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9월27일 제22회 한국관광진흥촉진대회에서 한국관광산업이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세계화를 겨냥하는 뜨거운 격려를 받았다. 이제야 관광산업의 진가를 알아준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다.
관광산업의 진가는 여러 가지로 풀이할 수 있겠지만 국가경제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고용효과에 있다고 본다. 미국의 경우에는 전체 노동력의 11%가 여행관광업계에 종사해 직장인 9명중 1명꼴로 되고 통합유럽(EU)국가에서는 전체 근로자의 13%, 즉 8명중 한명이 이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가까이 싱가포르의 경우는 취업인구의 몇 퍼센트가 아니라 전체인구의 10%에 해당하는 21만4천명이 관광산업에 종사하고 이들이 95년도에 벌어들이는 관광수입만도 싱가포르달러로 1백14억달러(원화로 6조2천5백33억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용효과에서 우리의 현주소는 어디에 있을까. 외래관광객 한사람은 텔레비젼 16대를 수출하는 것과 같고 다섯명 이면 소형승용차 1대를 수출하는 것과 똑같은 효과를 가져온다는 관광산업에 고용된 인구는 약 50만명이라고 하며 이들이 전체 근로자 1천만명중 차지하는 비율은 5%정도다.
고용효과에서도 아직 갈 길이 멀다. 흔히 관광수지 적자를 자주 말하는데 한국을 찾는 외래관광객의 수가 내국인이 해외로 관광차 나들이하는 수보다 많으면 저절로 해결될 문제를 두고 관광객을 보다 많이 유치하는 정책보다는 내국인의 여행만 나무라는 목청만 높여왔다. 관광산업과 관광수지를 논할 때는 외국관광객을 유치하는 이른바 인바운드를 뜻하는데 이 분야에 대한 투자나 지원은커녕 인센티브마저 없었다. 심지어는 사치성 소비업종으로 분류해 얼굴 들기도 민망하게 만들었다. 반면 89년 해외여행 자유화이후 내국인의 해외여행 붐으로 여행관광업체들은 아웃바운드에만 매달려 인바운드 비즈니스는 언 손을 불 기력마저 잃어버렸다.
10년 후에는 8백만명의 외래관광객을 유치할 것이라니 우리는 그 목표를 실현시킬 수 있는 투자와 정책적 뒷받침이 빨리 구체화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투자와 정책의 우선 순위는 관광산업의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것과 그 유통구조의 노드를 튼튼하게 키우는데 집중해야 할 것 같다.
여느 산업분야와 마찬가지로 관광산업에도 유통구조가 있으며 이 유통구조는 생태계에서 먹이사슬에 비유할 수 있다. 양질의 고객은 고품질의 관광상품을 선택하기 마련이고 고품질의 상품은 하부구조를 제대로 갖춘 랜드오퍼레이션에 고리쇠로 연결돼 마지막으로 국제적인 마케팅 능력이 있는 일반여행사로 먹이사슬은 원을 그린다.
우리의 경우는 이 먹이사슬 중에 가장 취약한 부분이 하부구조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랜드오퍼레이션이다. 하부구조는 교통(주로 항공서비스), 숙박시설, 그리고 볼거리를 제공하는 장소와 공간으로 크게 나누는데 랜드오퍼레이션은 최일선에서 소비자와 피부를 맞대며 상품을 전달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아무리 고품질의 상품이라도 고객에게 전달과정이 질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서비스상품으로는 불량품이 된다. 전달과정은 인적 요소이고 하부구조는 물적 요소이다. 둘 다 일 이년만에 구축되는 것이 아니다. 장기적인 투자와 개발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2002년 월드컵을 유치한다면 외래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에는 틀림없으나 그들을 수용할 수 있는 호텔시설을 갖추고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일은 장기투자에 속한다.
모처럼 펼쳐 보인 정책적 의지가 중도에 표류되지 않기를 바란다. 한번 끊어진 먹이사슬을 재생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노릇인지는 국민학생도 다 아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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