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를 가졌건 안 가졌건 현대를 사는 사람이라면 수 천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종교의 존
재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종교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유한성의
자각에서 영원·무한한 것을 외경하고 그것을 자기 안에서 체험하는 것’이라는 풀이가
가장 일반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이 정의는 종교가 사회적으로 갖게 되는
기능을 모두 도외시하고 각 개인이 종교를 접하게 되는 심리적 측면에서 설명된 것이다.
한국 종교의 3대 산맥으로 자리잡고 있는 불교, 기독교, 천주교 역시 이러한 물음에 대한
해답을 내릴 수 있는 종교라고 생각된다. 특이한 것은 위에 서술한 종교가 한국의 자생적
종교가 아닌 외래에서 전래된 종교라는 것이다.
불교는 기원전 2,500년 전에 다양한 종교와 사상이 발달한 인도에서 처음 출현한 종교로 석
가모니에 의해 주창된 종교다. 모든 종교가 다 그렇듯이 제자들에 의해 다양한 분파로 나눠
졌다.
불교는 계율이나 교법의 전통을 중요시하고 자기형성에 중점을 두면서 출가 수행승만이 중
심이 되는 소승불교가 불교 초기에 지배적이었으나 기원전 1세기 무렵부터 중생은 본래 불
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보살의 길로 정진한다면 누구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대승불교가
나타나게 됐다.
시간을 더해가면서 소승불교는 지금의 스리랑카를 거쳐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으로 전파되면서 많은 불교 유적지를 남기게 됐다. 대승불교는 중국을 거쳐 한국, 일
본으로 전파되면서 각국의 전통문화와 결부되면서 독특한 불교문화를 남겼다. 한편 티벳으
로 넘어간 불교는 라마불교라는 또 다른 분파를 성립했다.
석가모니의 탄생, 성불, 초전법륜 입적지 등 4대 성지와 왕사성 사위성과 지원정사, 바이샬
리, 상카샤를 합해 8대 성지를 남겼고 중국의 4대 본산과 소승불교가 퍼진 동남아 지역도
각국에 유명한 불교 유적지에 매년 많은 불교 신도들이 찾아 들고 있다.
불교성지순례 전문 여행사인 반야여행사의 박규석 부장은 “한국의 불교성지순례 인구는
약 15만명으로 50여개 성지 중 핵심 성지 10여군데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박부장
은 티벳 불교의 본산지인 라싸를 포함한 네팔, 중국의 사천성을 포함하는 랜드 크루즈가
인기 상품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의 성지순례자들은 인도의 고가상품보다 저렴한 중국을 찾는 경향이 많은 것으로 나타
났다. 한편 불교 성지순례를 하는 여행사는 3∼4개 정도가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
다.
기독교의 역사는 서양의 역사라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유대인의 민족종교인 유대교의 본산인 예루살렘에서 자생한 기독교는 예수 사후 방대한
로마의 교통로를 따라 소외된 사람, 차별 받는 자와 억압받는 자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널
리 전파됐다. 그러나 점차 로마 통치자에게 위협으로 간주되어 피로 얼룩진 박해를 견디어
내야만 했다. 그러나 세례왕 콘스탄티누스가 기독교를 공인함으로써 서로마 제국의 몰락하
기 전까지 대부분이 기독교인이 됐다.
중세 유럽을 지배해온 기독교는 십자군운동과 성직자들의 임명권을 둘러싼 서임권 분쟁과
함께 종교적 타락을 보였다. 이후 독일의 루터에 의해 종교개혁이 일어나면서 지금의 신교
가 성립되어 지금의 많은 종파를 생성했다. 또한 서로마 제국 멸망 후에도 동로마 제국
지배아래 동방정교가 또다른 종파로 자리매김 했다.
기독교의 성지는 이스라엘, 요르단, 이집트, 지금의 터어키가 자리잡고 있는 소아시아, 그리
스, 이탈리아의 로마 등을 꼽을 수 있다. 유대교와 기독교, 심지어 회교까지 성지로 삼고
있는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은 십자가의 길, 통곡의 벽이 기독교인들이 많이 찾고 있다. 또
한 모세가 출애굽 당시 십계명을 받았다는 이집트의 시나이산 등이 대표적인 성지다. 지
난해부터 대한항공의 이집트 카이로 직항으로 많은 성지상품이 기획·판매되고 있다.
IMF전까지 만해도 매년 3만5,000명이 성지순례를 다녀왔으나 지난해에는 5,000여명으로
줄어들었다. 올해를 거치면서 내년에는 IMF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기
독교 성지순례를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는 20여개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에서 주지한 바와 같이 종교의 근원 성지가 외국에 있는 현실에 따라 성지순례라는 독
특한 여행의 한 분야가 존재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성지순례는 기존의 여행과는 다른 개념으로 이해해야만 하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기독교 성지순례를 전문으로 하는 천지항공의 유재우 기획실장은 “성지순례는 신
앙을 바탕으로 해야만 의미가 있는 여행”이라며 “신앙이 없는 상태라면 가장 힘들고 괴
로운 여행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성지순례는 사전 준비가 확실하게 필요한 여행으로 기존의 여행이 안락하고 편안함을 추구
하는 것이라면 성지 대부분이 관광의 인프라가 전혀 갖추어져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여행시 어려움을 많이 겪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일반여행사와는 달리 성지순례를 전문으
로 하는 여행사 역시 이윤 추구보다는 신앙적인 측면이 강조된 무료 봉사의 개념이 강하
게 작용한다.
불교에서도 신심이 없으면 성지순례에 대한 의미 자체를 부여하지 않는다.
1,000년전 신라의 혜초가 인도를 다녀온 것처럼 인간의 근원적 물음에 대한 해답이 없는
한 수천년을 내려온 종교와 함께 성지순례는 끊임없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는 여행업의 한 분야로 정의할 수 있다.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