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끝무렵, 모스크바는 침울한 가운데 역사의 깊이와 영화같은 분위기를 담고 있다. 거리의 자작나뭇가지엔 하얀 눈이 쌓여 있고 모스크바강은 얼어 있으며 간간히 눈보라가 친다. 거리는 몇백년전 중세풍의 건물들이 중후하면서도 화려한 멋을 자랑하고 긴코트와 레니모자를 쓰고 담배연기를 날리며 걷는 무표정한 모스크비치들은 갱영화에서 봄직한 비장한 분위기를 풍긴다.
레닌, 스탈린, 차이코프스키, 푸쉬킨, 톨스토이 등 세계사와 문한·예술사를 뒤흔든 인물들의 동상이 곳곳에 세워져 있고 7개의 스탈린식 건물과 크레믈린 궁전의 장엄함이 도시를 압도하고 있다. 어디를 가도 극장, 콘서트홀, 박물관, 미술관이 있는 예술의 도시 모스크바. 올 9월 도시설립8백50주년을 기념하여 가장 행렬등 대대적인 행사를 준비하는 그곳은 기대와 변화의 몸짓으로 술렁이고 있다.
크레믈린과 붉은 광장은 모스크바 여행의 시작. 정치 중심지이기도 한 이곳을 중심으로 모스크바 도로는 방사선처럼 뻗어 있다.
크레믈린궁전의 크고 둥근 지붕위에 꽂혀 있는 붉은 깃발은 러시아의 상징이며 과거 세계 정치의 반은 이곳에 모여 있는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움직여졌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레닌, 스탈린 등 역대 서기장과 현 옐친 대통령이 활동하는 곳이다. 혁명전 황제가 머물렀던 곳으로 권력을 이용해 남긴 다양한 건축물과 보물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입구의 하나인 79m의 트로이츠카야탑은 나폴레옹이 입성한 곳으로도 유명하며 우스펜스키사원은 러시아 국보 1호다.
붉은 광장은 러시아 고어로 아름답다는 뜻. 크레믈린 북동쪽의 붉은 성벽과 붉은 벽돌 건물의 국립 역사 박물관, 굼 백화점, 바실리 사원에 둘러싸여 있다.
◇크레믈린 궁전내에 위치한 우스펜스키 사원은 황제와 귀족 전용 사원으로 현재 러시아 국보 1호이다.◇
광장의 넓이는 7만3천m2. 광장 왼쪽편 중앙에는 세계의 역사속에 숨쉬는 레닌이 잠들어 있다. 1924년에 숨진 그의 유체는 죽은 당시의 모습그대로 방부제 처리되어 방문객에게 공개된다. 묘지내부에서는 한마디의 말도 허락치 않으며 조용히 그의 모습을 지켜보도록 하고 있다.
러시아 이미지로 상징되는 바실리 사원, 8개의 둥근 양파머리 지붕이 불균형 속에 아름다움을 발휘하고 있다. 레닌묘 맞은 편에 있는 모스크바 최대의 백화점인 굼이 위치하며 바실리 사원 맞은 편엔 혁명이후를 제외한 러시아 전 역사가 전시된 국립역사박물관이 위용을 자랑한다.
아르바트 거리는 모스크바에서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모여드는 곳. 제정 러시아 시대의 건물 상당수와 늘어선 가로등이 분위기를 돋운다. 카페와 상점, 노상 수공예품점, 이름없는 예술가들이 어우러져 있어 생기발랄하다.
안톤 체홉, 투르기네프등 당대 문인들이 활동한 곳이며 아직도 젊은이들의 추앙을 받는 요절한 락가수 빅토르 최가 근거로 삼은 곳으로 유명하다. 한쪽 벽엔 그를 사랑하는 러시아 젊은이들이 써놓은 낙서가 기념비처럼 남아 있다.
러시아 최고의 상아탑 모스크바 국립대학.
모스크바에서 가장 높은 레닌언덕에 자리잡고 있어 모스크바 시내를 한눈에 내려보기에 그만이다. 대학 본관은 건물 높이 2백40m, 정면길이 4백50m로 스탈린 양식의 건축물 가운데 가장 크다. 전체면적은 3백만평. 16개 단과대학에 1만명의 교수진과 3만5천명의 학생이 진리와 지성을 탐구하며 5백여명의 한국유학생들이 한 몫하고 있다. 단순히 감상하기엔 밤이 좋다. 불빛으로 치장된 본관 건물과 모스크바 시내 야경은 또다른 멋이다.
모스크바는 박물관의 도시. 국립역사박물관에서 톨스토이 박물관을 비롯한 유명한 인사들의 집을 개조한 작은 박물관까지도 도시 구석구석에서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비단 모스크바뿐 아니라 러시아 주요 도시엔 각각의 역사를 보관한 박물관들이 잘 발달돼 있다. 러시아 미술의 보고 트레챠코프 미술관, 푸쉬킨 미술관과 박물관, 레닌중앙박물관, 음악박물관, 혁명박물관, 2차대전 전승 기념관, 고리키의 집 박물관, 체홉의 집 박물관, 시추 세프 건축 박물관, 마르크스·엥겔스 박물관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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