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졸부들의 행진
[데스크 칼럼] 졸부들의 행진
  • 여행신문
  • 승인 1992.08.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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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에서 달러를 많이 쓰기로는 한국인이 세계에서 2위를 마크하고 있다고 한다. 그 첫번째는 말할 것도 없이 경제대국인 일본이다. 벌어놓은 돈이 남보다 많아서 많이 쓴다면 상대에게 우러러 보이겠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부끄러움을 금할 길이 없다.

구체적 수치를 따진다면 한국인의 1인당 평균 해외여행경비는 2천39달러로 일본의 2천2백67달러보다는 2백28달러를 적게 썼지만 미국의 1인당 해외여행경비 8백87달러에 비해서는 무려 두배가 넘는다. 역시 우리국민 모두는 씀씀이가 헤프다는 조언을 들어 마땅하다.

이를 국가별 국민총생산(GNP)과 비교하면 더더욱 창피하다. 1인당 GNP에 대한 1인당 해외여행경비의 비중은 한국이 0.35로 미국의 0.04나 일본의 0.09, 독일의 0.02, 대만의 0.21에 비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소득 6천 달러에도 못 미치는 국민이 2만 달러 나라사람들보다 돈을 더 쓰고 다닌다는 것은 슬픈 상황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우리국민 스스로가 선택한 슬픈 해외여행길이다. 한마디로 무리수이다. 이래도 되는가 싶다. 그러나 이 같은 무리수를 면밀히 따진다면 우리사회 병폐의 단면이다. 그것은 가진자와 안가진자의 불행한 해외여행길이기 때문이다.

이 나라는 어느 날 갑자기 졸부가 된 사람이 많다. 그 졸부들은 쉽게 일확천금을 쥐었기 때문에 나라 안팎을 드나들면서 물쓰듯 돈을 펑펑 쓴다. 해외여행자유화로 집단 가족 나들이도 제주도 국내여행 하듯 한다. 속된 말로 졸부들의 행진이다.

호와 사치성 해외여행을 여행사 깃발따라 단체객으로 나간 보통사람들이 한단 말인가. 보통사람들이 1천 달러도 안드는 알뜰 해외여행을 다녀와서 그 못된 졸부들 때문에 덤터기를 쓰고 있다. 단체여행엔 과소비하는 사람이 드물다는 여행사 관계자의 말을 믿고 싶다. 경비절감등을 위해 여행사에서 마련한 단체관광에 합류하는 것이 아직은 일반적인 추세라고 그는 설명한다.

따라서 과소비 하는 졸부들은 돈이 덜드는 단체여행이 자기신분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마져 갖고 있다는 것이다. 올 들어서만도 상반기 관광수지적자가 2억8백만 달러에 이르고 있다는 당국의 집계다.

1인당 달러소비액은 1천8백58달러로 앞에서 밝힌 지난해의 2천39달러보다는 11%가량 줄어들었지만 여름 휴가철을 이용한 「가진자」와 「안가진자」들의 무분별한 해외여행이 더욱 기승을 부려, 관광수지는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관계당국은 그동안 호화사치성 해외여행자들의 리스트를 작성, 그 숫자까지 신문에 공표했지만 무슨 꿍꿍이 수작을 했는지 처리결과가 의심스럽다. 지난 6월 12일 당국의 정확한 발표를 보면 「관세청은 외제물품을 지나치게 많이 반입하는 해외여행자에 대한 제재기준을 강화, 종전의 1만달러이상 어치의 물건을 세관신고없이 불법 반입하는 자를 형사 고발하던 것을 5천달러이상으로 낮추고 해외여행이 잦은 사람들을 특별관리 해 무분별한 해외여행을 자제시키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지난해 10월말부터 올해 4월말까지 6개월간 해외여행이 잦았던 4천2백21명의 명단을 파악, 이들의 직업등을 분석해 중점관리대상자 1천6백81명의 명단을 만들어 입출국때 외화반출과 휴대품 검색을 철저히 한다고 했다.

이와 비슷한 발표는 지난해에 사정차원에섣 했다. 그러나 어떤 것을 어떻게 처리했다는 말은 단 한번도 없었다. 위정자들은 매사를 엄포로만 일관해 오면서 선량한 국민들을 우롱하고 있다.
우리사회는 최근 10여년간의 정치, 경제, 사회적 격변기 속에서 새롭게 자리잡고 있는 신 고소득층들이 여가환경조성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는가.

해외여행이 시작되면서 이들의 형태는 더욱 두드러졌다. 가진자의 상대적 우월감, 안가진자의 좌절감, 이러한 모든 것들이 건전 여행문화를 조성하는데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금 우리의 여행문화도 졸부들의 행진이 미꾸라지 역할을 하고 있다. 한마디로 사회적인 삶의 골칫거리다.

<김병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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