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몇 시간 비행기를 타야 도착하는 지구 반대편의 유럽. 그러나 두 시간이면 가닿을 수 있
는 유럽이 있다. 바로 이웃 일본의 나가사키현 사세보시에 위치한 유럽형 테마파크 ‘하우
스텐보스(HUIS TEN BOSCH)’다.

네델란드 문화·일본 기술의 조화
후쿠오카공항에서 2시간 30분, 나가시키 시내에서 차로 한시간을 소요하면 도착할 수 있는
하우스텐보스는 네덜란드의 문화와 일본의 첨단 테크놀로지가 기적적으로 결합한 환상의 리
조트다.
‘환상적’이라고 해서 우리나라의 에버랜드같이 아찔한 놀이기구로 가득찬 공원을 생각해
서는 곤란하다. 하우스텐보스는 자연보호를 최우선으로 설계된 ‘생태학적 공원’이기 때문
이다.
지난 88년 오무라만 일대의 46만1,000평에 달하는 해안매립지대 개발에 착수한 일본 거대
리조트그룹 NHV는 저명한 가미지카 요시쿠니씨에게 일을 의뢰했고, 그는 애당초 생태학과
경제적 효과의 환상적 조합을 목표로 설계를 시작했다.
우선 오염된 토지를 순화하고 해수가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하수 오물처리용 정화조를
설치했다. 본공사는 이런 ‘거름장치’가 완비된 뒤에야 착수됐다. 그 결과 지금도 하우스텐
보스 단지내 곳곳을 흐르는 수심 5m의 운하는 연간 4백만을 훨씬 상회하는 입장객 속에서
도 깨끗함을 유지하고 있다.

숲속의 집
하우스텐보스는 네덜란드어로 ‘숲속의 집.’ 아니나 다를까 하우스텐보스에 들어서는 순간
정결하고 고고한 기운이 몸에 먼저 감긴다. 박물관 수(12개)가 놀이시설 수(13개·사실 놀이
시설이래야 시뮬레이션류의 실내시설이 대부분이다)와 맞먹는 점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하우스텐보스는 예술을 음미하고, 풍류를 논하고, 유럽문화를 온몸으로 체험하는 집약된
‘예술하우스’ 같은 곳이다.
발길 닿는 곳이 곧 안식처고, 보는 것이 곧 문화체험이고, 만지는 것이 곧 예술품인 하우스
텐보스에서도 네덜란드의 가장 높은 교회탑을 재현한 돔투른, 네덜란드 여왕이 거처하는 궁
전을 완벽한게 본뜬 펠리스 하우스텐보스 및 잘 ‘조각된’ 정원, 운하를 유유히 가르는 캐
널 크루즈 등은 꼭 보고 체험해야할 것들이다. 저녁이면 오렌지광장에서 벌어지는 레이저
쇼와 불꽃놀이도 색다른 이국의 정취를 더한다.

호텔유럽과 레스토랑 엘리타쥬
하우스텐보스에는 네 개의 일급호텔들이 자리하고 있다. 건물 자체가 예술에 가까운 이 호
텔들은 저마다 독특한 성격을 살려 그 개성이 대단한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곳이 호텔유
럽.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감성
작가 무라카미 류. 그의 근작 ‘첫날 밤 둘째날 밤 그리고 마지막 밤’에도 등장하는 이곳
은 전형적인 유럽풍의 호텔이다.
호텔유럽안의 ‘세라자드’라는 바는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거실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 천장이 높고 벽에는 중후한 방울이 매달려 있으며, 여기저기 장식돼 있는 생화 하나하나
에까지 빈틈이 없다. 또한 화려하게 장식된 보트가 운하를 통해 호텔입구까지 접근, 호텔 내
부로 자연스럽게 동선을 유도하게 돼있어 인상적이다.
하우스텐보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것은 미각체험. 다양한 지역의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데 그 중 도드라지는 곳이 레스토랑 ‘엘리타쥬’다. 무라카미 류는 ‘맛있다
는 느낌을 주는 레스토랑은 얼마든지 있어. 하지만 멋지다는 느낌을 주는 레스토랑은 하우
스텐보스의 엘리타쥬뿐이야’라고 ‘첫날 밤…’에서 표현했을 정도다.
그가 이 레스토랑의 총지배인인 우에가키씨의 요리를 만난 것이 ‘첫날 밤…’이란 소설을
쓰게 된 직접적인 계기다 됐다고 고백했을 정도로 전채에서 메인 요리, 그리고 디저트까지
거의 예술의 경지에 오른 요리를 내온다. 엘리타쥬를 방문하기 전 이 책을 읽어도 좋은 참
고가 될 것이다.

네델란드 문화 고스란히
하우스텐보스는 ‘네덜란드’라는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먼 나라 네덜란드의 외양뿐만
아니라 풍습과 역사, 문화와 속살까지 옮겨 왔다. 그러기 위해 쏟아 부은 돈이 무려 2,280억
엔(당시 우리 돈으로 약 1조8,240억원). 그러나 매년 4백만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 그에 상응
하는 경제적 효과를 거두고 있으며 지난 18일부터 2년만에 운항을 재개한 서울-나가사키
직항편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일본 나가사키현 사세보시 =
노중훈 기자


-하기타 후토시 하우스텐보스 국제영업담당 계장 인터뷰-
“대한항공의 나가사키 재취항으로 내년엔 좀 더 많은 한국관광객의 방문을 기대합니다.”
하우스텐보스의 국제영업담당인 하기타 후토시 계장은 지난 18일 재개된 대한항공의 서울-
나가사키 노선 복항(본지 12월17일자 5면 보도)에 큰 기대를 나타냈다.
재운항으로 서울에서 나가사키까지 직항편을 이용한 뒤 배편으로 하우스텐보스에 도착하는
‘운치 가득한 여정’도 맛볼 수 있게 됐다. 소요시간은 약 40여분. 하기타 계장은 또 운항
일이 월·토요일로 확정돼, 주말 허니무너들을 월요일 오전 항공편으로 적극 유치할 수 있
을 것으로 내다봤다.
“IMF 이전인 96년의 경우, 3만1,000명의 한국관광객이 하우스텐보스를 찾았다”는 하기타
씨는 “그 이후 큰 폭의 하락을 보였다가 98시즌 8,000여명으로 회복세를 보였고, 올해 4월
부터 급격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2월까지 대략 3만3,000여명의 한국인
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큰 폭의 성장과 관련 하기타씨는 “경기회복과 더불어 기업 인센티브 단체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0월에 50명, 이번달 들어 40명을 유치했고, 다음달에도 100명
단위로 몇 팀이 잡혀있다고 전했다. 1년 평균 5,000∼6,000명 정도가 찾는 한국 학생단체도
꾸준하다는 게 그의 설명.
한국시장의 급격한 회복세와 더불어 한국을 겨냥한 일본내 경쟁업체들의 판촉경쟁이 전례없
이 치열해졌다고 전한 그는 이런 상황을 ‘전쟁’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그러나 하기타씨는
“IMF 직후에도 꾸준한 판촉을 펼친 곳은 하우스텐보스밖에 없다”며 “지금 그 결실이 나
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내내 메모가 돼 있는 공책과 다양한 자료들을 활용, 꼼꼼함을 보인 하기타 계장은 하
우스텐보스에서만 벌써 8년째 근무하고 있는 한국통. 2달에 한번꼴로 한국을 방문하며 수준
급의 한국어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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