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개별여행 움츠러드는 패키지
올 한해만큼 아웃바운드업계가 급박한 변화의 시기를 겪은 해가 있을까? 인터넷에 대한 화두로 문을 열었고 7∼8월엔 역대 최고의 내국인 출국자 수를 기록하는 등 제2의 전성기를 맞는 듯했다. 온라인에 대한 관심도와 함께 대기업 등이 여행업에 진출하는 등 여행사 수도 급속도로 늘어 일반여행업 수만 11월말까지 588개사이다. 하지만 하반기엔 불안한 경기 전망으로 인해 몸을 사리면서 한해를 정리해야만 했다. 최근 일부 여행사에는 구조조정에 착수했다는 소식도 들리는 등 아웃바운드업계는 뒤숭숭한 새밑을 맞고 있다.
무엇보다도 올한해를 정리하면서 가장 큰 변화로 꼽히는 점은 크게 두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개별여행객의 눈에 띈 증가이고 다른 하나는 수익 구조의 변화 예감이다. 개별여행객의 증가는 아쉽게도 명확한 통계 수치를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여행패턴의 변화는 여행사의 상품 개발 현황과 항공사의 좌석이용 분석으로 짐작해볼 수 있다.
소수 여행사들만이 관심을 기울여왔던 소그룹이나 2인 이상이면 출발 가능한 상품들이 속속 개발되고 특정 목적지보다는 오히려 클럽메드나 PIC처럼 리조트가 브랜드화되어 더욱 더 인기를 끌고 있다. 관광청에서도 패키지 여행객보다는 개별여행객을 위한 프로모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모객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패키지 여행사들과는 달리 항공사들은 비교적 높은 탑승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힌다. 주가하락과 경제 불안 등으로 잠시 주춤해지기는 했지만 인터넷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는 것도 향후 해외여행시장을 주도하게될 개별여행자들에게는 인터넷이 더할 나위 없는 좋은 마케팅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수익 구조의 변화는 이미 지난해부터 예감됐던 일. 유나이티드항공이 항공권 발권 수수료율을 9%에서 7%로 내린 이후 눈치만 보고 있던 항공사들이 8월 IATA(국제항공운송협회)가 수수료율 권고조항을 철폐하자 봇물처럼 ‘인하’를 외치고 나섰다. 유나이티드항공에 이어 노스웨스트항공을 제외하고는 아직 인하율적용이 ATR여행사에게만 해당돼 연말 들어 BSP 가입신청 및 문의는 쇄도하고 있다. 지난 15일자로 BSP 가입 여행사는 지난해말에 비해 100여개가 늘어났다. 내국인출국자 수는 11월까지 총 504만5,331명으로 전년대비 27.6%가 증가했다.
김남경 기자 nkkim@traveltimes.co.kr

◆랜드 - 관광객 증가 불구 수익 악화
Y2K 우려가 종식되며 시작되었던 2000년. 랜드업계는 순탄한 길을 걷지만은 않았다.
외환위기의 그늘을 벗어나면서 그동안 억눌렸던 해외여행의 욕구가 분출되었다. 또한 내국인 출국자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대호황을 누렸던 한 해로 기록되었지만 증가한 관광객만큼 랜드의 수익은 큰 증가를 보이진 못했다.
외환위기 발생 후 문을 닫았던 랜드사들이 다시 문을 열면서 피할 수 없는 제살 깎기 경쟁을 보였고 끝없는 지상비 하락이라는 참담한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쇼핑과 옵션으로 모자란 지상비를 충당했던 각 업체들은 개별여행 스타일을 선호하는 여행객의 증가로 이마저 어렵게 되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을 타개하고자 각 지역별 현지 랜드사들은 협회를 결성하고 지상비의 정상화를 외치며 자정의 노력을 펼쳤지만 회원사간의 반목, 일부 여행사의 방해, 신생 랜드들의 시장 진입을 위한 덤핑 등 갖가지 이유로 인해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지역별로는 중국이 최고의 관광 목적지로 등극했으며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리조트 단위의 휴양지가 인기를 끌면서 괌·사이판의 각 랜드사들은 PIC 상품에 주력했다. 또한 개별 섬단위의 리조트가 크게 인기를 끈 필리핀이 필리핀항공의 세부 직항과 맞물려 최고의 신혼여행지로 등극했으며 태국 역시 지속적인 판매를 보였다. 호주의 경우 올림픽 특수 기대와는 달리 지상비가 바닥을 치면서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지역별로 랜드사들의 명암이 엇갈린 한해였다.
