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보령은 까맣다. 걸쭉하면서도 새까만 분을 온 몸에 덕지덕지 바르고서 피서객을 유혹한다. 더위를 ‘꾸울꺽’ 삼킨다. 대천해수욕장의 고운 모래, 짙푸르다 못해 아예 까만빛을 토해내는 바다, 짭짤한 바다 내음 물씬한 7월의 바다 바람 그리고... 그 풍경속에 점점이 박힌 피서객들이 어우러져 머드축제가 펼쳐졌다.

보령머드축제 “즐거워요”
보령머드축제, 올해로 3회 째를 맞았으니 역사는 그리 깊지 않다. 또 솔직히 말해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다. 서해 바닷가에 지천으로 널린 게 진흙인 걸 감안하면 말이다.
하지만 수백 개에 이르는 한국의 수많은 지역축제 중에서 불과 20여개를 선정해 지원하고 육성할 따름인 ‘문화관광축제’의 하나로 당당하게 지정되었을 만큼 보령머드축제는 이제 내외관광객 유치 측면에서건 축제 내용 면에서건 토실토실 여물었다고 할 수 있다. 바늘과 실의 관계로 보령과 머드(진흙)는 발전하고 있다. 그 증거 하나는 짤막한 개회식. “제3회 보령머드축제를 시작합니다.” 이 말 한마디로 축제는 시작됐다. 온몸이 진흙투성이인 비키니 차림의 미녀들과 우스꽝스런 광대들이 일제히 신나게 춤추고 노래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화려한 거리 퍼레이드가 이뤄졌다. 적어도 자치단체장의 시시껄렁하고 지루한 개막연설이 없는 걸 보면 분명 보령머드축제는 ‘생색내기용 행사’가 아닌 것이다.
진흙전문가와의 만남으로 탄생
“삼박자가 딱 들어맞았습니다. 해안선을 따라 무진장 존재하는 질 좋은 진흙에다 연간 수백만 명이 찾는 대천해수욕장, 진흙도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고 일찌감치 눈뜬 진흙 전문가, 그리고 시의 적극적인 축제 개최 의지라는 삼박자가 딱 들어맞아 머드축제가 탄생했습니다.”
처음 머드축제를 기획한 보령시 관광교통과 명희철씨는 ‘흔해빠진 진흙으로 과연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을까’하는 다소 회의적인 의문을 품고 ‘진흙 전문가’인 원광대학교 김재백 교수를 찾았다고 한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이 앞섰다고 한다. 그런데 그게 무슨 조화였던지 당시 김재백 교수도 머드축제를 개최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를 물색하던 중이었다고 한다. 이미 전라도의 모 지자체를 찾아가 진흙의 상품성을 납득시키고 머드축제를 개최토록 유도했건만 전혀 먹혀들지 않아 다소 의기소침해 하던 때였다고 한다. 그 때 보령시가 찾아와 자문을 구했던지라 마치 그 기회만 엿보다 찾아온 듯한 기막힌 우연에 호흡 척척, 심중 파안대소...

