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보석상자’ 뉴질랜드는 ‘순도 100%’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무결점의 나라다. 깨끗한 물과 청정한 공기, 그리고 은빛 빙하까지.
그런 뉴질랜드는 지금까지 남섬보다 북섬에 더 많은 관광객들이 몰린 게 사실. 그러나 최근 들어 남섬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부쩍 잦아지고 있다.
뉴질랜드 북섬이 관광지라면 남섬은 천혜의 휴양지. 섬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서던 알프스(Southern Alps) 산맥, 뉴질랜드의 모든 산들을 어깨 아래에 두고 있는 마운트 쿡(Mt. Cook),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피오르드랜드(Fiordland), 가없이 펼쳐진 캔터베리(Canterbury) 평야 등 조물주가 막 잡아 빚은 듯한 거칠고 역동적인 모습에서부터 세세한
디테일이 살아있는 정밀화의 풍경까지, 곳곳에서 다양한 외양과 표정으로 관광객들을 맞는다.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 뉴질랜드 남섬 투어의 시작과 끝이 교차하는 곳이다. 크라이스트처치라는 이름은 이곳에 도착한 초기 개척자들이 대부분 영국 옥스퍼드의 크라이스트처치 칼리지 출신인데서 유래한다. ‘영국 밖에서 가장 영국적인 도시’라고 불리는 이유도 여기서 기인한다. 이름에 걸맞게 ‘기독교 복음정신을 바탕으로 한 이상향 건설’이란 분위기가 도시 개척 초기에 팽배했다고 한다.
북섬의 오클랜드가 ‘요트의 도시(City of Sail)’, 웰링턴이 ‘바람의 도시(City of Wind)’라면 크라이스트처치는 호주 멜버른에 못지 않은 ‘정원의 도시(City of Garden)’다. 공원과 광장이 도시의 1/8을 차지하고 있으며, 가는 곳마다 꽃과 녹음이 우거져 도시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정원을 연상케 한다. 특히 크라이스트처치 시내를 굽이쳐 흐르는 에이번(Avon)강의 강변산책길은 시민 뿐만 아니라 여행자들에게 편안한 휴식처로 인기가 높다.
대표적인 공원은 시가지 서쪽에 위치한 해글리 공원(Hagley Park). 180ha의 광활한 넓이를 자랑하는 공원인데 워낙 넓다보니 북쪽과 남쪽 공원으로 구분돼 있다. 남 해글리 공원에는 조깅 사이클 테니스 소프트 볼 등 온갖 종류의 스포츠 시설이 갖춰져 있으며, 북 해글리 공원에는 18홀 골프장도 있다.
크라이스트처치 시민들의 해글리 공원에 대한 애착도 대단해서 “해글리 공원이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크라이스트처치에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스스럼 없이 말할 정도다.
해글리 공원의 서남부에 자리한 아담하고 아름다운 정원인 모나 베일(Mona Vale)도 크라이스트처치 시내투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 1900년경에 세워진 엘리자베스 왕조의 저택이 특히 볼 만한데, 현재 이 저택은 크라이스트처치 시의 소유로 카페 레스토랑으로 개방되고 있다. 때때로 각종 전시회나 티 파티장으로도 애용된다. 꼼꼼한 손길이 한눈에 느껴질 정도로 깔끔하게 정비된 정원 내에는 에이번 강이 흐르고 있으며, 이곳에서도 곤돌라를 이용한 뱃놀이인 펀팅(punting)도 가능하다.
크라이스트처치 시내관광을 마쳤다면 버스에 몸을 싣고 남부지역의 퀸즈타운(Queenstown)으로 향해 보자. 사실 퀸즈타운에 다다르려면 버스로 7시간 가량 걸린다. 그러나 퀸즈타운에 도착하는 순간, 이 조그만 도시의 빼어난 아름다움에 7시간을 달린 고단함은 단박에 사라진다.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 족이 ‘비취호수’라 부른 와카티푸(Wakatipu) 호수에 접하여 형성된 퀸즈타운은 골드 러시 시대에 번영했던 도시. 퀸즈타운이란 이름도 골드 러시 시대에 이곳을 찾은 한 금광 채굴자가 ‘여왕이 살기에 어울리는 도시’라고 칭송한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인해 뉴질랜드에서 첫 손에 꼽히는 관광도시가 된 퀸즈타운은 마치 알프스 산자락에 위치한 마을을 통째로 옮겨놓은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산 중턱에 오밀조밀하게 위치한 집과 면면히 흐르는 와카티푸 호수, 그리고 꼿꼿한 침엽수림 등이 어울려 유럽풍의 고상함을 자아낸다. 호수 위로 가끔씩 증기선이 지나칠 때면 그 순간 바로 ‘지구 남반구에서 보내온 그림엽서’ 그 자체가 된다. 그러나 이런 ‘순한’ 외양과는 달리 퀸즈타운이 인기를 끄는 또 다른 이유는 이곳에서 일년 내내 다양한 레저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유명한 카와라오 다리의 번지 점프를 비롯해 제트 스키, 제트 보트, 패러세일링, 래프팅, 카약, 산악자전거(MTB), 열기구 풍선, 스키 등을 체험할 수 있다. 특히 퀸즈타운에서 23km 떨어진 카와라우강의 43m 높이 다리에서 이루어지는 에이 제이 헤케트 번지 점프(A.J. Hackett Bungy Jumping)는 바로 상업용 번지 점프의 원조다.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Fiordland National Park). 뉴질랜드 최대의 국립공원으로 14개의 사운드(Sound)로 형성된 자연의 보고다. 사운드는 구불구불한 좁은 만을 지칭하는 말로 노르웨이어로는 피오르드다.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밀포드 사운드(Milford Sound)와 다우트풀 사운드(Doubtful Sound)이며, 테 아나우(Te Anau)란 곳이 이들 피오르드랜드 관광의 기점이 되는 곳이다. 밀포드 사운드(Milford Sound).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의 가장 북쪽에 있으며, 바다 입구에서부터 16km 정도의 길이로 들어간다. 연강수량 7,500mm로 세계에서 가장 비가 많이 오는 지역 중의 하나답게 이 곳을 찾은 날도 일기가 불순했다.
그러나 오히려 비와 안개가 뒤섞여 더욱 신비스런 경관을 연출했다. 운무뒤에 숨은 높은 봉우리들이 유람선이 나아감에 따라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주변의 수직 절벽에서는 비로 인해 형성된 일시적 폭포가 떨어져 흡사 ‘몽유도원’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태고의 신비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뉴질랜드 남섬 최고의 명승지인 밀포드 사운드를 잘 표현한 말이 있다. “신은 5일동안 다른 지구의 모든 것을 만들고 하룻동안 밀포드 사운드를 창조했다.”
뉴질랜드 남섬 = 노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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