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강원랜드’를 찾았다. 국내 최초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에 대한 억누를 수 없는 호기심 때문이었다. 폐광지역 경제활성화와 고급 게임 문화 도입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과연 달성할 수 있을지 점쳐보고자 하는 욕구도 한 몫 했다.
첫 인상은 놀라움 그 자체. 도착 한 참 전부터 경기, 서울, 부산, 충남 등 전국 각지의 번호판을 단 차량들과 같은 길을 달렸다. 그 들 대부분은 강원랜드 주차장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카지노의 인기를 새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또 한 번 놀란 것은 강원랜드 입구에서부터 줄줄이 늘어선 전당포들. 갓 지은 느낌이 역력한 전당포들이 첩첩산중 시골에 화려한 네온사인을 번뜩이고 있었다.
스몰카지노에 이르러서 놀라움은 극에 달했다. 평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카지노장 안은 시끌벅적. 한산하기 그지없는 주변 풍경과 대조를 보여 그 놀라움은 배가 됐다. 그러나 그 놀라움은 주체할 수 없는 실망감과 허탈감에 따른 것이었다. 유럽의 어느 카지노에서 본 여유 가득하고 깔끔한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곳은 한마디로 ‘난장판’이었다. 게임테이블마다 서서 베팅하는 ‘사이드 베팅자’가 바글바글 테이블을 에워싸고 있었다. 딜러는 지칠 대로 지쳐 실낱같은 표정 하나 없었다. 음료수 컵과 재떨이는 이리저리 제멋대로 널브러져 있었다. 작업복이 연상될 정도로 ‘자유로운’ 복장을 한 이들이 파란 돈 뭉치를 들고 이곳저곳을 배회했다. 호텔 로비에는 대금업자로 보이는 이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자동차를 담보로 돈을 빌렸느니 어쩌느니 하는 얘기가 쉽게 들려왔다.
스몰카지노가 폐광지역의 경제를 활성화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건전한 고급 게임문화 정착이라는 또 다른 토끼는 이미 손아귀에서 한 참 벗어난 듯 싶다. 그곳에서 본것은 게이머(Gamer)가 아닌 겜블러(Gambler)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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