한편,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대중의 인식밖에 있었던 랜드의 존재가 공개되어 직접거래가 일부 이뤄졌으며 랜드사가 지역 전문여행사로 탈바꿈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했다.
올해 가장 큰 특징은 수배업협회의 활동으로 랜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
일부 랜드들이 주축이 되어 지난해 설립한 한국수배업협회가 제도권 진입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1년여가 넘는 활동을 전개한 끝에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널리 알렸고 결국 문화관광부 주최로 타당성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키는 데까지 이끌어냈다.
김헌주 기자 hippo@traveltimes.co.kr

◆관광청 - 세분화된 타깃마켓 접근
아웃바운드 시장의 흥망과 운명을 같이 하는 주한외국관광청들에게 2000년도는 초록빛 전망으로 한껏 부푼 한 해였다. 지난해부터 조짐을 보였던 해외여행객 상승 곡선이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며 기록갱신을 거듭하자 ‘IMF 이전 수준으로 회복’이라는 것은 모든 관광청 공통의 목표였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마케팅과 프로모션 초점이 패키지에서 FIT 시장으로 옮겨간 것. 코트파나 각 종 웨딩박람회 참가 등 기존 방법을 이어가면서도, 허니문이나 가족여행, 개별여행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색다른 이벤트나 신상품 개발 지원에도 열을 올렸다. 올해 두드러졌던 것은 신설 관광청들의 적극적인 시장참여다. 지난해 말부터 업무를 시작한 스위스 관광청과 라스베이거스 관광청은 각 지역의 성격에 맞는 프로모션과 다양한 이벤트로 주목을 받았으며 현지 여행사인 코미투어는 미얀마정부관광청을 개설했다.
한편, 항공편의 변화나 본청의 정책 혹은 경제 악화 등의 변수에 따라 각 관광청의 희비가 엇갈린 한해이기도 했다. 괌, 필리핀, 홍콩, 피지, 뉴질랜드, 호주 등이 증편이나 복항, 혹은 직항로 개설 등의 여파로 힘을 받았다면 앵커리지와 독일은 예산 문제로 관광청을 폐쇄했다.
천소현 기자 joojoo@traveltimes.co.kr

◆온라인 여행업 - 온라인 여행업 원년이뤄
2000년은 새천년의 첫해이자 온라인 여행업의 원년. 참신한 아이템과 노하우를 가진 사이버 여행사가 대거 등장했다. 삼성과 SK 등 대기업의 여행업 진출과 함께 골드투어, 3Wtour 같은 기술력을 통한 벤처투자자금과 주식공모가 이루어지면서 인터넷 여행업은 그야말로 시대의 유행처럼 번져갔다.
전문 온라인 여행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일반인이 아닌 업계를 대상으로 한 투어익스체인지, 야무진넷, 이투어링크 등의 B2B사이트도 오픈했다. 인터넷 환경이라는 엄청난 잠재시장과 사이트를 통한 수익의 기대는 1년여만에 여행관련 사이트 1,000여개라는 쾌거를 낳았다.
그러나 이같은 움직임도 온라인 전반에 걸친 ‘거품론’이 대두하면서 주춤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수익. 초기 투자자본에 비해 눈에 보이는 수익은 턱없이 적었기 때문이다. 펀딩에 의한 외부자본이 끊기면서 ‘회원=수익’이라는 공식이 깨져나가고 브랜드마케팅을 위한 무조건적인 물량공세도 수그러들게 된다. 이 과정에서 ‘뭉쳐야 산다’는 명제아래 온라인 여행사끼리의 전략적 제휴가 성행한다. 이같은 제휴형태는 곧 온-오프, 여행사-항공사 심지어 여행-금융 등 전혀 다른 분야에까지 번져갔다.
특히 웹투어의 코레스코 경주가족호텔 인수, 투어파크의 오프라인 영업 시작, 예카투어와 나스항공 제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온라인업체의 오프라인 진출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많은 사업모델에도 불구하고 지난 한해 유행의 변천사처럼 무리지어졌던 온라인 여행업은 그러나 ‘수익창출’ 부분을 여전히 내년의 숙제로 남겨놓고 있다.
