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동어가 우습던가? 그토록 재미있게 봤던 홍콩 영화들. 더없이 멋있는 표정의 홍콩 배우들. 그들의 입에서 나오던 말들. 분명 광동어인데, 마치 노래하듯 말하는 홍콩 사람들의 어투에 웃음이 나오니 어쩐 일인지. 익숙해지자. 여긴 홍콩이다. ‘네이 호우 마 헝꽁!(안녕 홍콩!)’

도시를 탈바꿈시키는 백만불야경
바람, 돌, 여자가 많아 삼다도(三多島)라 불리는 제주도와 달리 홍콩에서는 집, 담배, 여자 이 세 가지가 비싸다고 한다. 전세계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극심한 인구 밀집도와 비싼 물가 때문에 이 나라 인구 650만명 중에서 절반이 자기 집이 없는 신세다. 그나마 있는 사람들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답답해할게 분명한 몇 평 짜리 작은 아파트나 연립주택에서 살고 있다. 또 도시 전체가 면세지역이지만 담배만큼은 비싼 세금을 부과해 한화 약 4,000∼5,000원 수준을 지불해야 흡연가들의 ‘끽연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여자가 비싸다는 말에 오해는 마시길. 좀더 정확히 표현하면 결혼할 여자이니까. 홍콩에서는 남자가 여자와 결혼할 때 여자측 어머니, 곧 장모에게 1,000만원에서 5,000만원을 드린다고 한다. “딸을 예쁘게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의미의 이 돈을 이 곳에서는 예금(禮金)이라고 부른다. 예(禮)를 돈(金)으로 표시하는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예비 신부들이 가장 부러워할 부분은 신부측이 신랑측의 부모님과 일가친척들에게 선물하는 예단이 전혀 없다는 것. 신랑에게 줄 것도 시계 하나로 정성을 표시하는 것 정도이다. 보통 레스토랑에서 마련하는 결혼식 준비도 신랑측이 도맡아서 한다고 하니 여자가 비싸다는 말은 빈말이 아닐 듯. 또 결혼 후에도 사정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 보통 중국문화권이 여권 혹은 여풍(女風)이 세다더니 결혼풍습에서 그 일면을 엿볼 수 있다.

한가함이 느껴지는 청차우섬
21H$(홍콩 달러·2000년 9월기준 1H$ 한화 약 150원)를 내고 청차우(長洲)행 쾌속선을 탔다. 홍콩 섬을 출발한 배는 35분만에 도시의 분주함을 치워버렸다. 청차우 섬은 홍콩에서는 비교적 접하기 힘든 한적한 소풍길을 선사한다. 조그만 마을, 자전거를 탄 아이들이 골목어귀로 들어온다. 빨래가 잔뜩 널려있는 2층에서는 한 아이가 눈앞에서 빙빙 돌고 있는 잠자리를 잡으려고 팔을 휘젓고 있다. 남의 집 앞 벤치에 대(大)자로 누워 자는 갈색머리 외국인을 걱정스레 쳐다보는 경찰관의 표정도 재미있다.
한 10여분쯤 갔을까. ‘청차우 비치 로드’라고 쓰여있는 표지판과 함께 늦여름 해수욕을 즐기는 관광객들과 먼 바다를 향해 바람과 씨름하는 초보 윈드서퍼들의 모습이 한꺼번에 보이기 시작했다. 1km가 채 안돼 보이는 아치형 해안선 끝에는 워윅(Warwick) 호텔이 청차우 비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근사한 테라스로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청차우에서 먹는 해산물 요리도 갓 잡은 싱싱함이 속살까지 배어있었다.

빅토리아 피크서 홍콩야경 한눈에
다시 홍콩섬. 100만불짜리 야경을 직접 보기 위해 빅토리아 피크를 올랐다.
해발 396미터로 그다지 높지 않은 곳이지만 꼭대기에 둥글게 난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빅토리아운하 사이로 마주보는 마천루들의 뒷모습이 보이는가 하면 주변섬들의 소박함도 함께 볼 수 있어 즐겁다. 마치 홍콩을 한바퀴 빙 둘러보는 듯한 기분을 이 곳 빅토리아 피크에서 느낄 수 있다.

‘밀랍인형 전시장’색다른 경험
피크 타워는 또 다른 낭만을 선사한다. 야경을 바라보면서 먹는 근사한 저녁식사장소로는 피크타워내 카페 데코가 적격이다. 미국 몽포드산 최고급 쇠고기로 요리한 티본 스테이크가 입맛을 돋우고 생선초밥이나 생선회부터 태국 요리 ‘돔양꿍’까지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다양한 메뉴가 눈길을 끈다.
야경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통유리 앞 좌석은 예약을 하지 않으면 앉기 힘들다고 한다.
피크타워에서의 볼거리는 또 있다. ‘믿거나 말거나(Believe It or Not)’ 전시장, 3차원 우주영상관도 재미있지만 세계적인 스타들을 본뜬 밀랍인형을 전시한 ‘마담투소 밀랍인형 전시장’을 찾아보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무비 월드, 스포츠, 뮤직 레전드 등 총 7개관으로 나눠 100개의 밀랍을 전시하고 있는 이곳에서는 홍콩 영화배우 성룡, 이소룡은 물론 해리슨 포드와 같은 헐리웃스타, 마이클 잭슨, 본조비 등 팝스타, 등소평, 만델라 등 정치인까지 얼굴은 물론 몸집까지 실물 그대로 옮겨 놓았다.
입장료는 어른 75H$, 어린이 50H$.
홍콩/글·사진=김성철 기자 ruke@traveltimes.co.kr

여행으로 지친 발 마사지로 풀어요
어디든 마찬가지지만 여행은 마음은 즐겁게 해도 발은 고생시키는 법. 아무리 편한 운동화 차림이라고 해도 평소에 걷지 않던 ‘운동 부족’을 여행을 통해 절감할 때가 많다. 홍콩에서는 여행의 독을 바로 푼다.
홍콩섬 코즈웨이베이 지역 로카트 로드에서 족반사학 전문 조세프 에우그스터 신부가 운영하는 발마사지 업소를 찾았다. 220H$를 내면 30분 동안 발의 이곳저곳을 누르고 문지르고 주무른다. 그러다 특별히 아픈 곳이 있으면 몸의 어느 부분의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하다고 바로바로 얘기해준다. 위가 안 좋거나 어깨나 목이 뻐근하다거나 하는 것을 정확히 맞춰 신기하다. 발은 인체의 축소판이라는 말이 바로 맞아 들었다. 건강 검진도 받으면서 여독도 푸는 그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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