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흥남은 함경남도의 한 시로 존재했었으나 북한 당국은 행정구역을 개편하면서 함흥시에 흡수시켰다. 옛 흥남시는 성천, 동흥산, 회상, 사포, 용성 등과 함께 함흥시의 6개 구역 중 하나로 흥남 구역이라 불리고 있다. 그래서 흥남시에 속해있던 서호진은 행정상 현재 흥남 구역 안에 있게 됐다.

지형으로 보아 서호진은 흥남 항을 위해 동해의 거센 파도를 막아 주는 방파제 역할을 하며 북에서 남으로 돌출한 한 작은 반도이다. 이 해안 서남쪽에 자리잡고 있는 서호진은 흥남이 항구로서의 제구실을 다 하지 못하던 때 함흥의 외항으로 동해안 포구와 포구를 드나드는 굽돌이 기선 외에도 서항의 큰배들도 기항을 하고는 했었으나 후에는 어항으로만 남게 됐다.

특히 귀경대를 포함하여 서호진 해수욕장 주변의 빼어난 경치는 이미 조선 순조 때의 함흥판관 이희준의 부인 의유당 김씨가 쓴 우리 나라 한글문학의 고전인 「동명일기」에서도 여성특유의 섬세하고도 유려한 필치로 잘 묘사되어 있다.

또 서호진은 대하소설「북간도」와 「성천강」으로 유명한 안수길의 고향이기도 했다. 그는 그의 수필「망향기」에서 이렇게 스며 향수를 달랬다. 서호진 해수욕장은 물이 맑고, 물결이 잔잔하고 물밑이 모래고, 멀리 얕아 아무리 수영에 초심자라고 해도 익사자가 덜한 것이 특색이며 원산 명사십리 같은 흰 모랫벌이 또한 절경이다…

꽃섬, 큰섬, 작은섬, 양섬 등이 점점이 앙상블을 이루어 놓은 풍랑과 더불어 아늑하고 아름다운 곳이 아닐 수 없다… 달밤이면 친구들과 함께 물결이 황금조각으로 부서지는 달을 희롱하면서 밤 미역을 즐기었다. 5리쯤 동북 편 해안에 귀경대가 있다. 마치 거북이 엎드려 있는 형국인 모랫벌에 가까운 조그만 돌로 된 섬이다….

귀경대는 관북 10경의 하나로 해안 절벽은 높이가 30m에 이르고 절벽 위는 평평하여 여러 사람이 앉아 동해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 구실을 한다. 황색, 갈색, 적색, 청색 등 여러 가지 색깔을 띠는 바위 절벽 아래에는 오랜 풍화작용으로 생긴 깊숙한 동굴이며 안방처럼 생긴 패인 바위 따위로 기암이 형성되어 있다.

이곳의 모래는 해수욕장의 모래와는 달리 밟으면 따갑고 원산 명사십리의 명사와 같이 모래가 삐약삐약 하며 병아리 우는소리를 낸다고 한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온다. 함흥의 어떤 사또가 관기들을 데리고 와 가무를 잡히고 질탕하게 노는데 갑자기 한 기생이 발을 헛 딛어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었다고 한다. 병아리 우는소리는 이 기생의 죽은 넋이 모래에 스며들어 사람이 모래를 밟으면 내는 애처로운 울음이라는 것이다.

오늘날 함흥시는 이 서호진 보다도 동북쪽 해안의 모래밭과 수림 지역인 마전(麻田)에 더 큰 매력을 갖고 이곳에 원산 송도원에 버금가는 현대식 위락시설, 공원 그리고 해수욕장 등을 개발했다. 그러므로 서호진은 마전 휴양지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추억의 명승으로 남아 있을지도 모르겠다.

<김용성 인하대 교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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