박은경 기자 eunkyung@traveltimes.co.kr

◆항공 - 수익성 제고 향한 안간힘
올 한해 항공업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역시 수수료율 인하. 지난해 유나이티드항공의 수수료율 인하 때만 해도 눈치 보기 바빴던 항공사들은 여행사들의 반발이 흐지부지한 점과 수수료율 삭감이 세계적 대세라는 점에 힘을 얻어 본격적인 공세를 취했다.
총대는 에어프랑스가 멨다. 에어프랑스가 7월 5%으로의 수수료율 인하를 전격 발표하자 KLM네덜란드항공,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에어캐나다, 노스웨스트항공, JAL일본항공, 타이항공, 콴타스항공 등이 줄줄이 뒤를 이었다. 수수료율 삭감 대상이 주로 ATR 여행사라 이들의 BSP 가입이 폭증하기도. 본격적인 파급효과는 국적항공사의 수수료율 인하가 시작되는 다음달부터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민항 30년 역사상 처음으로 조종사 파업이 있었던 해로 기록되게 됐다. 조종사협회 창립으로 일기 시작한 조종사들의 집단 움직임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조종사 노조 결성으로 이어졌으며, 노조 인정을 둘러싸고 정부 및 사측과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됐다. 결국 10월 미증유의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이 발생했으며 아시아나 또한 12월 초 파업 위기를 겪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양사 조종사들은 수당 인상과 비행시간 제한, 노조 인정이란 성과를 거뒀지만 향후 합의사항의 성실한 이행여부 여하에 따라 또 다른 파열음을 예고하고 있다.
연초부터 불붙기 시작한 해외여행 수요가 활황장세를 유지하자 컨티넨탈항공, 터키항공,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 베트남항공 등이 재취항했다. 또 유나이티드항공은 서울-샌프란시스코 노선을 복원했으며, 알리탈리아항공은 코드쉐어를 재개했다. 노선별 신규 취항 및 증편도 꾸준히 이어졌다. 필리핀항공은 세부로 직항편을 띄우기 시작했으며 필리핀항공, 말레이시아항공, KLM네덜란드항공, 에어캐나다, 캐세이패시픽항공 등 많은 항공사들이 운항횟수를 늘렸다. 국적기는 대한항공이 주춤하는 사이 아시아나항공이 중국 노선 확대를 통해 약진의 발판을 마련한 반면 대한항공은 내실경영에 치중했다.
그러나 파급효과가 큰 영국항공의 복항이 불발에 그친데다 일부 복항 항공사들이 급작스런 경기위축으로 탑승률이 저조해 어려움을 겪기도. 또 사상 최고치를 돌파한 유가 때문에 항공사마다 골머리를 썩어야 했다.
동북아시아의 허브공항을 목표로 내년 3월 개항 예정인 인천국제공항은 올해도 부실공사 의혹 및 용역직원 비리 폭로, 이용료 책정 난항, 공항고속도로 통행료 문제 등 갖가지 난제에 시달렸다. 그런 가운데서도 50여개 가까운 외항사가 운항신청을 하고 공항 접근 버스노선도 확정, 시험비행 성공 등을 통해 개항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밖에도 한·일, 한·중항공회담을 통해 양국간 신규 노선 개설 및 운항횟수 대폭 증가 등에 합의한 점과 대한항공의 글로벌 얼라이언스 스카이팀 참여, 8년만에 대만행 전세기 운항, 인터넷을 통한 항공권 판매 급증 및 전자항공권 등 다양한 신개념 서비스 제공, 아시아나의 프랑크푸르트 취항 해프닝, 에어캐나다의 카나디안항공 합병, 대리점 관리방식 변화 적극 모색, 단체보다 개별여행객 위주 좌석판매 등이 주요한 뉴스로 꼽힌다.
그러나 올해도 대리점에 대한 부당압력, 단선적인 요금정책, 무원칙한 좌석배분, 덤핑을 주도하는 연합상품 운영 등 항공사들의 고질적인 병폐는 여전한 한해였다.
노중훈 기자 wi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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