사해산 진흙보다 효능 뛰어나
김재백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연구에 의하면 약 136km에 이르는 보령시 해안가의 진흙은 세계제일의 품질로 인정받고 있는 이스라엘 사해산 진흙에 견줄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나다. 오히려 그 보다 더 우수하다. 미용효과는 물론 성인병 예방 등 각종 건강유지 효능을 갖고 있다. 이미 국내 화장품 회사에 의해 OEM(주문자 상표부착 생산)방식으로 머드팩을 비롯해 머드비누, 머드샴푸, 머드클렌징제품 등 머드를 이용한 각종 미용상품이 생산되고 있다. 보령시 특산물로 판매망이 보령에 국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제품은 연간 억 단위로 팔려나간다고 한다. 보령시 재정충당에 큰 몫을 담당하고 있음은 물론이려니와 보령시 홍보의 역군이기도 하다.
머드축제와 머드상품은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창출해낸다. 체험위주로 진행되는 머드축제를 통해 보령의 청정 개펄에서 채취한 진흙을 직접 몸과 얼굴에 바른 뒤 시원한 바닷물에 몸을 던져본 이들은 ‘십중칠팔’ 보령시 머드제품을 구입한다.
직접 머드를 체험하려는 이들로 머드축제현장은 온통 새까맣다. 새까만 아프리카 ‘토종흑인’마냥 눈과 이만 빼고 온통 시커먼 피서객들이 거리를 누비고, 해변을 누빈다. 짙푸른 바닷물에 몸을 던진다. 진흙 로데오에 올라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기도 하고, 진흙 미끄럼틀에서 ‘쪼로록’ 미끄러지기도 한다. 선크림이라도 바르는 듯 서로의 몸에 진흙을 정성스레 칠하는 수영복 차림의 연인들 모습이 사랑스럽다. 정겹다. 남자 여자 구분 없고, 애 어른 차이 없다. 진흙 속에 더위를 가둔 유쾌한 피서객들, 이거 하나면 족하다.
보령=김선주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가볼만한 곳
진흙과 함께 까만 보령을 더욱 새까맣게 만드는 것이 있다면 단연 냉풍욕장과 석탁박물관이다. 냉풍욕장은 이미 유명관광명소로 지난해 7월과 8월 두 달 동안에만 무려 10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갔을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다. 한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부릴수록 그에 비례해서 더욱 찬바람을 내뿜는 신비로움이 관광객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특별한 휴양시설이나 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오로지 그 신비함에 이끌려 그것을 직접 체험하고픈 관광객들이 알음알음 잘도 찾아온다.

냉풍욕장-오싹오싹 찬바람 ‘씽씽’
냉풍욕장은 폐광 갱구에 연결된 허름한 비닐하우스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한여름 한 순간의 멈춤도 없이 내뿜는 오싹한 냉풍은 과학의 신비 그 자체다. 에어컨디셔너를 무색케 한다. 과연 무엇 때문에 찬바람이 솟구쳐 나오는 걸까. 원리는 실망스러울 정도로 간단! 바로 공기는 차가운 쪽에서 더운쪽으로 이동한다는 원리에 따라 땅굴의 찬바람이 땅굴 밖 더운 공기를 향해 나오는 것이다. 때문에 외기온도가 섭씨 15도 이상이 되면 폐갱구 4∼5km 지점의 차가운 공기가 초속 6m 정도의 바람이 되어 밖으로 불게 된다. 그 온도는 섭씨 12∼14도 정도로 반팔 차림으로는 채 10분을 버티기도 힘들다. 당장이라도 몸을 얼려버릴 듯한 그·오·싹·한·냉·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최장기록은 20분이라고 하니 추위에 자신있는 이라면 기록경신에도 한 번 도전해볼 일이다. 또 이곳 땅굴 냉풍을 이용해 재배한 싱싱한 양송이 버섯도 맛 볼 일이다.

석탄박물관-400m 지하갱도체험
울퉁불퉁 까만 외양이 인상적인 석탄박물관은 과거 이곳 지역 탄광의 역사와 발자취를 보존해 놓고 있다. 석탄 채굴에 쓰였던 각종 장비와 도구, 의복 등이 전시돼 있으며, 탄광역사에 관한 영화도 상영하고 있어 자녀들의 학습에도 부족함이 없다. 또 갱도체험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면 지하 400m까지 내려가는 과정이 실감나게 전개되는데, 어찌나 실감나는지 정말로 지하 400m 지점까지 들어가는 것 같아 무섭기까지 하다. 하강 버튼을 누르면 엘리베이터는 ‘위윙’ 요란한 소리와 함께 지하 400m를 향해 하강을 시작하는데 빠르게 점멸하는 불빛이 현실감을 더해 몸에 전율이 일기까지 한다. 지하 400m(실제로는 지하 1층) 지하 갱도에는 채굴하는 광부도 있고, 감독관도 있고, 각종 광물 등이 있어 지하갱도의 실제 모습을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다. 보령시청 문화관광과 041-930-3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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