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서 가장 사고 싶은 선물은? 글쎄 저마다 똑같지야 않겠지만 양탄자면 최고로 쳐주지 않을까. 터키 곳곳에서는 길바닥에 깔아놓은 양탄자를 만날 수 있다. 피해갈 줄 알았는데 사람들이 마구 밟고 지나간다. 이런…. 나는 몰랐던 거다. 밟으면 밟을수록 빛이 나는 양탄자의 비밀을.

얼굴빛은 달라도 입맛은 통한다
양념 안된 통마늘과 푸른 고추. 거의 매 식사마다 빠지지 않는 토마토와 가지 요리. 그리고 볶음밥.
터키요리는 ‘한마디로 우리 음식과 비슷한 점이 많았다. 아직은 ‘매운 음식', ‘돼지고기를 안 먹는 나라', ‘케밥(kebab)’정도로만 알려진 터키의 일용식은 이처럼 마늘과 고추, 가지 등 우리 정서에 맞는 재료가 주로 이용됐다. 터키인들과의 대화 중 걸핏하면 들을 수 있는 ‘터키와 한국은 형제(same blood)의 나라'라는 말이 적어도 음식에서만큼은 일맥 상통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터키가 실크로드의 일부를 차지해 향신료의 사용이 눈에 띈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다양한 향신료는 다양한 소스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밀이 주식이니까 빵이 매식마다 나오는데 찍어먹을 수 있는 소스가 하얀색부터 빨강, 녹색, 심지어는 검정색까지 총천연색으로 펼쳐진다. 맛도 하나하나 강해서 우리 입맛에도 거의 맞다.
아이란(Ayran)이라 불리는 터키 전통 차는 고급 레스토랑 후식에서 길가 상점에서 물건을 고르는 동안 권하는 음료까지 터키 전역에서 모든 사람들이 마시는 대중 음료이다. 내오는 용기도 모두 같다. 손잡이 없는 투명한 크리스탈 유리잔에 컵받침은 꼭 함께다. 내륙이건 해안이건 콘야건 이스탄불이건 다른 곳은 한 군데도 없다.
맛은 좀더 단 홍차를 생각하면 된다. 터키인들이 달게 먹는 이유는 정확치 않지만 후식으로 나오는 ‘바클라바(Baklava 일종의 쿠키)나 ‘터키쉬 딜라이트' 들도 좀처럼 먹고 난 후에도 단내가 없어지지 않는다. 터키 음식을 먹을 때 가장 중요한 건 생긴 것으로 판단하지 말라는 것이다. 맛은 보증한다.

메블라나 그린돔, 푸른빛 매료
동로마제국으로 알려진 비잔틴 제국이 지금의 터키 지역을 지배하던 1,000여년. 그리고는 셀주크, 오스만으로 이어지는 이슬람 세력이 근대화 이전의 터키를 관장했다. 콘야(Konya)는 셀주크 터키의 수도였다. 즉 이슬람 문명이 봇물터지듯 소아시아 지역으로 들어올 때의 중심지 역할을 수행했던 것이다.
콘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축물은 메블라나 박물관(Mevlana Museum)과 이 박물관 위로 솟은 그린 돔(Dome)이다. 특히 그린 돔은 그 청아한 푸른 빛이 보는 이들의 환상을 자극한다. 이슬람의 신비론자이며 철학자로 알려진 메블라나는 아직까지도 위대한 터키인으로 추앙받고 있다. 그의 무덤이 그린 돔 아래 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인지 환상은 관광객들과 터키인들에게 다르게 다가온다. 관광객들은 단지 터키 옥(玉)으로 지어진 그린 돔의 광채에 넋을 놓고 있지만 신앙처럼 떠받치는 역사적 인물의 형상이 투영된 터키인들의 눈에 그린 돔은 가시(可視) 이상의 환상이다. 유럽인으로 보이는 관광객의 웃음 뒤에서 합장을 한 터키인 가족이 심각해 보인다.
셀주크 터키의 유물이랄 수 있는 데르비시(이슬람교의 고행파 수도승)들의 밀랍인형과 그들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 이 곳 메블라나 박물관 정원에는 더운 여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관광객들이 서성인다. 이곳저곳 쉴틈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데르비시 관 앞에서 조용히 기도를 올리는 사람, 태양과 벽의 각도가 만들어 내는 그늘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까지 유물만큼이나 다양한 인간풍경이 펼쳐진다.
그들은 모두 메블라나의 충고 속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적어도 이곳에서 만큼은 그렇게 보였다.
관용과 도움은 강물과 같아라.
화해와 온정은 태양과 같아라.
타인의 허물을 감춤은 밤과 같아라.
분노와 격정은 죽음과 같아라.
겸손과 겸양은 육지와 같아라.
인내는 바다와 같아라.
있는 그대로나 보이는 그대로만 같아라.
-‘메블라나의 일곱 가지충고' -

450만 관광객이 찾는 복룡 도시
콘야는 지리적으로는 단일 관광지로서의 매력이 떨어진다. 터키 3대 도시인 이스탄불, 앙카라, 이즈밀로부터 육로의 거리는 아닌데다 카파도키아, 파묵칼레, 에페소 등 터키 안의 세계적 관광지로부터의 거리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아름다운 지중해나 에게해를 바라볼 수 있는 곳도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 콘야를 찾은 관광객은 450만명을 넘는다. 이 집계도 콘야의 관광지에서 입장권을 산 관광객들의 합산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콘야는 기원전 900년에 설립됐다고 한다. ‘문명의 발상지'라는 터키에서도 고도(古都)로 손꼽히는 역사다. 관광지로서의 지리적 약점을 극복하는 콘야의 매력은 어디에 있을까? 북적대지 않고 그저 조용히 누워만 있는 복룡(伏龍)과 같은 도시인데.
콘야 시장은 이렇게 말했다. “메블라나의 도시로 알려진 콘야는 풍부한 문화와 자연의 아름다움이 매력입니다. 이곳에서 관광객들은 바다와 모래를 빼곤 모든 것을 누릴 수 있을 겁니다.""
문화를 말한다면 콘야는 가장 터키다운 도시라고 말하고 싶다. 모슬림(회교도)의 초기 전파자인 셀주크 제국의 수도였다는 것, 모슬림의 위대한 선각자 메블라나의 삶이 묻혀있는 곳. 회교국인 현재의 터키와 가장 가깝게 역사와 문화가 잇닿아 있는 곳이 바로 이곳 콘야이다. 또 불과 십수년 사이에 3,000년의 역사를 가진 콘야의 석기시대 유물과 유적들이 도처에서 발굴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기원전 6800년 인간이 정착한 흔적이 이곳에서 발견됐다. 콘야의 역사는 지금도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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