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 칼럼]불꽃놀이와 농부
[이태희 칼럼]불꽃놀이와 농부
  • 여행신문
  • 승인 2000.09.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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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쯤, 관광진흥개발기금과 관련된 정책 연구를 수행한 적이 있다. 연구결과가 보도자료로 작성이 되었다. 해외로 나가는 자들에게 걷은 기금을 통해 국내의 관광여건을 향상시키겠다는 내용이었다. 보도자료는 다음날 각 일간지에 기사화 되었다.
국내 유력 일간지들이 그 기사를 다룬 방식은 그 안에 담긴 내용만큼이나 거의 유사했다. D일보, C일보, J일보 할 것 없이 모두 같은 형태의 편집을 보였다. 출국세 성격의 관광진흥개발기금을 걷겠다는 기사의 왼편이나 오른편에 약속이나 한 것처럼, 냉해에 시든 벼를 부둥켜안고 괴로워하는 모습의 농부 사진이 크게 실린 것이다.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사진과 기사지만 근접 배치됨으로써 특정 내용의 암시나 시사를 주는 효과가 나타난다. ‘관광기금'이 ‘농부의 일그러진 주름살'과 대비되면서 한 쪽에선 이렇게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데 지금 관광을 얘기 할 때인가라는 외침과 항변으로 들려왔다. 관광에 대한 인식을 얘기할 때마다 떠오르는 아픈 과거의 기억이다.
시대는 몇 년 사이에 분명 변화가 있었다. 대통령이 각 부처 장관들 다 모아놓고 직접 관광을 챙기는 관광진흥확대회의가 ‘자주'라는 표현을 하고 싶을 정도로 ‘제대로' 열리고 있다. 현 정권의 최고 실세 중 한 분이 문화관광부 장관이 되고 나서 최근 그만둘 때까지 ‘관광'이라는 녹슬었던 이름표에 광을 반짝 반짝 내고 다니셨다. 남북이 하나로 합치는데 관광이 빠질 수 없는 감초 메뉴로 언론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한다.
인재들도 관광이라는 분야에 관심을 기울인다. 필자가 속한 대학교의 관광학부에 올해 들어온 학생들의 평균 수능 점수는 375점으로 법대와 같은 수준이었다. 또 법대, 정경대, 인문대 통 털어 수석입학 학생이 관광학부에서 나왔다. 관광이 서럽고 힘든 시절을 겪어내더니 이제 꽃피고 열매 열려, 새들이 찾아와 우짖는 호시절로 들어가는 듯도 보인다. 불꽃놀이를 해야할 때가 온 듯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관광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는 것은 꾸준히 계속되어야 한다. 속초에 있는 한 콘도가 여름 성수기를 맞아 찾아온 고객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불꽃놀이 축제를 벌였다. 밤하늘을 치솟아 올라가 형형색색으로 부서지는 아름다움을 선보였다.
그 콘도에서 머무는 고객들은 물론 속초를 찾은 사람들에게도 볼거리를 제공하여 그야말로 여름축제의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행사였다. 그런데 시작 첫날 불꽃놀이를 중단하지 않으면 콘도에 불을 질러버리겠다고 한 농부가 트럭에 휘발유를 싣고 나타났다고 한다. 폭죽이 터지며 내는 소리에 가축이 놀라면서 피해를 입게 생겼기 때문이었다.
관광지로 유명한 곳들이 겪는 공통적인 어려움 중의 하나는 그 지역주민들이 자신의 생업과 관광이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다고 보는 경우 관광 반대논리를 갖게되는 것이다. 그래서 관광으로부터 간접적으로 자신에게 돌아오는 혜택이 얼마나 큰지를 전 국민을 대상으로 깨우치는 홍보가 항상 필요하다. 그런 홍보가 존재해야 불꽃놀이가 불꽃놀이다워질 수 있을 것이며 농부의 역경과 관광을 대비시키는 편협한 ‘편집'도 사라질 것이다.
경희대 관광학부 부교수 taehee@nms.kyunghe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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