 현대 기술이 함께 어우러진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고층 빌딩이 가득한 대도시부터 오래된 역사를 엿볼 수 있는 고즈넉한 전통마을, 다소 소박하고도 치열한 일상이 이어지는 소도시까지. 일본의 도시는 사람과 함께 숨 쉰다. 호흡을 같이 한다. 사부작사부작 걸음을 옮길 때마다 정답고, 다정하고, 친절한 현지인들의 얼굴에 시선을 빼앗기는 건 어쩌면 여행자의 숙명 아닐까. 여행을 기억할 때면 어쩐지 그들의 따스한 미소와 시선이 잔상처럼 따라붙는다. 사람이 있기에 도시는 존재하고, 도시가 있기에 여행자들은 발걸음을 재촉한다. 


무작정 발길이 이끄는 대로 향한다. 해맑은 웃음을 지닌 아이를 따라 즉흥적으로 한 끼 메뉴를 정하고, 한 쇼핑몰의 옥상을 빌려 굳이 이름나지 않은 풍경을 전세 내기도 한다.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발견하게 되는 매력이 가득하다. 자꾸만 일본 도시 여행을 욕심 내게 되는 이유다.

도쿄 스카이트리에서 바라본 야경
도쿄 스카이트리에서 바라본 야경

●도쿄  구석구석


평범함은 거부한다. 도쿄 거리 곳곳을 누비는 일은 익숙한 듯 낯선 감각 속에서 새로운 것들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도쿄의 첫인상 


사람들이 바삐 걸음을 옮기는 번화가,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도쿄에 대한 편견이었다. 시간대별로 빽빽이 채운 일정은 어쩌면 편견의 산물이었다. 도쿄에 도착하는 순간 마음을 고쳐먹기로 한다. 아무렴 어떨까. 우연의 힘을 빌려본다. 열 손가락을 다 접고도 가고 싶은 곳은 여전히 많으니, 오히려 계획 없이 곳곳을 누벼보기로 한다. 뜨고 지는 해의 움직임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우연히 들어간 식당에서 점원의 추천을 받아 뜨끈한 우동 한 그릇으로 배를 채웠다. 정성껏 내온 정갈한 한 그릇을 받아든다. 후루룩 한 입 가득 소박한 행복이 들어찬다. 첫인상이 좋다. 조짐이 좋다. 무심코 지나치다 이끌리듯 한 베이커리에 들어갔다. 후식으로 케이크 한 조각을 먹었다. 언제나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다. 

아사쿠사
아사쿠사
도쿄역 야경
도쿄역 야경

위로 올려다볼 때와 위에서 내려다볼 때. 도심의 풍경은 각도에 따라 얼굴을 달리하는 매력이 있다. 도쿄에는 랜드마크인 도쿄타워는 물론 시내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훌륭한 스폿이 많다. 스카이트리, 롯폰기힐즈, 도쿄도청은 이미 이름난 명소. 도쿄도청 전망대에서는 반짝이는 야경이 발아래 자리하고, 롯폰기힐즈에서는 회색빛 건물 사이로 빨갛게 물든 도쿄타워가 존재감을 뽐낸다.


활자가 그리워질 땐 작은 책방


타지에서는 문득 손 놓았던 것들을 다시 잡고 싶어진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종이의 사각거리는 소리와 오래된 냄새는 추억을 가져다주니까. 도쿄에는 감성을 가득 담은 작은 책방이 가득하다. 진보초 책거리는 다양한 크기와 테마를 가진 서점들이 늘어서 있다. 100년 넘게 자리를 지킨 오래된 서점으로 향했다. 계단을 따라 빙글빙글 올라가니 키를 훌쩍 넘는 고풍스러운 책꽂이에 원서가 가득하다. 책장 옆에 차곡차곡 쌓인 책들마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양한 테마의 도쿄 책방
다양한 테마의 도쿄 책방

다양한 언어로 쓰인 책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인테리어가 되니 마음이 절로 둥둥 떠올랐다. 커다란 책장에서 빠져나와 고양이 서점으로 입장! 표지에 커다랗게 박힌 귀여운 고양이 사진이 심장을 자극한다. 참고 참았던 환호성이 잇새로 새어 나온다. 고양이 요가 책, 고양이 달력, 작고 아담한 내부를 고양이로 알차게 채웠다. 귀여움에 장사 없다더니 어느새 스르르 지갑이 열린다. 랜선 집사의 숙명이랄까. 먹고 자고. 아무리 책이 마음의 양식이라지만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모두 대체할 수는 없을 터. 푹신한 소파와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며 책을 읽는 건 어떨까. 더없이 평화롭고 잔잔한 분위기다. 맥주 애호가라면 책맥을 즐겨보자. 공부와 일은 금물. 오롯이 책과 맥주를 즐기며 잠시 현실을 잊어본다. 술에 취하고, 책에 취한다. 

