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감싸며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수증기, 쌀쌀한 날씨지만 마음이 먼저 아늑해진다. 추운 겨울이면 더욱 생각나는 여행지, 일본 오이타현 벳푸. 그것은 한 겨울 추위도 당장 녹여버리는 뜨뜻한 온천욕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온천의 낙원이기 때문이다.

한 겨울, 매서운 공기가 코끝을 스치는 추위가 닥칠수록 벳푸의 진가는 발휘된다. 아무리 추워도 온몸을 부드럽게 감싸며 뜨뜻해지는 온천탕에 들어가면 저절로 나오는 소리, “아, 좋다.” 그런 온천이 산재해 있는 벳푸는 그야말로 천국이 따로 없을 정도다.
흔히 ‘벳푸 팔탕’이라고 불리우는 유명한 여덟 온천을 비롯해 넓은 지역에 걸쳐 온천지가 펼쳐져 있는 벳푸는 일찍부터 여행객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아왔다. 용출량으로 따지면 미국 옐로우 스톤에 이어 세계 2위. 온천이 나오는 구멍인 원천수는 2,900여개로 세계 1위. 종류의 다양성도 다양성이지만 수질과 효능의 우수성도 일찍부터 인정받아 왔다. 온천은 지표면으로 나왔을 때 사람이 사용하기에 적당해야 좋은 온천. 벳푸의 온천들이 그러하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온천의 종류 11가지 중에서 방사능천과 단순 탄산천을 제외한 9가지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신경통에서 피부미용, 피로회복까지 원하는 효능을 지닌 온천을 찾기만 하면 된다. 소화기능 장애에 효험을 지닌 온천도 있어 목욕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실 수도 있다. 뜨거운 온천 뿐만이 아니라 섭씨 12도의 냉천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벳푸 팔탕’ 중의 하나인 묘반 온천. 벳푸시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서의 노천욕이나 가족들이 오붓하게 즐길 수 있는 개별탕도 자랑이지만 온천을 특산품으로 삼은 엑기스인 ‘유노하나’의 원산지로 더욱 널리 알려져 있다.
유노하나는 온천 증기로 만들어진다. 역사만 해도 270년. 이곳에서만 생산되는 것은 알루미늄과 미네랄이 함유된 푸른 점토 때문. 푸른 점토 사이로 증기가 통과하면 유상철이 생기고 알루미늄과 부딪혀 화학반응으로 생긴 유산알루미늄에 온천물이 침투, 석순처럼 자라는 것이 유노하나다.
보통 하루 1㎜씩 자라기 때문에 30일정도 키운 후에 체취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유노하나 엑기스를 집에서 욕조(물 180ℓ당 30g)에 풀면 온천욕의 효험과 기분을 집에서 고스란히 체험할 수 있다.
유노하나가 만들어지는 짚으로 엮은 지붕이 있는 집의 크기도 모두 다르다. 자연적인 조건을 최대한 활용하기 때문. 구멍마다 나오는 증기양은 다르고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야 하기 위해서는 집의 크기를 달리할 수 밖에 없다. 유노하나의 제조법은 벳푸시에서 무형문화재로 정해져 있다.
지옥온천은 머드팩을 할 수 있는 진흙탕 때문에 갖게 된 이름. 남녀 혼탕으로 일본의 전통 온천을 경험해 볼 수 있다. 희뿌옇게 흐린 온천탕이지만 신경통 등에 좋아 노인들이 많이 이용한다. 중요한 부분만 살짝 수건으로 가리고 남녀가 함께 돌아 다니는 분위기가 어색하면서도 이색적이다.
테르마스 기타하마 온천은 바다를 보며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워나는 풀장에서 수영과 온천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노천 온천장이다. 98년 10월에 오픈해 현대적인 시설과 깔끔한 분위기로 남녀노소 구분없이 가족들과 함께 즐기기에 적당하다. 염(소금)탕과 탄산수소염탕 등 탕마다 성분이 조금씩 다르다.
땀과 노폐물을 함빡 쏟을 수 있는 야외 모래찜 사장도 빼놓을 수 없는 명물. 맨몸에 얇은 가운인 유까타만 걸치고 온천증기로 덥혀진 모래사장에 누우면 따뜻한 모래를 얼굴만 제외하고 꼼꼼히 덮어준다. 모래가 몸을 조여주는 느낌이 시원하다. 그리고 한 10∼15분간 솔솔 잠이 들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온몸은 유까타가 젖을 만큼 흠뻑 땀이 흐른다. 지난 숙취와 피로 회복에는 그만.
체험하는 온천도 있지만 보는 온천도 있다. 체험하는 천국의 온천과는 달리 보는 온천의 이름은 ‘지옥 순례’. 바다지옥은 한국인들이 빠지지 않고 방문하는 관광명소. 짙은 코발트 빛이 바다를 연상케해 붙여진 이름이다. 1,200년전 쯔루미산이 폭발해 만들어 졌으며 온천열을 이용해 열대 식물원이 조성돼 있다. 온천물에 삶은 계란 먹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피의 지옥은 물색깔이 붉어서 붙여진 이름. 산화철이 함유돼 있기 때문. 여기서 나오는 뜨거운 진흙은 피부병에 효험이 있어 치노이케라는 연고로 만들어진다.
용권지옥은 약 25분간격으로 20m까지 뜨거운 온천물을 분출하는 간헐천이다. 그 모양새가 회오리 바람같다하여 붙여진 이름. 한번 분출하는 시간은 대략 5분정도. 온천열을 이용해 각종 열대 식물도 재배한다.
벳푸 =
김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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