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므앙 타이, 태국인들은 자국을 지칭해 ‘자유의 나라’라고 부른다.
물밀 듯이 퍼져왔던 제국주의 물살을 슬기롭게 넘기면서 독립국가를 유지해온 태국은 이제는 관광대국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넘쳐나는 곳이다.

즐거움이 끊이지 않는 곳
한국과는 전혀 다른 계절의 길을 가고 있는 태국의 돈 무황(don muang) 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열대기후의 후끈함이 느껴진다.
시내 중심가로 들어가는 동안 정신없이 돌아가는 태국의 수도 방콕은 번잡함이 공기를 감싸면서 뭔가 불결하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시내의 내면에서 전해지는 태국 전통 음식과 나이트 라이프, 태국인들의 친절함 속에서 잠시나마 갖고 있었던 편견을 불식시킨다.
피곤함이 밀려드는 것도 잠시 신만이 멈출 수 있다는 시간이 아쉽다. 나머지 일행과 함께 강 주변에 파라솔로 자리를 옮겼다. 방콕 시내를 가로 지르는 차오 프라야강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이야기가 뒤섞였다. 의자 위에 붙어 있는 작은 도마뱀이 유난히 귀엽게 보인다. 인지상정인지 가장 인간에게 이로운 도마뱀으로 해충들을 먹고 살아간다고 같이 간 동료가 일러준다.
다음날 이국의 일정이 시작됐다. 호텔 앞 선착장에서 자그마한 동력선에 옮겨 타고 운하를 향해 떠났다. 운하로 들어가는 입구. 강의 수위가 높아질 때 운하로 범람하는 것을 대비한 관문이 머리 위로 지나간다. 방콕은 이탈리아의 베니스만큼은 안되지만 운하가 발달되어 악명 높은 방콕시내의 교통난을 비켜갈 수 있는 교통수단이며 관광코스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배가 지나칠 때마다 조그만 배위에 가득 물건을 싣고 관광객들과 흥정을 벌이는 아주머니들의 모습이 곳곳에 보인다.
거리 곳곳에서 유난히도 많이 마주치는 서양인들을 보면서 이미 국제 도시로서 방콕의 위상이 느껴진다. 태국이 관광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태국인들의 정신적 기반이 되는 불교 유적인 사원이 가장 큰 힘으로 느껴진다. 이와 함께 전통적으로 내려온 다양한 즐길거리가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저녁이 되자 태국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빼놓지 않고 찾는 마사지 업소를 찾았다. 이미 태국 관광의 대명사가 된 타이 마사지. 마사지라고 하면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지만 태국에서는 어디를 가든지 쉽게 만날 수 있으며 전부다 퇴폐적이지도 않다.
마사지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옛날과는 달리 그 연령층 또한 낮아져 20대 초반의 여성들이 대부분인 것처럼 보였다. 유리관 안에 있는 안마사를 지정한 후 양옆으로 각각 6개씩 놓여 있는 메트리스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누웠다. 낯모르는 여자의 손길이 몸에 닫는다는 설레임도 잠시 태연스럽게 들어와서 무덤덤하게 마사지를 시작하는 안마사의 태도에 이내 긴장이 풀리면서 몸을 맡길 수 있었다. 발가락 끝에서부터 시작해서 머리 끝까지 진행되는 마사지는 2시간여 동안 지속됐다. 찌뿌둥 했던 몸이 이내 풀리는 듯하더니 졸음이 쏟아졌다. 만족한 마음에 건네던 팁이 아깝지 않다.
전통 태국 마사지 (Traditional Thai Massage)는 물리치료요법으로서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오늘날 행해지는 마사지처럼 수세기 동안 시행되어 온 태국 마사지의 뿌리는 인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요법의 창시자는 약 2500여년 전, 부처와 동시대에 살았던 의사로 태국 내에서 알려진 많은 방법들은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어 전해진 것이며,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스승으로부터 제자에게, 그리고 종종 부모에게서 자식에게로 전해져 내려온 것으로 알려진다.
태국 마사지는 그 종류도 가지가지다. 태국 전통 마사지, 발 마사지(Foot Massage), 손마사지(Palm Massage), 얼굴 마사지(facial massage), 오일마사지(oil massage) 등이 있으며 보디 마사지(body massage)라고 해서 별도의 마사지가 있다.
마사지가 끝나자마자 바쁘게 게이쇼를 찾아갔다. 길게 늘어서 있는 줄에서 세계 각국의 언어가 시끄럽게 허공을 맴돈다.
인간에게 있어 신이 준 축복 중의 하나가 ‘인지’라고 말한다. 생각의 도가 지나쳐 신의 섭리를 거스르는 데까지 와버린 세상이다. 이제는 동성연애자들을 인간 유형의 한 타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은 태국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동성연애자들에 대한 차별이 거의 없다고들 말하는 태국의 사회적인 분위기에서 생겨난 볼거리가 게이쇼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이미 일반 관광객들에게도 잘 알려진 알카자쇼가 있지만 새롭게 관광객들에게 어필하는 곳이 ‘칼립소 캬바레’의 게이쇼다. 사회자의 환영한다는 멘트가 한국어를 포함한 세계 각국의 언어로 소개된다. 게이들의 현란한 쇼가 조명 빛 아래에서 펼쳐지는 것도 볼거리지만 좀처럼 남자라고 믿기지 않는 게이들의 본질성에 관심이 끌린다. 역시 바꿀 수 없는 것이 있긴 한가보다. 목소리만 영락없는 남성의 목소리다. 게이들을 구분할 수 있는 가장 흔한 방법은 성대를 보면 된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왜 저러고 살까하는 안타까운 동정이 섞인 의구심을 갖기도 하지만 나름대로의 이 세상을 살아가는 군상들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면 이해의 폭이 커지기 마련이다.
하루밤을 자고 파타야로 떠나가는 길이다.
가는 길마다 유심히 전봇대를 쳐다보니 한국과 다른 점이 눈에 띄였다. 원기둥이 아닌 사각 기둥이다. 일설에는 ‘뱀이 많아서, 만들기 쉬우니까’라는 전해지고 있지만 어느 설이 정설인지는 알기가 어렵다.
파타야 향하는 길에서 태국 스포츠의 대명사인 킥복싱(Muay Tai: 무아이 타이) 훈련소에 차를 세웠다. 태국 전역에 6만여명의 넘는 선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쩌면 잔인하기까지 한 킥복싱은 몸의 모든 부분을 공격할 수 있으며 머리를 제외하고 모든 신체를 동원해 상대편을 공격할 수 있다고 한다.
시범을 보이는 선수들이 예사롭지 않은 눈빛을 쏟아내며 갖가지 보지 못한 기술을 선보였다. 놀람과 경탄이 쏟아졌지만 정식 시합에서는 나오기 힘든 기술이라고 한다. 큰 기술을 잘못 사용하면 되치기를 받기가 쉽기 때문이다. 훈련소 곳곳에 서양인들의 훈련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프랑스에서 전지 훈련 온 선수들로 킥복싱의 본고장에 10일 일정으로 들어온 훈련생과 프로선수라고 태국 선수가 귀뜀 해주었다.
화끈했던 기합소리로 방콕을 기억한 채 에메랄드빛 바다가 기다리는 파타야로 걸음을 옮긴다. <계속>
글·사진=김헌주 기자 hippo@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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