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의 바로 밑, 오후 4시면 해가 져 칠흑같은 어둠이 도시를 삼키는 곳.
중국 흑룡강성(黑龍江省) 하얼빈(哈爾浜)으로의 여행은 고단하고 긴장된 일상으로부터
작은 일탈을 가능케 한다. 끝도 없이 내리는 눈빛의 도시로 한걸음씩 걸어가다 보면 번잡한
일상의 시계는 어느새 정지되어 시간은 일상의 바깥, 혹은 그 언저리에 자리한다.

이국적인 눈의 도시, 하얼빈
하얼빈은 중국 전체 면적의 12분의 1을 차지하는 거대한 땅덩이로 흑룡강성의 수도다. 동북
아시아, 유럽, 태평양을 잇는 관광거점지로 중국정부가 지정한 밀레니엄 관광지역이다.
또한 ‘5억의 중국인이 3천만의 조선인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에게는 항
일의 상징인 안중근 열사의 활동무대로 잘 알려져 있다. 발해문화의 발상지이며 우리나라
조선족의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하얼빈의 조선족은 대부분 한반도 남쪽의 사람들(특히 전라도)인데 북쪽 사람들이 먼저 이
주해와 만주지방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교외의 평방(平房)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마루타의 잔혹한 현장으로 자주 보았던 731
부대가 위치했던 곳이라 하니 그 역사적 의미는 이곳에 쏟아지는 눈의 무게만큼이나 우리를
압도한다.
하얼빈시를 가로지르며 흐르는 송화강과 동유럽 분위기로 시 전체를 메꾼 러시아식 회색 건
물들, 거리 곳곳을 장식하는 얼음으로 조각한 각종 조형물들은 하얼빈에 색다른 정취를 불
어넣는다. 이곳에는 중국 고유의 것과 중국 북방 소수민족의 문화, 이국적인 문화가 한데 어
우러진다. 하얼빈은 중국에서 상당히 부유하게 살며 깨끗한 도시중 하나이다.
사람들 또한 인상적이다. 경직된 스타일의 제복과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공안(公安)’
은 관광객들로 하여금 약간의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결코 싸지 않은 쇼핑비와, 우리나라
의 약간 철지난 댄스뮤직과 유럽 테크노 음악을 한번도 쉬지않고 틀어대는 나이트 클럽도
중국 개혁·개방의 열풍이 이곳까지 이르렀음을 체감하게 한다.
그러나 우리들의 마음에 보다 와닿는 것은 대부분 순박한 사람들이다.

천연설 속으로의 스키여행
중국 흑룡강성은 하늘로부터 천연의 눈을 선물받은 곳이다.
이곳의 스키 중심지역은 단연 야부리(亞布力)스키장과 풍차(風車)산장. 1996년도 동계아시안
게임의 개최지로 하얼빈에서는 버스로 약 3시간 거리다.
올해 12월 5일부터 2000년 1월 5일까지는 제2회중국국제스키축제(國際滑雪節)가 열리는데
단체 스키 공연, 스키시합, 스키 촬영·기념품 전시회 등 다양한 활동을 접할 수 있다.
풍차산장의 총경리인 왕쫑호우(王忠厚)씨에 따르면 야부리스키장의 베스트시즌은 12월∼2월
이며 풍차산장의 총수요인원은 2000명, 객실규모는 700여실이다.
주요 고객은 북경의 주재원과 눈이 내리지 않는 중국 이남의 관광객.
또한 1996년 동계아시안게임 이후에 대중적인 스키장으로 쓰이는 곳은 야부리가 처음이고
중국의 스키 시장은 매년 2배 이상씩 증가한다고 한다.
야부리스키장에는 총 6개의 스키코스가 있고 이중에서 제3구역이 일반인에게 개방돼 있다.
아래에서 풍차산 정상까지는 길다란 리프트가 가동되는데 그 길이와 시간이 만만치 않다.
PSA KOREA의 프로스노우보더 김은광씨가 꼽는 야부리스키장의 강점은 아직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은 제1구역이다.
이곳의 깊은 천연설은 매니아들에게 스키를 자신이 ‘타는’것이 아니라 마치 구름 위에
붕 떠가는 환상적인 느낌과 쾌감을 준다고 한다.
또한 경사면의 변화가 자연스럽게 구성돼 있어서 급, 중, 완경사를 한번에 느낄 수 있다. 이
는 어떤 시합에 있어서도 3가지 이상의 경사면에 능숙해야 하는 프로 선수들의 훈련에 매우
유리하며 일반인들도 수준 높은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슬로프의 폭이 좁
고 급경사인 제3구역에 비해 오히려 완만하고 폭이 충분해 안전하고 넓다.
매년 ‘쏟아 붓는’어마어마한 적설량도 야부리스키장을 경제적인 측면에서 매력적인 상품
으로 만든다. 또한 슬로프 주변의 풍경이 나무가 듬성듬성하면서도 중국 특유의 산수화를
그대로 펼쳐놓은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갈 길은 멀다. 중국에서 스키를 타는 계층은 중국 내에서
도 상류층과 프로스키선수로 한정돼 있다. 따라서 야부리 스키장도 세계 어느 곳에 뒤지지
않는 고급의 천연설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적으로 개발돼 있지 않다.
가장 큰 단점은 평균 영하 15도부터 영하 30도 까지 내려가는 매서운 추위. 또한 제3구역까
지의 교통과 리프트 구비, 패트롤과 안전요원의 운영, 스키장 바닥의 풀이나 돌맹이의 제거
등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천연자원을 개발하고 보완하는 중국인들의 노력이 아쉽다.

얼음축제-빙등제·눈축제
해마다 1월5일이면 하얼빈의 조린(兆麟)공원에서는 얼음에 등불을 넣어서 조각하는 빙등제
가 열린다.
세계각국의 유명 작가들이 모여 얼음으로 건축물이나 예술적인 작품을 만들어 시내전체를
얼음축제로 단장한다.
빙등제는 오후 5시반부터 10시반에 관람할 수 있고, 규모는 2만4천2평방m. 조각의 숫자는
2,000여 가지에 달한다. 빙등제에 쓰이는 총 얼음은 두껍게 얼어붙은 송화강에서 직접 잘라
다 쓰는 것으로 7천6백2평방m나 된다. 공사기간만도 한달이 넘고 하얼빈의 일자리 창출에
한몫을 한다.
송화강의 눈축제는 2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며 이번에는 밀레니엄을 맞아 평소의 3.7배의
규모로 펼쳐질 예정이다.
콧물이 흘러 코밑이 얼어 있으면서도 카메라만 들이대면 전형적인 촬영용 작업 포즈를 취하
는 중국인들이 재미있으며 올해에는 분수를 쏘면 떨어질 때 바로 얼음 조각이 되어 떨어지
는 특별쇼도 열린다니 사뭇 기대된다.
취재협조 BIE 항공 02-319-8245
하얼빈=
강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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