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해설사는 언뜻 쉬워 보이지만 막상 알고 나면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다. 지자체의 선발 과정을 통과해도 100시간에 이르는 신규양성 교육과정을 수료해야한다. 자격을 얻고 나서도 꾸준히 활동하고 학습해야 한다. 예비 문화관광해설사를 대상으로 행주산성에서 이뤄진 2021년도 현장 실무 교육에 동행했다.  

고양 행주산성 글·사진=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2021년도 문화관광해설사 신규양성 교육에 참가한 예비 문화관광해설사들이 11월24일 행주산성 현장실무 교육 도중 행주대첩비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김선주
2021년도 문화관광해설사 신규양성 교육에 참가한 예비 문화관광해설사들이 11월24일 행주산성 현장실무 교육 도중 행주대첩비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김선주 기자

예비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렘 가득  

“저는 행주산성 문화관광해설사인데요, 태어나면서부터 성인이었어요. 반갑습니다. 박성인이라고 합니다.” 박성인 문화관광해설사의 우스갯소리에 예비 문화관광해설사들이 까르르 웃었다. 첫 대면의 어색한 분위기를 금세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솜씨가 베테랑다웠다.  

11월24일 경기도 고양시 행주산성 대첩문 앞, 20여명의 예비 문화관광해설사들이 현장실무 교육을 받기 위해 모였다. 전국 각 지자체의 선발 과정을 뚫은 ‘실력자’들이지만 다시 한국관광공사가 진행하는 100시간의 신규양성교육을 받아야 문화관광해설사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문화관광해설사 되는 길이 결코 쉽지 않은 셈이다.

그동안 실내 교육만 받다가 처음 야외 현장으로 나와서 그런지 현장 교육을 앞둔 참가자들의 표정은 모두 밝고 설렘으로 가득했다. 현장실무 교육은 행주산성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직 문화관광해설사 두 명이 맡았다.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두 개조로 나눴고, 서로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현장교육 코스도 즉석에서 척척 차별화했다. 그동안 현장의 각종 변수와 돌발상황에 순발력 있게 대응해 온 전문적인 역량이 엿보였다.

 

그렇게 문화관광해설사가 된다

박성인 해설사가 이끄는 조에 합류했다. 대첩문을 지나 멈춘 곳은 행주대첩의 영웅 권율 장군의 동상 앞이었다. “충장공 권율 장군 동상인데요, 왠지 익숙하지 않으세요?” 잠시 뒤 “이순신 장군 동상과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반응이 오자 기다렸다는 듯, “네, 세종로 이순신 장군상을 만든 고 김세중 조각가의 작품이어서 그렇습니다.” 고 김세중 조각가의 얘기까지 곁들여지니 다들 흥미로워했다. 질문을 던져 참여를 유도하고 흥미로운 스토리로 관심을 키우는 해설 기법이었다. 권율 장군 동상 뒤, 행주대첩 전개과정을 표현한 행주대첩 부조 앞에서도 숨겨진 이야기와 의미를 전달하며 색다른 해설을 이어나갔다. 예비 문화관광해설사를 대상으로 한 현장 교육다운 면모였다. 

현직 문화관광해설사가 권율 장군 동상(왼쪽)과 대첩비각 등 행주산성 곳곳을 돌며 예비 문화관광해설사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했다./ 김선주
현직 문화관광해설사가 권율 장군 동상(왼쪽)과 대첩비각 등 행주산성 곳곳을 돌며 예비 문화관광해설사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했다./ 김선주

일반적인 해설과 함께 기회가 있을 때마다 관람객 규모와 성향에 따른 동선 짜기 방법, 관람객의 집중과 참여를 높이는 노하우 등등 ‘후배’들을 위한 전문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고양시가 국궁 활터로 조성한 충훈정, 권율 장군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창건한 사당인 충정사, 각종 기념물을 전시한 대첩기념관, 행주산성의 정상에 우뚝 솟은 행주대첩비와 대첩비각 등 행주산성 곳곳에서 흥미진진하고 깊이 있는 현장교육이 펼쳐졌다. 

행주산성 정상으로 오르면 유유히 흐르는 한강과 방화대교가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덕양정은 그 풍경을 오롯이 감상하기에 제격인 정자인데, 이곳에 빙 둘러앉은 선후배 문화관광해설사들은 같은 길을 걷는다는 동질감 덕분인지 두런두런 진솔한 얘기를 나누며 문화관광해설사로서의 자부심을 키웠다. 그래서였을까, 현장교육이 모두 끝나고 “여러분 모두 훌륭한 문화관광해설사가 되기를 응원하겠다”는 선배 문화관광해설사의 덕담에 환호하며 기뻐하는 예비 문화관광해설사들이 듬직해보였다. 

 

■ mini Interview
한국문화관광해설사중앙협의회 김옥석 회장

“끊임없이 배우고 개성 발휘하는 이야기꾼”

한국문화관광해설사중앙협의회 김옥석 회장 / 김선주 기자
한국문화관광해설사중앙협의회 김옥석 회장 / 김선주 기자

 

-협의회에 대해서 소개하면.

문화관광해설사들의 구심체다. 전국 지자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화관광해설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친목도모는 물론 문화관광해설사 제도의 발전을 위한 활동도 전개한다. 올해로 회장으로서 2년 임기를 마치는데, 규정상 한 번 연임할 수 있다.  

-주로 어떤 분들이 도전하는가.

우리 문화와 역사에 대해 해박하고 관심이 높은 분들,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남들과 나누고자 하는 분들이다. 퇴직을 앞둔 공문원이나 교직자분들이 특히 많은 것 같다. 요즘은 중년층 젊은 분들의 도전도 많이 늘었다.  

-문화관광해설사에 대해 평가하면?

자기만의 개성을 풍부하게 발휘할 수 있다. 꾸준히 공부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해설을 할 수 없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현장에서 활동하다보면 호기심과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자연스레 학습으로 이어진다. 관람객과 소통하는 과정에서도 많이 배우고, 서로 멘토-멘티 관계로 발전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 관람객 중에 문화관광해설사가 된 사례도 많다. 인터넷과 SNS에 정보가 넘쳐나니 그것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문화관광해설사만의 스토리와 정보를 찾아내는 노력도 필수적이다. 결국 훌륭한 이야기꾼, 스토리텔러가 돼야 한다.   

-아쉬운 점도 있겠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 문화관광해설사가 됐는데도 현실적 한계 때문에 오래 활동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사례를 보면 가슴 아프다. 자원봉사자 형태로 시작됐지만 문화관광해설사가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활동일수와 활동비 등에서 정부 및 지자체 차원의 지원이 좀 더 강화됐으면 좋겠다.

 


■ 관광정보 쏙쏙 관광이러닝센터 

미래 관광분야 전문가를 꿈꾼다면 주목. 한국관광공사는 관광정보 지식채널인 ‘관광이러닝센터’를 운영 중이다. 관광에 관심이 있는 남녀노소 누구나 회원가입만 하면 100여개의 강좌를 무료로 학습할 수 있다. 교육과정은 ▲관광인프라/콘텐츠 ▲안내/해설 ▲트렌드 ▲홍보/마케팅 ▲공통/소양 ▲관광숙박 ▲디지털역량 등 관광의 모든 것을 다양하게 담았다. 회원가입 시 관심분야를 선택하면 연결된 교육과정을 추천해주는 똑똑함도 갖췄다. 네이버, 카카오 등 간편 로그인 기능을 지원하며, 원하는 강좌를 신청하고 나의 강의실에서 학습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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