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사태는 우리나라 경제의 지각을 흔들어 놓은 큰 사건이었다.
한보사태·노동법의 날치기처리 후유증에 이어 1천억 달러가 넘는 외채, 경상수지 적자폭의 확대로 가뜩이나 어두운 경제상황에 결정적인 타격을 안긴 사건이다.
이로 인해 연쇄적인 기업 도산이 이어지고 나라 안팎에 걸친 우리 금융의 공신력이 떨어지고 금융 비리의 실체가 갖가지 설을 난무케 하여 그 파급영향은 전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심각하다.
얼마전 검찰의 중간 수사 발표가 있었지만 이 발표를 액면대로 받아들이는 국민은 별로 없을 것 같다.
많은 의혹을 덮고 축소수사를 했다는 인식이 뿌리 내려져 있고 이것이 국회의국정조사권 발동으로 여야의 격돌이 예상되는 국회청문회나 그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파장을 생각하면 또 한차례 엄청난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란 예상도 된다.
문민정부 들어 역사 바로잡기로 이어진 깨끗한 이미지에 먹칠을 한 셈이고 이번 사태를 한점 의혹없이 공정하게 처리하는 노력이 없으면 차기 정부에서의 역사 바로 잡기로 또 다시 파문이 재현되어 전직대통령의 비자금 재판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기도 한다.
큰 불을 하루속히 끄고 모든 상황을 안정시켜야 하되 그 화인을 명쾌히 분석하여 이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예방해야 한다.
한보의 철강산업은 국가기간산업 차원에서 착수된 사업이며 개인기업이라 하나 공기업으로서의 성격에 비추어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유도되어야 하고 한보사태가 우리의 경제발전에 일시적인 타격을 주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 경제의 사활문제는 결코 아니라는 점이 인식되어 더 차분하고 냉정하게 마무리되어 이 악몽에서 벗어나야 하겠다.
한보사태에 맞불이라도 지르듯 터진 사건은 북의 황장엽비서 망명사건이다.
이 사건은 발생 즉시 우리의 안보문제와 결부되어 마치 북과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발전되고 모든 보도기관의 과대·추측기사 등을 통하여 국민들에게 안보·외교분야의 불안감을 조장해주고 우리나라가 마치 치안이 무방비한 국가같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그것은 곧이어 터진 이한상씨의 피격사건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사건이 황비서의 비중이나 사안에 비추어 중대한 일임에는 분명하지만 그것이 우리나라의 국기를 흔들어 나라의 존립을 좌우할만큼 결정적인 사건이었는가에는 반성이 있음직 하다. 한 노인이 북의 사회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곤 해도 그쪽 사회에서의 세대교체 차원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냉철한 대응으로 매끄러운 외교와 국민의 안보인식에 허술함이 없었는가하는 반문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서 위의 두 사건의 본질이나 처리과정에 대한 시시비비를 말할 생각은 없다.
이 두 사건이 우리의 정치경제에 미치는 크나큰 영향으로 지금 우리가 애써 바로 잡을려고 사력을 다하고 있는 산업분야의 정상적인 경제활동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다른 산업분야와도 같은 맥락이지만 관광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실로 크다. 경제적인 차원에서는 여행수지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이고 환율변동의 폭이 미치는 환차손·관광시설 투자의 냉각 등 커다란 악재가 우리를 가로막고 있고 정치적으로도 불안한 나라, 혼란한 나라라는 이미지를 대외적으로 심어주어 관광객 유치에 결정적으로 리스크를 심어주는 일이 크게 우려되는 것이다.
한 일본인 관광객은 이런 농담 아닌 비아냥을 얘기한다. 일본에서는 수백만원의 뇌물·향흥을 제공받은 정부고관도 가차없이 구속 처벌되고 한때 록히드사건때 총리는 5억엔의 뇌물로 구속되기도 했는데 한국에서는 수천억, 수조원의 부당 대출등 천문학적 단위의 부정과 직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몇억씩의 떡값(?) 정도는 처벌의 대상도 안되어 한국사람의 통이 큰 것은 세계에서 제일 가는 나라같다.
일본의 째째한 수준에 비하면 한국은 통쾌하다라고 말한다. 이것을 과연 칭찬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비아냥으로 들어야 할지 난감한 일이다.
한때 광주사태가 발생했을 때 외국인들은 한국 전역이 총격과 시위 속에 휘말린 나라로 알고 있었다. 또 북의 잠수함 공비 사건도 그런 의미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오늘날 안보를 튼튼히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제1의 의무이고 이는 민관 모두의 최우선 과제일 것이다. 그러나 說대로 5만명 이상의 간첩들이 무법지경으로 활보하는 나라가 우리나라라는 이미지가 과장되는 것은 문제가 있는 만큼 정치가 안정되고 정직화되어 경제가 번영될 수 있는 토대가 튼튼히 마련돼야 한다.
하루빨리 정치적 역량을 발휘하여 우리나라의 국내외 위상을 되찾고 냉정하고 매끄러운 대응으로 모든 산업 여건이 본연의 자리를 찾아 맡은바 역할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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