 

●오사카에서 한 걸음 더, 
이유 있는 당일여행 3


자꾸 눈길이 간다. 시대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매력의 소도시들이 가득하니 자꾸만 아른거릴 수밖에. 
하루면 충분한 오사카 소도시 여행. 


이국적인 분위기가 가득 ①고베 


항구도시 고베는 이국적인 분위기로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도심 북쪽 언덕에 위치한 기타노이진칸은 여행자들의 필수 코스다. 고배 개항 이후 외국인이 살던 집들이 줄지어 있는 곳으로, 독일인 무역상의 집 가자미도리 노야카타와 초록색 건물에 베란다가 인상적인 미국 총영사 저택을 만날 수 있다. 1907년 지어진 목조주택을 리모델링한 스타벅스도 단연 시선을 끈다. 가타노이진칸에서는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다. 

고베 하버랜드
고베 하버랜드
모토마치
모토마치

커피와 케이크의 도시 고베에서 배를 채워볼까? 그렇다면 대표 상점가인 모토마치로 향하자. 1952년 문을 연 에비앙 카페에서는 숙련된 바리스타가 알코올램프를 사용해 정성스레 내린 커피를 맛볼 수 있다. 쉬폰케익과 치즈케익도 인기. 황홀한 야경도 빼놓을 수 없다. 하버랜드는 고베의 랜드마크인 포트타워 야경을 감상하기에 제격이다. 까만 밤을 화려하게 수놓는 붉은 조명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일본의 첫 유네스코 유산 ②히메지성


히메지성의 아름다움은 일본에서도 명성이 자자하다. 17세기 초 일본 건축을 대표하는 목조건축물로, 일본에서 처음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주인공이다. 하얀 외관이 마치 춤을 추며 서 있는 백조를 닮았다고 해서 ‘백로성’이라는 우아한 애칭이 붙여졌다. 국보만 해도 8가지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 망루를 비롯한 문과 벽까지 성 곳곳이 중요문화재다. 배우 톰 크루즈가 주연한 <라스트 사무라이>를 비롯해 여러 영화 배경으로도 등장하기도 했다.  

효고현 히메지성
효고현 히메지성

화재로 손실되기 십상인 목조건물임에도 불구하고, 히메지성은 전통 공법을 이용해 자신을 지켰다. 외부를 회반죽으로 얇게 여러 번 덧칠하는 ‘시로싯쿠이소누리고메즈쿠리’ 공법으로, 회반죽 두께만 해도 무려 3cm라고. 덕분에 히메지성은 온갖 재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성 중심인 대천수 건물은 지상 6층, 지하 1층의 7층 구조로 웅장함을 더했다. 찬찬히 돌아보다 혼마루에 다다르면 천수각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담을 수도 있다.

 

햇살 한 조각 ③오카야마


날씨가 좋아 ‘햇살의 땅’이라고 불린다. 햇살이 좋으니 과일도 맛있다. 오카야마 곳곳에서 모모(복숭아)를 만날 수 있는 이유다. 앙증맞은 분홍빛을 품은 복숭아 아이템들은 오카야마를 대표한다. 

오카야마 고라쿠엔
오카야마 고라쿠엔

오카야마에는 ‘모모타로’ 이야기가 전해진다. 복숭아에서 나타난 남자아이가 사람을 괴롭히는 귀신을 물리치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내용이다. 모모타로의 모델로 알려진 기비쓰시코노미코토를 기리는 사당인 기비쓰신사부터 JR 오카야마 역 앞을 지키는 모모타로 동상까지. 따뜻한 이야기를 사랑하는 일본 사람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매년 여름에는 모모타로 축제도 성대하게  열린다. 

오카야마 신사
오카야마 신사
오카야마성 오시로 파르페
오카야마성 오시로 파르페

다음 행선지는 일본 3대 정원 중 하나인 고라쿠엔이다. ‘근심을 먼저 하고 즐거움은 나중에 누린다’는 이름 뜻과는 달리 들어서자마자 펼쳐진 풍광에 즐거움 먼저 누리고 싶어진다. 구석구석 물길을 따라 인공으로 만든 섬과 산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오카야마성은 첫인상부터 남다르다. 까만색에 군데군데 금색이 칠해진 일명 ‘까마귀 성’은 에도시대 유산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1층에 있는 오시로차야에서 오카야마의 명물 과일을 아낌없이 넣은 오시로 파르페를 맛보는 일도 잊지 말자. 


●반짝이는 전통마을  
구라시키 미관지구 


하얀 벽이 반짝이고, 운하가 잔잔히 흐른다. 에도시대부터 쇼와 초기까지 일본 전통가옥이 고스란히 자리를 지킨다. 오카야마현의 또 다른 얼굴, 바로 구라시키 미관지구다. 

