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섬 하나씩을 꼬박꼬박 돌아봐도 20년이 넘게 걸리는 필리핀은 그 많은 수의 섬만큼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색색의 아름다움으로 볼 때마다 새로움이 넘쳐나는 곳이다.

역사적인 볼거리에 휴양과 관광까지
필리핀하면 가장 익숙하고 일반적인 관광지로 흔히 보라카이를 떠올린다. 산호초 가루가 부서지면서 눈부신 해변을 이룬, 보는 것만으로 아! 하고 감동을 자아내는 아름다운 곳이다. 이밖에 언제부턴가 이사벨과 엘니도 등도 익숙해졌다. 섬 하나에 리조트 하나. 간섭없는 자유를 꿈꾸는 허니무너들 사이에서 특히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이들에 비해 세부는 어쩜 다소 지명도가 떨어지는 낯설은(?) 이름일지도 모른다. 많이 들어본 것 같기도 한 데 나라 이름인지, 섬 이름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다양한 등급의 리조트와 해양스포츠거리를 지니고 있는 세부는 유럽과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이미 손꼽히는 최고의 휴양지.
해안선을 따라 수준급 리조트가 들어서 있는 세부는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라는 타이틀보다 남부의 여왕도시라는 찬사가 더 익숙하다. 최근 필리핀 항공이 세부로 직항기를 띄우기 시작해 교통편까지 편리해지면서 4시간이면 이국의 해안을 내 집 정원처럼 즐길 수 있게 됐다.

PR직항으로 4시간이면 폴짝
세부는 섬 하나가 리조트인 다른 휴양지들과 달리 다양한 시설과 규모를 갖춘 리조트가 준비돼 있다는 점과 오랜 역사에 걸맞는 역사적인 볼거리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휴양과 관광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다.
질병을 고치고 기적을 부른다는 전설과 함께 지금도 관광객이 끊이질 않는 마젤란의 십자가와 항구 바로 옆 바다에 면한 산페드로 요새 등은 세부시내에 위치한 대표적인 볼거리. 주요 관광지가 있는 본섬과 고급 리조트가 즐비한 막탄섬과는 다리 두 개로 이어져 있고 여행사별로 다양한 관광 코스를 마련하고 있어 반나절이나 하루 정도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세부의 가장 큰 매력은 두 다리 쭉 펴고 마음껏 게으름을 피울 수 있는 나만의 휴식이 준비돼 있다는 점이다. 세부를 제대로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실 별게 없다. 그냥 마음 내키는 대로 몸 가는 데로 따르기만 하면 된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아침 늦잠도 즐기고 리조트의 잘 차려진 아침 식사를 느긋하게 즐긴 뒤 해변으로 나가 그냥 마음 편히 쉬기만 하면 된다. 단조로움이 느껴지면 바닷가로 나가 스노클링이나 다이빙을 즐길 수도 있고 그러다 지치면 파도소리를 음악 삼아 잠을 청해도 된다.
누가 뭐라는 사람도 없고 다그치는 사람도 없다. 세부는 이미 모든 것을 준비해 놓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도심의 묶은 때를 홀가분히 벗어던질 수 있는 마음의 여유만 준비하고 떠난다면 세부에서의 하루 하루는 이미 원하는 대로 이뤄진 셈이다.

초콜릿 힐이 있는 보홀섬 나들이
세부에서의 휴식을 즐기는 중간에 맛볼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은 이웃 섬 나들이. 세부에서 배타고 남쪽으로 2시간 가량 떨어진 보홀 섬은 가까우면서도 재미나 볼거리를 간직하고 있어 하루 코스로 다녀오기에 적당하다.
세부보다 아직 찾는 이들이 적은 보홀 섬의 최고 명소는 건기가 되면 초콜릿 색을 띤다고 하는 초콜릿 힐. 예전에 보홀에 살던 거인들은 무기없이 흙을 뭉쳐 던지며 싸웠는데 이들이 던졌던 흙이 언덕이 됐다는 전설을 지니고 있는 초콜릿 힐은 100여개 이상의 봉긋한 언덕이 동화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며 보홀의 상징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미 달력이나 관광지 사진 브로마이드로 친숙한 초콜릿힐은 비온 뒤에는 에메랄드 그린 빛깔의 또 다른 매력으로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보홀을 방문한 관광객은 섬 중앙부에 위치한 초콜릿힐을 가는 도중에 만나는 시골길의 풍경에 또 한번 이국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초코릿힐과 함께 보홀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원숭이라는 타르시우스 원숭이를 만날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다 큰 원숭이의 크기가 2∼3인치에 불과한 타르시우스는 손가락이 유독 길고 정면으로만 볼 수 있는 대신 고개를 180°돌릴 수 있다. 작은 체구에 비해 유독 큰 눈과 꼬리가 흡사 쥐를 연상시키기도 하기에 한국 여성들에게 별로 인기가 없지만 원숭이를 어깨나 손에 올리고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도 줄을 서서 기다린다.
대부분의 여행사가 하루 코스 선택관광으로 취급하고 있는 보홀 섬에서는 강가를 따라 선상 유람선을 타고 점심식사를 하는 코스가 포함돼 있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글·사진 세부=김기남 기자 gab@traveltimes.co.kr
취재협조:필리핀 항공 02-774-0088

세부의 쇼핑-수공예 발달해 기타, 화분걸이등 선물거리 가득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세부는 수공예 기술이 발달하기로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유명한 세부의 명물은 기타. 이곳의 기타는 스페인과 함께 최고급 악기로 정평이 자자하다. 흔히 필리핀산 기타 하면 대부분 이곳 세부에서 만드는 기타를 가리킬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세부의 기타는 대부분 악기를 만드는 공장과 가계가 붙어 있어 기타의 제작과정을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품질에 따라 300달러가 넘는 고가품에서부터 30달러 정도의 대중적인 제품까지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꼬마 아이들의 선물을 위해서라면 길거리에서 파는 5∼10달러 정도의 기념품도 고를 수 있다.
기타와 함께 조개를 이용해 만든 장식품도 인기가 있다. 막탄 상그릴라처럼 대형 리조트 단지나 시내 관광지에는 조개를 이어 만든 화분 걸이나 발 등을 쉽게 만날 수 있는데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고 흥정도 가능해 쇼핑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대형 화분걸이도 현지 가격으로 900페소 가량이면 구입할 수 있다.
세부에서 쇼핑을 할 때는 공항 면세점이 그리 많은 물건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특히 주변에 선물 챙길 일이 많은 신혼부부의 경우 특산품 같은 간단한 기념품을 공항에서 사야지 하고 있다가는 당황하기 쉽상이다. 마닐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필리핀 국제공항면세점은 양주와 초콜릿, 향수 등 기본적인 상품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세부 냄새가 베어 있는 선물을 고르기에는 미흡하다.
이보다는 리조트에서의 자유시간이 지겨워 질 때쯤 시내 백화점으로 쇼핑을 나가는 방법을 권하고 싶다. 막탄섬의 리조트들은 대부분 세부 시내를 오고 가는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하기 때문에 편리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다. 게다가 필리핀은 대부분의 문화생활이 쇼핑몰 안에서 해결된다고 할 정도로 집중돼 있기 때문에 이곳 사람들의 생활상을 가까이서 즐기는 재미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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