구라시키 미관지구 운하
구라시키 미관지구 운하

인력거 타고 영화 속으로


미관지구를 가로지르는 운하에는 사람과 건물이 담겨있다. 예스러운 건물이 투영된 물이 평화롭게 흘러가니 마치 한 폭의 명화 같다. 나룻배에 몸을 싣고 여유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열 명 남짓 탈 수 있는 배에 올라타 이리저리 흔들리니 마음 한 편도 출렁이기 시작한다. 운하에 몸을 맡기고 흘러가다 보면 길게 잎을 늘어뜨린 버드나무를 만날 수 있다. 그야말로 운치의 절정. 아마추어 화가들이 버드나무 아래 앉아 미관지구의 모습을 부지런히 담아낸다. 아름답고 평화롭다. 

구라시키 미관지구 풍경
구라시키 미관지구 풍경

잠시 누군가의 발을 빌려도 좋다. 구라시키 미관지구에는 환한 미소와 듬직한 어깨를 가진 인력거꾼이 있다. 마을 곳곳을 누비며 스폿마다 생생한 설명을 전해주니 구라시키가 보다 친숙해진 느낌이다. 일본어를 몰라도 걱정하지 마시라. 스마트폰 번역기로 친절히 알려줄 테니.

구라시키 미관지구 풍경
구라시키 미관지구 풍경

인력거에서 내려 여유로이 산책을 즐기다 보면, 담쟁이넝쿨 옷을 입은 아이비스퀘어가 눈길을 끈다. 옛날 방직공장이 전시장, 카페, 도자기 체험장으로 재탄생했다고. 100년 넘은 전통가옥을 개조해 만든 카페 겸 게스트하우스 유린안에는 늘 사람이 북적인다. 이름만 들어도 행복해지는 시아와세 푸딩이 이곳의 대표 메뉴. 스마일이 그려진 푸딩을 보고 있자니 잠시 머무는 찰나에도 행복이 가득하다. 엉덩이 모양의 모모 쥬스와 밥에 생달걀을 넣고 간장을 뿌려 먹는 타마고 카케고항도 인기 메뉴다. 음식뿐만 아니라 메뉴판도 깜찍하니, 역시 여기저기서 귀엽다는 탄성이 가득. 즐거움이 가득담긴 사람들의 얼굴을 보니, 역시 행복은 작고 사소한 것으로부터 온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비스퀘어
아이비스퀘어

일본서 만나는 모네, 
오하라미술관


마을 한가운데서 그리스 신전을 만났다. 구라시키 미관지구 필수코스인 오하라 미술관이다. 1930년에 문을 연 일본 최초의 서양식 근대 미술관으로 모네, 피카소, 고갱, 세잔 등 세계적인 화가들의 원작을 만나볼 수 있다. 어쩌면 한국인들에게 낯설 수도 있는 이 작은 도시에 세계적인 작품들이 머무르게 된 이유는 뭘까. 궁금함을 가득 품은 채 미술관 안으로 들어섰다. 

답은 오하라 가문에 있다. 오하라 가문은 방적 사업으로 큰돈을 벌었던 구라시키 지역 대지주다. 그들은 부를 쌓는 데만 치중하지 않고 대대로 사회에 관심을 기울였다. 고아원과 학교를 세우고,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지원하는 장학회도 설립했다. 오하라미술관 설립에 공헌한 사람이 바로 장학회 출신인 고지마 토라지로다. 당시 오하라 가문을 이끌었던 오하라 마고사부로는 고지마 토라지로의 평생 친구이자 후원자였다. 토라지로는 마고사부로의 지원으로 유럽으로 유학을 떠나 본격적으로 그림을 공부하게 됐다. 마고사부로는 유학 경비는 물론 토라지로가 거장들의 작품을 구입하는 일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모네의 수련도 토라지로가 직접 찾아가 구입한 작품. 토라지로가 세상을 떠난 뒤 마고사부로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업적을 기리기 위해 오하라미술관을 열었다. 거장들의 작품을 감상하며 둘의 깊은 우애를 떠올렸다. 여운과 울림이 가득했다. 


구라시키에는 청바지 원단으로 만든 개성 넘치는 옷가게가 즐비하다. 구라시키는 1960년대 일본에서 처음으로 청바지 원단을 생산한 지역으로, 길거리 여기저기서 데님을 발견할 수 있다. 옷과 소품은 물론 데님에서 영감을 받은 데님 아이스크림도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일본 데님의 고장에서 특별한 사진 한 장을 남기기에는 충분하다.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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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여행가고싶다 2020-12-18 11:40:10
너무 잘 봤습니다.. 여행이 고파지네요......
진짜 언제쯤 여행 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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